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인권법 제정에 이어 북한을 '집단망명 허용 국가'로 지정, 탈북자들이 미국에 집단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혀, 부시 재집권후 미국의 대북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또한 미국은 한국정부에 대해 탈북자들을 적극 수용할 것을 촉구, 북한의 강한 반발을 의식해 탈북자 문제에 조심스런 접근법을 취하고 있는 한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美, "北, ‘프라이어리티 2’ 지정 검토”**
아서 듀이 미 국무부 이주.난민 담당 차관보는 17일(현지시간) “우리는 개인 차원에서 탈북자들이 국토안보부의 심사를 통과할 경우 망명을 허용하겠다고 이미 밝혔으며, 또 적절한 해결책이라고 생각될 때는 북한을 망명 허용 정도를 규정하는 우선 순위인 ‘프라이어리티 2’ 국가로 지정할 준비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 등이 보도했다.
듀이 차관보는 이날 워싱턴 외신기자센터에서 미국의 난민정책 브리핑을 갖고 탈북자 문제와 관련 이같이 밝히고 “미국은 탈북자들에 대해 국토안보부에서 심사를 한 뒤 이들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확보되면 프라이어리티 1 또는 2로 모두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며 “이들이 북한으로 되돌아가면 종교적 신념 등으로 인해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큰 진짜 난민이라는 사실만 확인되면 미국 망명을 허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현재 난민 관련법에 따라 외국 난민이 미국에 망명할 수 있는 방안을 프라이어리티 1, 2, 3으로 구분해서 적용하고 있다. 1은 개별 망명 때, 2는 특정국 난민들의 집단 이주시, 3은 가족 결합시 적용돼 망명 심사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북한인권법 제정을 통해 북한 주민이 미국에 개별적으로 망명 신청할 경우 심사 요건을 완화해주는 ‘프라이어리티 1’ 자격은 부여한 상태다. 그러나 ‘프라이어리티 2’ 자격 부여 검토 방침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정되면 탈북자들은 미국에 집단으로 이주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북한이 '2' 국가로 지정되면 북한은 미국 난민허용 역사상 옛 소련 시절의 유대인과 기독교인, 쿠바 난민, 베트남 보트 피플 등에 이어 4번째로 '2' 국가로 지정되는 나라가 된다.
이같은 방침은 북한인권법 제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분석되고 있으며 미국이 탈북자 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아울러 이는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의 변화, 북한의 국제적 지위 추락, 한국과 중국의 대책 등 여러 부분에서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인권법은 북한 붕괴 시나리오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북한은 이번 조치에 강력반발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북핵협상 전망을 한층 어둡게 하고 있다.
***“中, 질서있고 조용하게, 탈북자 제3국행 허용 공감” **
듀이 차관보는 이날 또 “최근 중국을 방문, 중국 정부와 탈북자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그는“한국행 기회를 줘야 하는 집단이 존재하며, 현재 ‘질서있는’ 제3국 망명 허용 기회를 늘려주지 않으면 주중 외국공관 진입사태가 더 많아질 것이며, 따라서 탈북자의 제3국 망명을 매우 조용하게 그러나 더 많이 허용하는 게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데 대해 양국이 공감했다”고 밝혀 미국의 이같은 방침이 미-중 사전협의를 이룬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이 1951년 가입한 난민협약에 따라 탈북자들에게 난민 대우를 해주고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의 탈북자 접촉을 허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며 “그러나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보느냐 ‘불법 밀입국자’로 보느냐에 관해선 각자 입장을 고수, 더 이상 논란을 벌이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듀이 차관보의 설명은 중국 정부도 ‘질서있고 조용하게 더 많은 수’의 중국내 탈북자들의 제3국행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돼, 추후 중국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한국, 탈북자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듀이 차관보는 또 이날 “한국의 헌법상 북한 주민도 한국 국민으로 인정되므로 가장 적절한 해결책은 이들이 한국으로 가는 것”이라며 “그에 따라 우리는 한국이 이들의 수용 능력을 증대하는 방안을 한국측과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해, 한국정부가 탈북자들을 적극 받아들일 것을 압박했다.
그는 “미국은 올해 전 세계 난민 가운데 5만3천명을 망명자로 받아들여 미국을 포함한 난민 재정착국 전체의 망명 수용자의 54%를 감당했다”고 덧붙여, 한국측에 재차 압박을 가했다.
미국의 이같은 압박은 지난해 베트남을 통해 4백여명의 탈북자들을 대규모 입국시킨 뒤 북한의 강한 반발에 부딪친 후 탈북자 문제에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는 우리정부에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겨줄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이같은 입장표명은 탈북자를 적극 받아들일 것을 주장하는 한나라당과 국내 보수세력의 발언권을 크게 강화시킬 것으로 예상돼,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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