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루자는 미군에게 점령됐지만 저항세력 공세 지역이 오히려 이라크 중북부 지역으로 확산되는 전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저항세력은 특히 한국군이 주둔중인 아르빌 인근 지역, 모술로 빠른 속도로 잠입하고 있어 쿠르드 자치정부는 모술과 아르빌을 연결하는 도로를 봉쇄하는 등 크게 긴장한 상태이며, 자이툰 부대에도 비상이 걸렸다.
***합참“쿠르드, 모술~아르빌 진입로 봉쇄 돌입”. 자이툰 안전 크게 우려**
합참 관계자는 15일 “한국군 주둔지역인 아르빌의 쿠르드자치정부(KRG)는 최근 모술에서 아르빌로 이르는 진입로에 대한 봉쇄작전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KRG의 이같은 조치는 팔루자에서 미군 공세를 피해 이라크 북부 모술 지역으로 빠른 속도로 유입하고 있는 저항세력이 모술에서 45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있는 아르빌 등 쿠르드족 자치지역에 잠입할 가능성이 큰 데 따른 조치다.
쿠르드 자치지역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군의 팔루자 대공세를 앞두고 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임시정부 총리가 내린 60일 간의 비상계엄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저항세력 공격이 팔루자에서 모술과 키르쿠크 등 쿠르드족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어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군 자이툰 부대도 지난달 19일 4단계에서 3단계로 올린 위험수위 평가와, ‘보통’에서 ‘긴장’으로 마찬가지로 격상했던 테러징후평가를 그대로 유지한 채 모술 현지의 미군 및 KRG의 치안정보 기관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테러 첩보 수집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저항세력, 전선 전역으로 확대. 모술서 2차전선 형성”**
실제로 모술과 키르쿠크 등 쿠르드족 자치지역 주변 대도시에서는 저항세력의 공세가 격화되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미군의 팔루자 대공세는 미군 38명 사망 및 2백75명 부상, 저항세력 1천2백명 사망이라는 결과를 낳고 일단 마무리됐으나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 등 저항세력 지도부는 이미 팔루자를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다른 지역으로 잠입해서 또다른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3일 11개 이슬람 저항세력은 공동성명을 통해 "전선을 팔루자 이외 이라크 전역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나섰다.
쿠르드지역 언론 <쿠르드 미디어>도 “저항세력은 이라크 북부로의 공세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쿠르드인들 사이에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바르함 살레 이라크 부총리도 “모술에서 우리는 팔루자를 떠난 테러리스트들이 2차 전선을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그들은 많은 다른 전선을 형성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항세력은 14일에도 모술의 경찰서 2곳을 습격해 최소 6명의 이라크군병력을 살해했으며 주지사 자택에도 불을 질러 주지사 차량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모술지역의 저항세력의 공세는 지난주부터 팔루자 저항세력에 대한 간접 지원 성격으로 이미 시작됐었다.
이라크 북부 도시 베이지에서도 미군과 저항세력간 교전이 발생, 6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부상당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으며 유전지대인 키르쿠크 북서부 카바자의 유정 4곳도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다.
바그다드에서도 저항세력 공격은 이어져 시내 중심 팔레스타인, 쉐라톤 호텔 인근에서는 폭탄공격으로 이라크인 2명이 숨졌다. 특히 저항세력 15명은 시내 폴란드 대사관으로 몰려가 경비병들과 30여분간 총격전을 벌이다 미군이 출동하자 후퇴했다고 폴란드 외교부가 밝혔다.
***클라크 "팔루자는 시작, 저항세력 항복 없을 것"**
미국의 웨슬리 클라크 전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 사령관은 미군의 팔루자 점령과 관련,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띄운 기고문에서 "팔루자는 시작일 뿐이며 결코 (저항세력의) 항복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케리 당선시 국방장관으로 거명돼던 클라크는 14일 "미군이 팔루자에서 성공했는지 여부는 알아내기 어렵다면서 "제복을 입은 적군도, 적의 사령부도 없고, 미국이 점령해야 할 중앙 사령부 건물도 없으며 결국 어떠한 항복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이같은 지적은 부시 대통령이 전날 주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팔루자 공격작전에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고 자평하면서 내년 1월 이라크 총선을 앞두고 폭력사태가 있겠지만 종국에는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한데 이어 나온 반박이다.
이에 대해 클라크는 이라크전에서의 승리는 단순한 점령이 아니라 저항 세력의 전의를 상실시켜 영원히 맞서 싸우지 못하도록 하고 미국의 목적에 대한 합법성을 갖춤으로써 이라크 국민들이 저항세력에게 관용을 베풀거나 지지를 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무력 사용 과정에 무고한 시민들이 많이 죽거나, 저항세력의 재침투를 막지 못한다면 그것은 패배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 팔루자 점령이 도리어 게릴라전의 전국화를 초래할 것임을 경고했다.
***“이라크 민간인 피해, '재앙' 수준”. 미군, 구호단체 차량 팔루자 진입 막아**
클라크의 우려대로 미군 대공세가 퍼부어졌던 팔루자의 막대한 민간인 피해 규모가 서서히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민간구호단체들은 이와 관련 “이라크 민간인들은 ‘인도적 재앙’에 직면해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가디언>은 또 바그다드 등으로 후송되고 있는 ‘상당한 규모’의 민간인 부상자들을 통해 볼 때 “미군의 정밀 타격 전략은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팔루자에서 지난 12일 떠났던 한 이라크 언론인은 “일부 민간인 사상자는 주택가에 대한 대규모 공격으로 야기됐다”고 밝혔다.
또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군은 14일 구호물품을 싣고 팔루자로 진입하려던 구호단체 적신월사 차량을 봉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적신월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우리는 여성과 어린이 노약자를 보호하려는 인도적 목적으로 팔루자에 들어가려는 것”이라며 “유엔이 우리의 호소에 귀기울여주길 바란다”며 팔루자 진입을 요청했다.
미군측은 그러나 “우리가 이라크 국민들을 위한 물자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적신월사의 물품공급은 필요하지 않다”며 가로막았다. 이에 따라 미군이 팔루자 지역의 피해 규모를 은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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