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14일 '중-일 관계개선 3원칙'을 밝히며 “중-일 관계는 정치 분야 등에서 장애물이 있으며 근본적인 문제는 일본이 역사 문제를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해 일본의 역사왜곡 등을 비판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원 총리가 역사문제 지적보다는 관계개선 뜻 표명에 강조점을 뒀다고 해석했으며,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도 환영의사를 나타내 일본이 견강부회하는 게 아니냐는 빈축을 사고 있다.
***中원자바오, “日, 역사문제 제대로 바라봐야” 중-일 관계개선 3원칙 제시**
원자바오 총리는 이날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 3차 회의 폐막식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과의 관계는 중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양국 관계 가운데 하나”라면서도 “양국간에는 장애물이 있으며 특히 정치분야에 있어 그렇다”고 지적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이 보도했다.
원 총리는 ‘일반적으로 중-일 관계는 정치분야에선 차갑고 경제에서는 뜨거운 것으로 표현됐으나 최근에는 정치-경제 모두 차가운 것이 아니냐’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근본적인 문제는 일본이 역사문제를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중-일관계를 발전시키고 강화하기 위해 3가지 원칙을 제안한다”면서, 첫번째로 “(일본은) 역사문제를 거울로 삼아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는 중국의 인민항일전쟁승리 60주년”이라면서 “역사를 통해 우리는 전쟁이 중국 인민과 아시아, 일본 국민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가져다 줬음을 상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두번째 원칙으로는 ‘하나의 중국 원칙 견지’를 제시하며 “미-일 안보동맹은 양국간 문제이긴 하나 이는 대만문제와 관련된 것이기에 우려한다”고 우회적으로 미-일 안보동맹 강화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 문제이며 외세에 의한 어떤 직간접적인 간섭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마지막 세번째로 ‘공동 발전을 위한 협력 강화’를 제안하며 “양국간 협력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경제와 무역에서 그러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이같은 세가지 원칙 외에 ▲양국간 고위층의 상호 방문을 촉진하기 위해서 조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양국 외교부는 양국간 우호를 증진하기 위한 방안과 수단을 찾기 위해 전략적 연구를 함께 시작해야 한다 ▲역사문제는 적절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日, “中, 역사문제보다 관계개선에 방점” 견강부회 해석?**
이같은 원 총리의 발언에 대해 일본정부는 ‘양국 수뇌 상호 방문을 위한 환경 만들기’ 제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는 신사참배 등 '역사문제' 때문에 고이즈미 총리의 중국방문이 여지껏 성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저녁 “양국 수뇌의 상호 방문은 바람직한 시기에 하면 된다”면서 긍정적인 자세를 나타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일본도 중-일 관게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원 총리의 중-일관계 강조 발언에 화답했다.
호소다 히로유키 관방장관도 “일본 정부는 중일관계 장래를 매우 밝게 보고 있다”면서 원 총리 발언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으며, 외무성의 다니우치 쇼우타로 사무차관도 회견을 갖고 “일본도 미래 지향으로 중일 관계를 잘 해나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도 원 총리의 발언을 상당히 호의적인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이 중단된 중-일 정상 상호 방문 환경만들기를 위해 중일관계 개선을 목표로 하는 3개의 제안을 처음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또 “현안의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변화시키지 않았다”면서도 원 총리가 동중국해 문제나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등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실무면에서는 관계를 진전시켜하고 싶어하는 대일방침에 근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케이신문>도 “원 총리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며 원 총리의 발언에서의 역사문제 언급보다는 관계발전을 위한 내용에 방점을 찍어 보도했다. 신문은 또 이번 원총리 발언 배경으로 “대일 경제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중국의 발전전략이 놓여 있어 관계 개선이 급선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3원칙 가운데 “역사문제와 하나의 중국 원칙은 기존과 변함없다”면서 “3항의 공동 발전 목표가 주목받고 있으며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지난해 말 일본을 중심 목표로 한 발전전략을 결정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즉 “중국은 과학적 발전관에 근거해 중국의 국익 추구에 필요한 파트너를 검토한 결과 산업뿐만 아니라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에서도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일본과의 제휴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또 “원 총리가 우호 강화를 위한 전략적 연구를 제시한 것도 중국측은 중일 정치 관계 악화가 전략적 대립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반영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일본 언론의 분석은 역사문제에 대한 원 총리의 지적은 간과하고 관계발전 부분만 확대해석한 ‘견강부회’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중-일간에는 일본 교과서를 둘러싼 역사문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동중국해 천연가스 개발 갈등, 댜오위다오 영토 문제, 대만 문제 등 첨예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도 일본이 문제해결을 위한 전향적 자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심도 있는 관계개선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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