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우리나라를 운영할 기초가 되는 자생 사상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생명'과 '평화'를 양대 축으로 이론과 실천을 모색해온 학자와 시민운동가들이 같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사상의 단초를 고민한다.
***세계생명문화포럼, 2박3일간 열려**
세계생명문화포럼 경기2004 행사가 오는 11월12일~14일 3일간의 일정으로 경기도 파주시의 출판단지 내에 있는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열린다. 김지하 시인이 중심이 된 '(사)생명과 평화의 길'과 경기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것이다.
이 행사의 공동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지하 시인은 2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전 지구적인 환경 위기와 끊임없이 전쟁이 계속되는 현실은 21세기를 운영할 새로운 사상을 모색할 필요성을 우리에게 제기하고 있다"며 "서구 문명의 한계를 극복하고 동ㆍ서양 사상을 통합해 새로운 자생 사상을 계승ㆍ발전시켜 세계에 내놓는 일은 우리의 과제"라고 이번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김 시인은 또 "앞으로 우리가 내놓을 사상은 '생명'과 '평화'를 그 핵심으로 하는 생명학"이라며 "이번 행사에서는 과연 생명학이란 것이 성립할 수 있는지를 관련 국내 학자들과 시민들이 진지하게 검토해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생 사상 모색, 2008년 중국 문화 패권주의 노골화되기 전 서둘러야"**
한편 김 시인은 이번 행사의 다른 의미를 특별히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 시인은 "중국이 최근 급격하게 문화적 대국주의를 표방하고 있다"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에 동양의 유ㆍ불ㆍ선 전통을 종합한 새로운 중화사상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 시인은 "이렇게 되면 '생명'과 '평화'가 아닌 패권주의를 그 속성으로 하는 사상이 마치 동양의 전통 사상의 핵심처럼 세계에 소개될 것"이라며 "고민이 많이 부족하지만, 일단 이렇게 나설 수밖에 없는 절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문화 패권주의가 구체화하기 전에, 우리식으로 해석된 동양의 자생 사상을 세계에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계생명문화포럼은 2005년에는 동아시아와 환태평양 지식인들이 함께 동아시아의 생명사상과 세계 평화를 고민하는 자리로, 2006년에는 지난해처럼 세계 지식인들이 다시 모여 그 동안 발전된 생명사상을 검토하면서 전 지구적 생명운동을 모색하는 자리로 계속될 전망이다.
***국내 지식인 50여명 모여 21세기 생명사상 모색**
이번 세계생명문화포럼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첫 번째 마당인 '생명사상과 생명학 정립을 위한 모색'에서는 전통 사상 속에 담긴 생명사상을 추적하고, 생명사상과 여성주의, 생명사상과 경제학ㆍ의학 등을 검토한다.
두 번째 마당 '생명의 문화적 통로'와 세 번째 마당 '생명의 각성, 살림의 물결'에서는 전통 문화의 실천 속에서 생명문화가 어떤 식으로 전승돼 왔는지, 디지털 시대에 생명사상을 어떻게 모색해야 하는지, 기후 변화, 먹을거리, 에너지 문제와 생명사상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할지 등의 고민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생명사상이 시민운동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논의가 전개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번 행사에는 학계, 민간 연구소,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온 지식인 5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특히 윤명철 동국대 교수, 이필렬 방송대 교수, 한면희 녹색대학 교수 등 지난 행사 때부터 참여해온 학자 외에도 강수돌 고려대 교수, 박병상 '풀꽃세상' 대표, 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 이윤숙 에코페미니스트 공동체 '꿈지모' 운영위원,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 등 여러 분야의 지식인ㆍ활동가들이 발제ㆍ토론자로 참여할 예정이어서 더욱더 논의가 풍성할 전망이다.
행사가 진행되는 2박3일간 학술 행사와는 별도로 김봉준, 김영동, 임옥상, 채희완 등 1970년대 이래 문화운동의 주역들이 오랜만에 함께 준비한 문화 행사도 마련된다. 김봉준 씨는 "동아시아 문화의 바탕을 '생명의 모심과 살림'이라는 주제의식으로 집약해 그 총체적 표현 양식인 굿을 시민이 참여하는 새로운 문화 행사로 승화해보겠다"고 이번에 준비한 '모심과 살림굿' 문화행사의 의미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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