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과 자질에 대해 여론의 집중 질타를 받고 있는 이기준 신임 교육부총리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5일 오전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다.
***이 부총리,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것"**
이기준 교육부총리는 취임사에서 "여러 모로 부족한 제가 인적 자원 책임과 교육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게 되어, 개인적인 영예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교육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교육 현장에 상존해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슬기롭게 조화시켜 교육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는 데 모든 역량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교육부총리는 "지금까지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일에만 교육적 관심과 열정을 쏟는 경향이 있었다"며 "정보화 시대를 주도하는 선진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 줄 아는 인성을 갖추고, 외국의 인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고, 다양성을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교육정책의 방향을 대학 등 고등교육의 '경쟁력 강화'에 우선점을 둘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어서 신자유주의적 교육 정책이 더욱더 강화될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는 이 교육부총리가 대학 구조 개혁 가속화, 이공계 인력 양성 등 노무현 정부의 혁신 과제에 부합하는 교육개혁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점을 높이 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서울대 총장 시절에도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학생 정원 감축, 학부 통폐합, 교수 평가제 등을 추진했었다.
***'도덕성 논란' 이 부총리, "교육부는 국민 비판에 무감각" 질책**
이 교육부총리는 아울러 "어린 나이의 자녀를 외국 교육 기관에 맡기면서 부부가 수년간 떨어져 사는 특이한 가족이나 자녀 교육이 너무 힘들어 자녀를 하나 이상 낳아 키우기 어렵다는 부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젊은 학생들에게 미래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교원들에게는 잃어버린 자긍심을 회복시켜주며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을 때 우리나라를 인재 강국으로 도약시키는 일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그는 "국민을 감동시키는 교육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자세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며 "국민의 비판을 으레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가운데 무감각해진 것은 아닌지 겸허하게 반성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부총리는 취임식이 끝난 뒤 기자실에 들렀으나 도덕성 시비 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 없이 기자들과 인사만 나누고 돌아가 국민 비판에 무감각한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교육부 일각, "구관이 명관될까 우려"**
안병영 전 부총리를 보내고 신임 부총리를 맞는 교육부 역시 어수선하다. 말을 아끼면서도 안병영 전 부총리의 대안이 이기준 신임 교육부총리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는 분위기다.
어렵게 입을 연 한 교육부 공무원은 "안병영 전 부총리가 최근 수능시험 부정을 비롯해 갖가지 구설수에 오르기는 했으나 안병영 전 부총리가 경질을 당할 정도로 직접 책임을 져야 할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안 부총리가 임기중 보여준 교육계 수장으로서 능력과 교육개혁에 대한 열정에 대해 많은 직원들이 존경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기준 신임 교육부총리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털어놓은 셈이다.
한 교육단체 관계자도 "장고 끝에 악수를 둔 다더니 차라리 안병영 전 부총리가 그대로 있는 게 나을 뻔 했다"며 "이기준 신임 부총리가 실타래처럼 얽힌 교육계의 난제들을 더욱더 복잡하게 할 것 같아서 걱정이다"고 이기준 교육부총리의 능력에 대해서 강한 불신을 털어놓았다.
한편 안병영 부총리는 4일 이임식에 앞서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각 시·도 교육청이 관할하는 수능시험은 교육부총리에게 직접 책임이 없는데 그 이유로 교체하는 것을 수긍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교육계 수장이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고 대답했지만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년만에 또다시 바뀐 신임 교육부총리가 도덕성과 자질 시비에 휘말린 것을 보는 교육부 공무원들의 마음은 새해 벽두부터 스산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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