2일(현지시간) 시작되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제7차 재검토회의에서는 북한과 이란이 주요 ‘타도 대상’이 될 것인가, 아니면 반대로 미국이 ‘제물’이 될 것인가. 비확산 의무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제한을 강조하는 미국과 핵보유국의 ‘립서비스 차원 이상’의 행동을 요구하는 비핵보유국들이 7차 회의에서 치열한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美, 7차 NPT 재검토회의서 북-이란 비난 강력 조준 **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서 2일부터 27일까지 개최되는 NPT 7차 재검토회의를 앞두고 미 부시 행정부는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비난하기 위해 이번 회의를 적극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이란의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과 북한의 NPT 탈퇴는 1970년부터 시작된 NPT 체제를 근간에서부터 위협하는 요인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켜 회원국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심산이다. 특히 북한의 경우에는 NPT의 허점을 이용해서 핵 개발 능력을 충분히 확보한 뒤 탈퇴, 핵개발을 했다는 것이 미국의 논리다. NPT에 가입한 뒤 탈퇴한 국가는 북한 밖에 없으며 이는 NPT 체제에 대한 전례 없는 도전이라는 주장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미국은 이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NPT 탈퇴 이유가 합당한지 심사해 탈퇴를 더 어렵게 하고, 각론에서는 여러 복잡한 문제가 있지만 NPT 당사국으로서 누렸던 혜택을 박탈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과 이란을 비난하는 최종 선언문이나 결의문을 채택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채택된다면 북핵 문제 등을 유엔 안보리로 끌고 가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같은 전략은 그러나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핵보유국과 비핵보유국 사이에 핵비확산-군축 문제를 두고 이견의 골이 크기 때문이다. 회의 결과물에 대해서는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으나 현재로서는 합의된 문서가 나올 가능성에 회의적인 의견이 훨씬 많다”고 전망했다.
1975년부터 2000년까지 개최된 6차례의 재검토회의에서도 이견 대립으로 최종 선언문을 채택하지 못한 경우가 2회와, 4회, 5회 등 세 차례가 있었다. 다만 NPT 연장회의와 동시에 열린 5차 회의에서는 ‘핵비확산과 핵군축을 위한 원칙과 목표’, ‘조약의 재검토 방법의 강화에 관한 결정’이 채택됐었다.
게다가 NPT 탈퇴를 엄격하게 하자는 미국의 제안도 채택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NPT 조약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IAEA 이사국인 조약 당사국 전체의 찬성을 포함한 모든 조약 당사국의 과반수의 찬성 투표로써 승인돼야”(8조 2항) 하기 때문이다. 현재 NPT 탈퇴 권한은 10조 1항을 통해 “주권 행사에 있어서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 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음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권리의 하나로 규정해 놓고 있다.
***美, 원자력 평화적 이용 제한도 겨냥**
미국이 이번 회의를 통해 노리고 있는 또하나의 노림수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권리’에 대한 제한이다.
1968년 만들어져서 1969년 유엔 총회 채택, 1970년 정식으로 발효된 NPT 체제는 핵보유국의 핵감축과 비핵보유국의 비확산 약속 및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권리가 맞교환된 측면이 강하지만 핵에너지라는 것이 평화적 이용과 핵무기 개발이라는 "이중 용도(dual-use)" 성격이 있기 때문에 평화적 이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 논리의 골자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미국은 특히 농축 재처리 기술의 국제적 이전 통제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권리 문제에서 핵심 쟁점이라는 판단에 따라 관련 기술 및 시설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미 2004년 2월, 기왕의 농축 재처리 시설이 없는 나라에는 더 이상 이 시설 및 기술 이전을 하지 말자고 제안한 바 있다.
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특히 미국은 핵확산 방지 정책 강화라는 명분하에 핵연료용 우라늄 농축사업을 기존 핵보유국 이외에는 일본, 독일, 네덜란드,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5개국에만 허용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사용후 연료 재처리는 5개 핵보유국 외에는 일본만 인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도 비핵보유국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것이 분명하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도 “이는 NPT 체제에 대한 새로운 ‘아파르트헤이트’(차별정책)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면서 강력한 반발이 일 것으로 예상했다.
비핵보유국들로서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확보하고 핵선진국들의 기술 지원을 받기 위해 NPT 체제에 들어왔으나 비확산 체제만이 강화되는 등 의무만 지워지고 권리가 축소되는 데 대해 불만이 팽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약 4조 1항에서는 “어떤 규정도 평화적 목적을 위한 원자력의 연구 생산 및 사용을 개발시킬 수 있는 모든 조약 당사국의 ‘불가양’의 권리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해석돼선 안된다”고 핵비보유국의 권리를 적시하고 있다.
***비핵보유국 7차 회의서 미 강력 비판 예고**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번 7차 회의에서는 북한-이란 이외에 가장 큰 비판에 직면할 국가로 미국이 꼽히고 있다. 미국이 바로 NPT 체제를 무너뜨리고 있는 주범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목소리는 비핵보유국 이외에도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나 맥나라마 전 미 국방장관 입을 통해서도 나오고 있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선제 핵공격 주장, 1996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거부, 벙커버스터 핵무기 개발 천명 등은 분명 NPT 체제의 커다란 위협 가운데 하나라는 주장은 공감대를 폭넓게 형성해 놓은 상태다.
로이터통신도 이에 대해 “대부분의 국가들은 미국이 자국의 핵무기를 별로 해체하지 않는데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며 “특히 미국과 다른 4개 핵보유국이 핵무기 해체라는 군축 의무를 적극 실시하지 않는다면 참여국들은 어떤 공통의 합의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NPT 조약 6조에서는 “조약당사국은 조속한 일자내에 핵무기 경쟁 중지 및 핵군비 축소를 위한 효과적 조치에 관한 교섭과 엄격하고 효과적인 국제적 통제하의 일반적 및 완전한 군축에 관한 조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성실히 추구하기로 약속한다”고 해 핵보유국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2000년에 열린 6차 재검토회의에서는 핵무기의 전면 폐기에 대한 핵보유국의 명확한 약속을 언급하는 최종 문서가 채택되기도 했으나 그 실행 여부는 여전히 요원하다. 이에 대해 비핵보유국들은 “미국 등의 핵보유국은 이제 ‘립 서비스 이상의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1일 뉴욕 시내에서는 반전단체 6만여명이 모여 “핵보유국들이 자신들의 의무는 무시한 채 핵무기를추구하는 다른 국가들은 비난하는 위선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일체의 핵무기를 금지하는 협상을 이번 회의에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7차 NPT 재검토 회의가 미국의 의도대로 북한과 이란을 성토하는 무대가 될지, 아니면 미국이 강력한 유탄을 맞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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