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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부실도시락' 주범은 관료의 '복지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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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부실도시락' 주범은 관료의 '복지부동'

서귀포시 "아동들 현물-상품권 요구하나 상부 지시때문에 안돼"

제주도 서귀포시가 결식아동에게 극도로 부실한 점심도시락을 제공해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어떻게 이런 도시락을 결식아동에게..."**

파문은 제주 시민단체인 '탐라자치연대(대표 이군옥)가 지난 8일 서귀포시 홈페이지 신문고에 부실도시락을 고발하는 글과 사진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탐라자치연대는 "서귀포시는 지난 12월말부터 방학기간인 60일을 기준으로 7백여명의 결식아동에게 중식을 제공하고 있다. 예산만 해도 1억여원에 상당하는 액수이다. 하지만 불과 10여일이 지난 지금 도저히 결식아동을 위한 중식으로는 볼 수 없는 도시락 내용물이라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결식아동들에게 제공된 문제의 7일 부실도시락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 찍힌 도시락은 빵 1개에 단무지 2∼3점, 게맛살 4조각, 삶은 메추리알 5개, 튀김 2개로 질과 양이 극도로 부실했다.

탐라자치연대는 "서귀포시 관계자에 따르면 중식비는 1인당 2천5백원이며, 관내 식당과 위탁계약하여 중식을 제공하며, 동사무소에서 배달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도시락 내용물은 매일 확인한다고 하지만 사진에서 보듯 과연 2천5백원에 상응하는 내용물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고 질타했다.

탐라자치연대는 따라서 "서귀포시는 이제부터라도 문제점을 파악하여 결식아동돕기라는 훌륭한 취지에 맞게 준비하고 계속적인 감독을 해야 한다"며 "도시락 내용물이 결식아동에게 격려는커녕 힘을 빼앗고 있다면 이건 보통의 문제가 아니다. 기획미비와 준비소홀로 인해 결식아동돕기가 생색용으로 전락해서는 안되며, 주대상도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인 결식아동이라는 점에서 더욱 준비에 만반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귀포시 "상부기관 지시때문에 현금-현금 지급 못줘" 발뺌**

탐라자치연대의 글은 곧 네티즌들 사이에 거센 분노를 일으키면서, 서귀포시에는 분노의 목소리가 쇄도했다. 서귀포시는 이에 10일 사회복지과 담당자가 홈페이지에 해명글을 올려 진화에 나섰다.

서귀포시는 "학교에서 무료급식을 받아오던 아동들에 대하여 방학 기간 동안에는 일반 행정기관의 예산(국비, 도비, 시비)으로 점심을 제공토록 함에 따라 마을단위, 동단위로 식당을 지정하여 식사를 배달하거나 결식아동이 직접 식당을 이용하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하였으나, 저렴한 급식단가(1식당 2,500원)와 대상아동들의 이용 기피 등으로 식당 활용이 여의치 못하였다"며 "부득이 우리시에서는 관내 식당업자와 위탁계약을 체결하여 중식시간에 맞추어 가정마다 도시락(식단은 매일 다름)을 매일 배달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나 지난 1월7일에 배달된 도시락 내용물은 나중에 확인한 결과 빈약하였다고 생각하며 업체 지도·감독을 소홀히 한 점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서귀포시는 "참고로 약 10일 동안 운영해본 결과를 설명 드리면 도시락 용기 구입 비용과 가정배달 비용 등이 추가되는 단점(추가 비용은 급식단가에서 처리됨)이 있는 반면에, 급식을 받는 아동과 가족들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는 장점도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며 "운영 도중에 수혜자들로부터 현금이나 현물, 상품권 등으로 지급하여 달라는 요구도 많이 있었으나 급식을 우선으로 실시하라는 상부기관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이해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일단의 책임을 상부기관으로 떠넘겼다.

***서귀포시 서둘러 관련자 인책**

하지만 이같은 책임전가성 글은 도리어 네티즌들의 분노를 증폭시켰고, 이에 다음날인 11일에는 서귀포시장이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후 관계자 인책을 하기에 이르렀다.

강상주 서귀포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7일 결식아동에게 지급된 점심 도시락이 부실해 해당 결식아동을 비롯 사회에 심려를 끼친데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이번 일을 거울삼아 뼈를 깎는 반성속에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않도록 아동급식 지원시책을 재검토, 시급히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또 아동급식을 담당한 책임 과장에 대해 관리 감독에 소홀한 책임을 물어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직위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고, 이날 오후 서귀포시는 즉각 인사위를 소집해 진모 사회복지과장을 직위해제했다.

또한 조사결과 문제의 부실도시락은 보건복지부 지침을 묵살한 데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청의 현지조사 결과 서귀포시가 1명의 결식아동 점심 도시락 지원비 2천5백원 가운데 5백원을 배달료로, 3백원을 도시락 용기비용으로 각각 지출해 전체 지원비의 32%인 8백원을 부대비용으로 지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지침으로 정한 부대비용 비율 20%를 초과한 것이었다. 이에 제주도청은 앞으로는 동사무소 직원들을 통해 결식아동들에게 직접 배달, 배달비용을 줄임으로써 정해진 범위 안에서 부대비용을 지출토록 서귀포시에 촉구했다.

***공무원 '군림행정' '복지부동'의 산물**

이번 서귀포시 부실도시락 파문은 지난연말 대구 네살배기 어린이의 '아사' 사건에 이어, 우리나라 사회복지 행정이 얼마나 '군림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는가를 또한차례 보여줌으로써 국민에게 큰 충격과 분노를 안겨주고 있다.

국민의 낸 돈으로 집행하는 결식아동 점심 지원을 마치 자신의 돈으로 선심이라도 쓰는양 내려다보며, 책상위에서 행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또한 서귀포시 사회복지과가 시인했듯 "운영 도중에 수혜자들로부터 현금이나 현물, 상품권 등으로 지급하여 달라는 요구도 많이 있었으나 급식을 우선으로 실시하라는 상부기관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은, 현장을 도외시하고 위의 눈치만 살피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가를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시민-종교단체들도 이번 사태에 대해 일정한 '도덕적 책임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이에 일각에서는 "결식아동 지원예산은 정부가 내되, 도시락 마련과 배달은 시민-종교단체가 맡아서 아동들이 먹을만한 식사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아울러 결식아동 가정이 요구하는 현금이나 현물, 상품권 제공도 허용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아 정부의 대응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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