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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 지내는 국가는 전쟁 도모하는 국가"

[화제의 신간]日지식인이 말하는 '신사참배의 추악한 진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과거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사과"를 말한 22일, 일본에서는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14명의 위배가 합사(合祀)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 국회의원 80명이 집단 참배했다. 이같은 일본 정치권의 이중성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이같은 신사참배의 이중성과 야만성을 일본의 한 양심적 지식인이 해부한 책이 출간돼 주목된다.

문제의 <야스쿠니의 일본, 일본의 야스쿠니>(산해 간)는 일본의 대표적 양심으로 평가받는 고야스 노부쿠니 오사카대 명예교수가 쓴 책으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담겨져 있는 일본정치권의 야만성을 적나라하게 파헤지고 있다.

***"고이즈미 신사참배는 일본국민과 아시아인에 대한 도발"**

1869년 설립된 야스쿠니 신사에는 메이지 유신부터 2차 세계대전에서 사망한 2백13만명의 군인을 포함, 2백46만 명의 전몰자 위패가 안치되어 있다. 여기에는 태평양전쟁에서 희생당한 한국인 2만1천명의 위패도 있다.신사참배는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친 이의 혼령을 달랜다"거나 "원한을 품고 죽은 인간이 해코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카미'(神)로 모셔서 한다" 는 일본의 풍습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야스쿠니가 문제되고 있는 것은 이곳에 태평양 전쟁의 핵심 전범 14명의 위패도 합사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야스쿠니 신사 안에는 1882년 개관한 일본 최초, 최고(最古)의 군사역사박물관'유슈칸'(遊就館)이 있다. 이 박물관은 2002년 새롭게 단장까지 했다. 유슈칸의 견학용 팸플릿에는 박물관의 취지를 "근대 국가 성립과 일본의 자존 자위, 피부색과는 관계 없는 자유롭고 평등한 세계를 달성키 위해 피할 수 없었던 많은 싸움에 귀중한 목숨을 바친 영령들의 무훈, 유덕을 현창하고 영령이 걸어간 근대사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고 적고 있다. 일본이 저지른 전쟁에 대한 노골적 미화다.

저자는 역사학자 조지 L. 모스의 말을 인용, "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는 순국 영령들을 위한 제사가 쇠퇴했다"며 "이는 전투원 비전투원을 가리지 않고 무수히 죽어간 사람들에 의해 획득될 수 있는 국가의 영광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야스쿠니 신사에 내포돼 있는 전근대적 국가주의를 질타했다.

저자는 야스쿠니 참배와 관련, "유족들은 순국 영령 전체를 추모하기 위해 그곳을 방문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아버지, 남편을 추모하기 위해서 그곳을 찾는 것"이라면서 "그러므로 야스쿠니의 순국영령을 위한 제사란 일본 제국의 연속성을 믿는 정치인들이나 옛날 군인들, 정치적 학자들과 신관들의 상념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고이즈미 총리가 공공연하게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것은 일본 국민과 아시아 이웃들에 대한 도발"이라면서 "순국 영령들의 신사인 야스쿠니를 총리가 참배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시대착오로 가득 찬 기만행위"이라고 맹비난했다.

***"제사 지내는 국가는 전쟁을 도모하는 국가"**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순국영령을 제사지낸다는 야스쿠니에서는 모든 전쟁 희생자가 아니라 일정한 '역사해석과 역사관'에 근거해서 죽은 사람을 '선별'해 제사를 지내고 있다. 예컨대 대외적으로 국가의 주권을 행사하면서 벌인 전투가 아니라, 일본 내에서 미국의 공격을 받아 죽은 수십만명의 오키나와 전투 희생자들에 대해서는 국가차원에서 결코 제사를 지내고 있지 않고 있다.

때문에 저자는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참배는 단지 시대에 뒤떨어진 행위일 뿐 아니라 20세기 전쟁의 무수한 희생자를 딛고 이루어진 일본의 역사를 전혀 성찰하지 않은 오만이며 수치를 모르는 짓거리"라고 성토했다.

그는 "일본의 평화헌법이 '전쟁을 하지 않는 국가'로 선언한 것은 스스로를 '제사를 지내지 않는 국가'로 규정한 것"이라면서 "조상 숭배 종교인 일본의 '국가신도'를 연구한 결과 '제사를 지내는 국가'는 '전쟁을 도모하는 국가'와 상관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경계했다.

이어 그는 일본의 극우논객 나카니시 데루마사(中西輝政) 일본 교토대 교수가 "야스쿠니를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켜가는 것은 국가의 안보정책에서 제1급의 중요 과제"라고 한 일련의 발언을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우익들의 정신상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나카니시는 "거듭해서 말하지만 국가의 존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숭고한 자기희생이다. 그러한 희생정신을 발휘한 사람들은 국가가 전력을 다해 현창하여 후세에 전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로서의 도의심은 땅에 떨어지고,장래 국가에 위기가 닥쳤을 때 아무도 목숨을 바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카니시 주장에 대해 저자는 "야스쿠니를 위해 말한다는 것은 장래에도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칠 사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데루마사의 '국가의 안보정책 제1급의 중요과제'라는 주장은 극히 솔직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야스쿠니는 회고적 내셔널리즘이 빚어내는 악취와 죽은 사람들을 둘러싸고서 떠드는 신도적 정치인들의 소음에 둘러싸여 존재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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