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핵무기가 제거돼야 중동 평화가 가능하다”며 이스라엘에 핵무기 해체를 요구했다. 이같은 발언은 이란 핵문제 협상이 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나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응이 주목된다.
***IAEA, “중동평화위해 이스라엘 핵무기 해체해야”**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이날 호주의 <시드니 모닝 헤럴드>와 인터뷰에서 “주변 다른 모든 국가들은 핵무기 비확산체제에 가입해 있는데 이스라엘만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견딜 수 없는 노릇”이라고 이스라엘에 핵무기 해체를 강하게 요구했다.
그는 “이슬람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로 분개하고 있다”며 “중동에서 이 문제는 매우 감정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의 핵무기 해체 과정이 내년 1월 이스라엘을 포함한 중동국가 정상회담과 때를 맞추어 조만간 시작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는 특히 이란 핵문제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이 커지는 점을 지적하며 “어떤 긍정적인 상황도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유지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별다른 소용이 없다”며 재차 이스라엘에 전향적인 자세를 요구했다.
미국 등 친이스라엘 국가들은 그동안 “이스라엘 주변 국가들이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무기는 침략 억제 수단으로 중요하다”며 유독 이스라엘의 핵무기 현황에 대해서만 ‘장님 행세’를 해왔었다.
***“중동국가-이스라엘, 중동평화위해 동시행동 나서야”**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중동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해결책으로는 “중동국가들과 이스라엘이 요구하고 있는 사안들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며 중도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현재 문제 해결 방식에서 중동 국가들과 이스라엘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중동국가들은 포괄적인 평화회담이 열리기 전에 이스라엘이 핵무기 능력을 포기하길 요구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2백여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핵무기를 포기하기 전에 평화협정이 체결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중동에는 두가지 장래가 놓여 있을 것”이라며 “그 하나는 앞으로 10년이나 20년안에 3,4개 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거나 더 나쁜 경우에는 극단주의조직이 핵장치를 손에 쥐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다른 모습으로는 신뢰와 협조에 기반한 안보구조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이 압력을 넣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스라엘 핵문제는 압력의 문제가 아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문제의 본질은 이스라엘에 핵무기 없이도 더 나은 삶이 가능하다는 신뢰할 만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란 우라늄 농축’ 동결협상 진전**
이같은 발언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중단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엘바라데이 사무총장도 이란 문제 협상 진전에 대해 “올바른 방향으로의 한 단계 전진”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란은 지난주말 자국 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려는 미국의 시도를 막기 위한 유럽연합(EU)과의 막후협상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사항은 아직 발표가 되지 않았으나 현재 ‘중단 기간을 어느 정도로 할지’가 막판 쟁점 사항으로 남아있는 상황으로 EU측은 ‘무기한 동결’을, 이란은 ‘6개월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고 서방 외교관들이 전했다.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안보정책 담당 대표는 이와 관련 “영국과 독일, 프랑스가 이란과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활동 동결 합의에 매우 근접했으며 이란으로부터 최종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며 “합의가 이뤄진다면 오는 25일 IAEA 이사회에서 안보리 회부를 결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내 보수성향 언론과 정치인들의 반발이 예상되긴 하지만 카말 카르자이 이란 외무장관도 이란 국영 방송을 통해 “이같은 움직임은 양측간 신뢰를 건설하는데 도움이 되는 긍정적 흐름”이라고 밝혔다. 이란측 협상 대표인 후세인 무사반도 이에 앞서 “근본적인 원칙에서 양측간에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그동안 이란이 원자로 원료로 사용되는 농축 우라늄을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폐기와 전면 사찰을 요구해 왔으나 이란은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은 IAEA에서도 허용되는 사항이라며 사찰을 거부해 왔다. 현재 이란은 NPT 추가 의정서에는 가입했으나 비준은 하지 않은 상태다.
IAEA는 이에 따라 오는 25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UN 안보리 회부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란을 압박했었다. 안보리에 회부되면 제재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핵문제를 강하게 쟁점 사항으로 부각시켜 선제공격 가능성을 흘리는 등 위협을 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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