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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공사 지연으로 국민경제에 도리어 이익"

"고속철은 돈 먹는 하마", "연 2조원 손실, 터무니없는 거짓말"

1일 고속철도 개통 1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KTX는 2004년 9개월 동안 2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5천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천성산 문제 등을 통해 대구~부산 구간의 공사가 지연돼 오히려 이익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연간 2조원 손실' 터무니없는 거짓말, 공사 지연돼 오히려 이익"**

'생명과 평화를 위환 환경연구소' 조승헌 소장(경제학 박사)은 31일 '경부고속철도 2단계(대구~부산) 공사 지연에 따른 경제성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그동안 공사 지연에 따라 연간 2조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건설교통부의 일방적 주장을 앵무새처럼 따라했던 일부 언론과 경제학자의 행태에서 벗어나, 실제로 2004년 9개월간의 운행을 통해 축적된 실측자료를 이용해 비용과 편익을 엄밀하게 분석한 것이어서 큰 설득력을 갖는다.

조승헌 소장은 "일부 언론이 '공사가 하루 지연되면 7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건설교통부의 주장을 근거로 연간 2조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보도하고 있으나, 실제로 편익과 비용을 따져서 분석해보면 이 주장은 심각한 오류임이 밝혀졌다"며 "비용과 편익을 엄밀히 따져 분석해보면 오히려 공사가 중단돼 앞으로 30년간 최소 1백53억원에서 최대 1천4백24억원의 편익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건설교통부 주장을 전적으로 수용해 앞으로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공사비 증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할 경우, 공사 중단 없이 계속 진행할 경우 순수한 편익은 30년간 4조2천6백69억원이 발생한다. 흥미로운 것은 만약 공사가 1년 지연될 경우 순편익을 따져보면 30년간 4조2천8백22억원으로 계산돼, 공사가 중단된 탓에 오히려 1백53억원 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공사비 증가가 없다고 하더라도 운행에 따른 여건이 악화될 경우를 염두에 두면 공사 중단에 따른 편익은 더욱더 커진다. 운행 여건이 악화돼 수익이 감소할 경우를 감안하면 공사가 1년 지연될 경우 7백20억원, 2년 지연될 경우 9백64억원, 3년 지연될 경우 1천43억원의 편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사비가 현재 추정된 것보다 약 15% 증가할 경우를 가정하면 편익은 더욱더 커진다. 공사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 진행될 경우 순편익은 30년간 3조2천5백70억원이 발생한다. 이 경우 운행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을 경우에는 1년 지연될 경우만을 따져도 최소 8백58억원에서 최대 1천4백24억원의 편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년 지연될 경우는 최소 1천1백56억원에서 최대 2천3백24억원, 3년 지연될 경우 최소 1천2백59억원에서 최대 3천13억원의 편익이 발생한다.

***낙관적인 상황 가정해도 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 극히 미미해**

물론 공사가 무한정으로 지연될 경우에는 당연히 손실이 발생한다. 하지만 그 손실의 규모도 '연간 2조원'과 같은 터무니없이 과장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조승헌 소장은 "앞으로 경부고속철도의 수요가 획기적으로 증가하는 낙관적 전망을 할 경우에도 공사 지연에 따른 30년간의 손실은 최소 64억원에서 최대 2천5백64억원에 불과했다"며 "이 경우 연간 손실액은 2억에서 85억 수준에 불과하며, 1인당 연간 부담액은 인구 4천5백만이라고 가정하면 약 5원에서 1백89원 정도"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런 긍정적인 상황이 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경부고속철도는 2004년 9개월 동안에 벌써 2천억원, 올해는 5천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는 2004년 9개월간의 실적을 보면 비교적 최근에 예상된 수요 예상(하루 수입 35억5천2백만원)과 비교해도 51% 수준(18억1천2백만원)에 그쳤다. 한 마디로 이미 '돈 먹는 하마'가 돼 국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애물단지가 된 것이다.

조 소장은 "기존의 경부고속철도 편익을 산출하는 방식은 수요를 터무니없이 부풀리는 식으로 이루어져 현실과는 동떨어진 과장된 장밋빛 전망만 넘쳐났다"며 "현재 경부고속철도의 할인율 7.5%에 비해 편익의 증가율이 3% 내외라는 구조적 속성을 염두에 둔다면 이런 상황은 더욱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남고속철도 건설의 경제적 여건 미숙을 거론하며 착공 시기를 늦추는 것을 이해찬 총리가 언급한 것처럼 경부고속철도도 경제적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분한 시간 갖고 사회적 공론화 하는 것이 오히려 사회 전체에 이익"**

조승헌 소장은 "이번 연구의 함의는 1~3년간 공사를 중단하는 것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기존의 편견이 잘못된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며 "오히려 1~3년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 대안 노선에 대한 검토와 같은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된다"고 지적했다.

조 소장의 이런 지적은 이미 정부 정책 입안자들도 공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지율스님 1백일 단식에 따른 천성산 환경영향 공동조사를 정부가 받아들인 결정적인 배경에는 3개월 정도 공사가 중단된다고 하더라도 전체 사회적 비용 증가는 미미하다는 정부의 판단이 작용했던 것이다.

한편 조승헌 소장은 그간의 언론 보도를 질타했다. 조 소장은 "하루 70억원의 사회적 손실, 연간 2조원 혈세 낭비의 주장의 근원이 건교부 등임은 이미 언론 보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며 "언론이 무비판적이고 전면적으로 한쪽 입장만 따라해 오히려 합리적 의사 결정을 방해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조 소장의 지적대로 일부 언론의 '낯 뜨거운 행태'는 계속됐다. 지난 2월 지율스님 1백일 단식이 끝나자마자 '혈세 2조원이 낭비됐다'는 보도를 한 언론들이 최근 고속철도 개통 1주년을 조명하는 기사에서 일제히 "대규모 적자가 우려된다"는 식의 보도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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