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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도 참고문헌도' 없는 대한상의 '유령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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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저자도 참고문헌도' 없는 대한상의 '유령 보고서'

"새만금-천성산공사 중단 35조 피해"에 환경단체 "공부 좀 해라"

대한상공회의소가 새만금 간척사업과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관통 터널이 중단될 경우 35조원의 손실이 생긴다는 보고서를 발행하고도 그 주장의 구체적인 근거는 물론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자도 밝히지 않고 있어 '유령 보고서'냐는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대한상의, "새만금, 천성산 터널 공사 중단하면 35조원 사라져"**

대한상의는 지난 7일 발간한 '주요 국책사업 중단사례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새만금 간척사업, 천성산 터널 등 국책사업의 공사 지연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이미 4조 1천7백93억원이나 되며, 새만금 간척사업과 천성산 터널이 환경단체의 반대로 철회될 경우 향후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가가치 35조 5천94억원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중단되면 5조 4천2백18억원의 부가가치가 천성산 터널이 중단되면 30조 8백76억원의 부가가치가 미창출된다는 것이다.

특히 대한상의는 또 "이렇게 큰 손실을 야기하는 국책 사업 중단은 환경단체 탓이 크다"며 "환경단체는 환경지상주의에 입각해 환경에 유리한 결정을 무조건 선이라고 믿으며, 갈등의 원인과 해결을 무조건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고, 갈등의 주체로서 적극적인 대안 제시나 타협점을 찾기보다는 '승리'에 집착해 반대만 하는 경향이 있다"고 환경단체를 비난했다.

이날 대한상의가 밝힌 부가가치 미창출액은 2003년 국내총생산(GDP)의 4.93%에 이르고, 2005년 정부 예산 1백95조원의 18.21%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이다. 이런 대한상의의 주장은 일부 언론에 의해 비중 있게 다뤄졌고, 특히 <중앙일보>는 같은 주장을 담고 있는 대한상의 박용성 회장의 기고를 싣기도 했다.

***"연구자-자문 전문가는 비밀, 공개 못해", '유령 보고서' 논란**

문제는 이런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 보고서를 발간한 대한상의가 그 주장에 부응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대한상의 보고서는 35조원을 넘는 액수만 밝히고 있을 뿐, 이 부가가치 미창출액의 구체적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대한상의가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를 이용했는지에 대한 참고문헌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보고서는 단지 수년간에 걸친 사회적 토론과 법적 공방을 통해 이젠 정부조차도 자신 있게 내놓기를 꺼려하는 각 국책사업의 각종 손실액과 관련된 '낡은 수치'들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건설 투자가 이루어지면 고용 증대 효과와 다른 산업에 대한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상식"이라며 "추정된 금액은 가치 평가 관련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한상의는 보고서를 직접 작성한 연구자와 대한상의가 자문을 받았다는 전문가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을 거부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관례상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자를 공개하지 않아 왔으며, 전문가의 신상도 비밀"이라고 답했다.

이런 정책 보고서의 경우 상세한 참고자료 목록과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연구자를 공개하는 것이야말로 '상식'에 속한다. 대한상의가 '무책임하다고' 비판한 환경단체의 경우 최근 '경부고속철도 공사의 경제성 평가'를 검토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해당 보고서의 연구자는 물론 연구방법과 참고한 자료도 상세히 공개했다.

***박용성 회장, 사실관계 파악도 못하고 언론 기고**

특히 박용성 회장은 <중앙일보> 기고에서 사실관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내용을 적시해 빈축을 샀다.

박 회장은 "모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을 위해 설치한 태양광 집광판이 주변의 햇빛을 다 빨아들여서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고 주민을 선동해 몇 개월씩 공사를 지연시키는 환경단체도 있다고 한다"며 "정말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후손을 위한 행동이라고 믿으라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프레시안>이 확인한 결과 이런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실제로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 태양광 발전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오해를 해 기업과 갈등을 빚자 환경단체가 나서서 기업과 지역 주민 사이를 중재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이다. 태양광 발전 등 재생가능 에너지 산업을 적극 보급하는 데 노력하고 있는 에너지대안센터 등 환경단체가 박 회장의 주장과 같은 일을 할 리가 없다.

'환경단체 흠집 내기'에 주력하다보니 기본적인 사실 관계도 파악하지 못한 채 자기 주장만을 강변한 꼴이 된 것이다.

***환경단체, "대한상의 공부 더 열심히 하라" 격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환경단체들도 강한 비판을 하기보다는 대한상의를 오히려 격려(?)하는 여유를 보였다.

환경운동연합은 8일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환경 갈등 사안에 대해서 기업 집단의 이익을 대표하는 대한상의에서 늦었지만 관심과 입장을 표명했다는데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 환경 갈등 사안에 대한 기업의 태도 변화와 긍정적 참여를 기대한다"고 대한상의가 이렇게 나선 것에 대한 의미를 평가했다.

환경연합은 이어서 "대한상의가 낸 보고서에 대해 구구절절 논박하지는 않겠다"며 "우선 보고서는 합리적인 타당성 분석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기업 로비나 정략에 의해 추진된 국책사업이 국가 경제와 지역 사회에 큰 부담을 안긴 것부터 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연합은 "대한상의는 (앞으로) 국책사업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에 기초한 말꼬리 잡기식의 주장이 아니라 정확한 사실관계와 논리적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환경문제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할 때 대한상의의 위상에 걸맞게 더 신뢰성과 책임성 있는 연구를 진행하기 바란다"고 훈수를 뒀다.

녹색연합도 8일 "대한상의의 보고서는 사업자가 제시한 불분명한 자료를 근거로 과다한 수치를 남발하면서 경제를 염려하는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유포한 무책임한 행위"라며 "특히 경부고속철도의 경우 9개월 동안 이미 2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5천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실정에서 공사 지연에 따른 혈세 낭비 운운은 가당치 않다"고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대한상의는 개발 추종 논리와 억지 주장으로 환경단체 탓만 할 게 아니라, 기업이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는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지구 생존과 인류의 복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율스님, "철저한 사실관계 따질 것,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한편 그동안 <월간조선> 등의 악의적인 개인 비난에 대해서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던 지율스님은 이번 대한상의의 주장을 그대로 넘어가지 않을 뜻을 밝혔다.

지율스님은 8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그 동안 언론의 악의적인 왜곡 보도는 나 개인을 겨냥한 것이어서 참고 넘어갔지만 이번 대한상의의 주장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대한상의의 사회적 위상이 있는데다 이번 주장은 대부분의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앞으로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제대로 짚고 넘어가겠다"고 밝혔다.

지율스님은 "대한상의 측에 연구자를 포함한 보고서 작성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한 상태고, 요구를 듣지 않을 경우에는 환경ㆍ사회단체와 공동으로 문제를 제기해 필요하면 공개 토론회도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율스님은 또 "이런 함량미달의 보고서가 아무런 여과 없이 언론을 통해 시민에게 제공되는 것도 큰 문제"라며 "기자들 머릿속에 대한상의와 같은 편견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수준 낮은 보고서를 기사화했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를 꼬집었다.

이번 보고서가 '웃음거리'가 되면서 "환경단체를 견제할 것"이라고 당당히 밝힌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의 계획은 처음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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