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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분권을 위해 산자부가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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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분권을 위해 산자부가 해야 할 일

[초록發光] 에너지 분권은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에너지 분권에 관한 계획과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에너지 소비구조 혁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믹스로 전환, 분산형·참여형 에너지시스템 확대, 에너지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에너지전환을 위한 기반 확충을 5대 중점 추진과제로 선정했다. 이후 에너지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17개 광역시도에서 작년부터 동시에 수립한 지역에너지계획이 이제 거의 완성되었고, 각 지역에서는 에너지 전환의 비전과 에너지 분권 정책을 지역에서부터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놓은 상태라는 점이다. 산자부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과 지역에너지계획 가이드라인의 중요 권고를 통해 에너지 분권과 시민 참여의 방향을 명확히 함으로써 에너지 전환의 핵심개념으로 에너지 분권 정책을 추진했고, 그 성과와 계획들이 지역에서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일련의 행보로 판단해 볼 때, 문재인 정부에서의 산자부는 에너지 분권 추진 의지를 충분히 밝혔다고 판단할 수 있다. 특히 에너지원별 조직을 유지했던 산자부가 지난해 초 분산에너지과를 신설해 집단에너지, 구역전기, 스마트그리드, ESS를 담당하게 하고, 송전·배전 업무를 함께 배치해 분산전원 확대의 의지를 담은 것은 유의미한 변화라고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에너지기본계획과 지역에너지계획을 총괄하는 에너지혁신정책과에서는 지역 에너지와 분산 에너지 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연구용역 발주를 비롯해 지역 에너지 전환, 에너지 분권 등을 주제로 다양한 에너지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지역에너지팀을 특별히 구성해 정책적 뒷받침을 마련하고자 했다. 지난해만 돌아본다면 이번 정부의 지역 에너지 정책은 이전 정부와 달리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충분히 긍정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지역에너지팀이 해체되어 연구자 1인에게 업무가 맡겨졌다. 분산에너지과의 역할도 송배전 업무에 치중되어 지역 에너지 전환 정책 수립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에너지혁신정책과는 산자부 내의 중앙집중식 에너지시스템의 관성을 극복하고, 대안을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물이 없어 그 결과는 아직 미지수다.

지역 에너지 전환, 에너지 분권의 기본은 중앙의 권한과 책임을 지역에 이양하고, 재정적·제도적 지원 체계까지 마련하는 것이다. 어떤 권한과 책임을 어디에서 가져와 어떻게 나눌지, 법·제도적 기반은 어떻게 제정하고 개정할지, 어디에 있는 돈을 가져와 어디로 흐르게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지방 정부와 지역 시민이 어떻게 지역 에너지 전환을 주도적으로 실행할지, 에너지 분권 이후 권한과 책임을 다할 역량이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별개로 논의되고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산자부가 작년에 밝혔던 의지와 방향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으려면, 이런 내용과 비전을 담은 지역 에너지 활성화 로드맵과 같은 중장기 계획을 곧 제시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분권에 대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해 본다. 우선 에너지 분권을 분산에너지 차원으로만 파악해서는 안 된다. 에너지 분권은 국가의 자치분권개념으로 봐야 한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분권이기도 하지만,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을 주장했던 대통령의 국정원칙과도 일치한다. 에너지는 국가의 근간이고, 에너지 분권은 산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농림수산해양부 등 많은 부처들이 협력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정부가 자치분권을 시행한다면, 에너지 분권의 의지가 있다면, 대통령직속 자치분권위원회나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중 한 명쯤은 기후·에너지 전문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분권의 내용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에너지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정책의 일관적인 기획과 실행을 위해 조직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중앙 정부의 에너지 담당자와 광역, 기초의 에너지 담당자가 상시적으로 만나 고민을 나누고 해결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조직체계가 필요하다. 산업부 내에 지역 에너지 담당 팀이나 과를 만들고 지방의 공무원들과 정기적인 회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국가 에너지위원회와 지방의 에너지위원회 위원들이 한데 모여 정책논의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에너지위원회가 명목상의 심의·의결기구가 아니라, 역할을 명확히 하고 결정의 책임도 함께 나누어야 한다. 에너지 분권은 권한과 책임을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협력과 네트워킹을 필요로 한다.

세 번째는 재정이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각종 신산업과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에너지재단 등을 통해 많은 예산이 지역으로 들어가고 있지만, 특정 목적이나 사업을 위한 예산이 대부분이라 지역에서 지역민들과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 지역자원시설세나 발전소주변지역지원금도 특정 지역의 특수 목적을 위한 예산이므로 지역 에너지를 위한 재정은 아니다. 산업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의 전력산업기반기금 법정 부담금은 약 2조2000억 원이고, 기타 이자 수입이나 회수 수입을 합하면 4조9000억 원이다. 매년 전체 예산의 50% 정도는 사용되지만 사용하지 않은 누적금액도 상당하다. 이 재정의 일부를 일괄적으로 지역에 환원해 지역 에너지 전환 재정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자부는 금융기관이 아니다. 가지고 있는 돈을 풀어서 지역에서 스스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에너지자원개발 특별회계나, (산자부 소관은 아니지만) 균형발전 특별회계의 일부를 지역에너지 예산으로 책정할 수도 있다.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쓸 맘이 없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 에너지 분권에 대한 중앙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지역의 역량일 것이다. 권한과 재정을 나누었을 때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할 역량이 지역에 있는지에 대해 걱정과 우려가 든다. 특히 순환보직을 기본으로 하는 지역의 행정과 담당 공무원들의 역량을 고려했을 때, 에너지 분권이 가능한 일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없는 것 같다. 실제로 지역의 시민 사회와 지방 정부가 역량이 부족할 수도 있다. 역량은 곧 사람의 문제이니, 지역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교육과 지도가 필요하다. 현재 상황에서도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는데, 지역에서 회피하고 있다면 산자부는 매뉴얼을 만들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역 일선 공무원을 지도하고 독려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분권이 진행되어 조금 더 전문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면, 전문관제도를 활용해 공무원의 전문성을 높이고,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나 기관들을 활용해 교육 홍보로 시민들의 역량도 높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 지역에서 추진될 지역에너지 전담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지역의 역량강화 사업을 진행 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에너지 분권을 현실화할 수 있다. 다만 이 모든 것의 전제는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협력의 관계일뿐만 아니라, 동등한 논의의 주체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중앙 정부가 에너지 분권의 논의 처음부터 지방 정부의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 구조에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지역에너지전환은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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