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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우크라이나 대선 둘러싸고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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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우크라이나 대선 둘러싸고 대립

美 "부정의혹 인정못해”. 러 '친러시아 당선자' 반겨

선거부정의혹으로 우크라이나가 내전 위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선거결과를 부정하며 친서방성향의 야권 후보를, 러시아는 친러시아 성향의 여권 후보를 지지하고 나서는 등 또다른 대립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이의 민감한 지역에 위치한 국가로 양측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국가다.

***美파월, “부정의혹 우크라이나 선거결과 인정 못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지난 21일 우크라이나의 대선이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부정선거사례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그 결과를 합법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선거결과를 정면 부정하고 나섰다.

파월 장관은 “선거결과에 대한 완벽한 조사”를 요구하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뜻을 반영하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즉각적이고 책임있는 자세로 해결책을 찾지 않는다면 미국과 우크라이나 관계에는 중대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월 장관의 이러한 강력한 경고 발언은 우크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부정선거 시비속에서도 현 총리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후보가 49.46%의 득표율로 46.61%를 얻은 야당 후보 빅토르 유시첸코에 승리를 거뒀다고 발표한 직후 나왔다. 야당측은 그러나 출구조사결과 10%포인트 가까이 앞섰던 선거결과가 이렇게 정반대로 나온 사실을 수용할 수 없다며 사흘째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파월 장관은 자신이 언급한 '중대한 결과'와 관련, “유럽 각종 기구에 가입하려는 우크라이나의 목적은 달성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외국적 봉쇄를 시사했다. 미국은 또 과거 선거부정이 있는 것으로 미국이 간주했던 국가들에 대해 그 나라 관리들에 대한 미국 비자를 허용하지 않거나 미국내 자산동결조치 등을 한 경우가 있어 이번에도 유사한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월은 그러나 우크라이나 선거결과를 지지하는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세르게이 라브노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논의한 이후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 관련 평화적인 해결책을 찾는데 모두 관심을 표명했다”며 “이번 사태로 러시아와 경쟁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나토-러시아 사이 전략적 요충지 **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예민한 지정학적인 위치와 의미를 볼 때 미국과 러시아간 갈등이 쉽게 봉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5천만 인구의 우크라이나는 구 소련연방공화국 가운데 영토와 자원 면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1991년 구소련연방에서 독립한 이후에는 러시아와 나토 사이 가장 민감한 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지정학적인 이유로 언제나 양 진영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우크라이나는 그러나 중립을 표방해오던 입장을 지난 2002년 공식 포기하고 EU 회원국이 되길 바란다고 선언했으며 나토의 평화 프로그램 등에 적극적인 파트너로 참여해왔다. EU는 이에 환영의사를 표명하면서도 좀더 적극적인 정치.경제.군사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으며 우크라이나는 이러한 EU의 반응에도 불구, 1천5백명 규모의 병력을 이라크에 파병해 미국 및 EU 등 서방국가들에 대한 호의적인 자세를 견지했다.

***미-러, 친서방-친러시아 후보 관련 대립**

이처럼 이번 사태는 미국과 러시아간 갈등으로 발전하면서 한층 사태를 혼미하게 만들고 있다.

러시아는 ‘전략적 완충지대’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할 의도를 여전히 숨기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 대선에서 친서방성향의 유시첸코가 당선될 경우 이 지역의 국익에 위협이 될 것으로 간주하고 친 러시아 성향의 야누코비치를 지지해왔다. 이에 따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미 야누코비치 당선을 축하했으며 러시아 의회도 우크라이나 야당측의 ‘불법 행동’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와 달리 미국은 선거부정의혹을 제기하며 친서방성향의 유시첸코를 내심 지원하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미국은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명분과 부정선거의혹에 따라 야권을 지지한다는 입장이나 유시첸코 및 야누코비치 성향과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인 중요성도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유시첸코는 선거 유세 중 자유시장적 경제개혁과 EU 및 나토와의 관계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미국은 실제로 민주적 기준 확립을 촉구한다며 지난 2월이래 우크라이나에 대거 고위급 인사들을 보내 상당한 관심을 표명해 왔다. 방문한 면면을 보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무 부장관,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마들린 울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즈비그니프 브레진스키 전 국가안보보좌관, 리처드 훌브루크 전 유엔 대사 등 거물급 등이다.

***우크라이나 내전 위기**

한편 사흘째 대규모 시위의 소용돌이속에 휘말리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선관위 공식 발표 이후 야당의 유시첸코 후보가 “선거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국민 총파업을 촉구하고 나서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가 내전의 위기에 몰려 있다”며 수도 키예프의 독립광장에 모여 집회를 갖고 있는 수만명의 지지자들 모습을 전했다. 실제로 유시첸코 후보도 광장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선관위의 불법적 결정이 내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며 “이번 발표는 국가에 의한 쿠데타”라고 선언했다.

폭동진압경찰과 대치하던 일부 지지자들은 또 대통령 행정실 건물 중 하나인 시내 4층짜리 우크라이나 문화센터 건물을 장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야누코비치 총리측은 “우리는 선거에서 깨끗하게 이겼다”고 주장하면서도, 러시아의 인테르박스 통신에 따르면 총리는 유시첸코 측에 협상을 요구하며 “우리는 공통의 언어를 찾을 것이고 다함께 잘 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타협을 요구했다. 그러나 야당은 '재선거'를 요구하며 강력반발하고 있어 타협점을 찾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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