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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내가 미-이스라엘 이익 더 잘 챙긴다"

김재명의 뉴욕통신 <35> 부시-케리의 '전투적 우파' 대외정책

***"내가 미-이스라엘 이익 더 잘 챙긴다"
미 대선후보들의 '전투적 우파' 대외정책**

11.2 미 대선이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두 후보는 오차범위(일반적으로 ±3%) 안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시 후보가 약간 앞선다고 하지만, 여론조사마다 들쑥날쑥이다. 큰 그림으로 보면, 두 차례의 토론회를 거치며 케리 후보가 상승세를 보이는 추세다. 따라서 미 선거전문가들조차 결과를 내다보기 어렵다는 말들을 한다. 지난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총 유효득표에서 앞서고 선거인단 머릿수에서 뒤진 사태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전통적으로 미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국외문제보다는 국내문제에 더 큰 비중을 두어 왔다. 그 가장 극단적인 보기가 지난 1992년 미 대선이었다.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조지 H.W.부시 후보(현 부시후보의 아버지)는 1년 앞서 치렀던 제1차 걸프전쟁에서의 빛나는 승리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져 재선고지를 점령하는 데 실패했다. 당시 선거분석가들은 "요점은 경제야, 바보 같기는!"(It's economy, stupid!) 하며 부시 후보의 패배를 예견했었다.

이번 미 대선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모아보면, 미 대선에서 처음으로 미 유권자들이 국내문제보다는 국제관련 이슈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름 아닌 테러와 이라크다. 9.11 뒤 달라진 미 정치풍향계를 되비추는 이런 현상은 부시-케리 두 후보 가운데 누가 더 미국의 국가이익과 안전을 지켜낼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세 차례의 토론회를 거치며 두 후보는 치열한 논전을 벌였다. 두 후보의 그럴듯한 말치레를 직설적으로 정리한다면, "내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미국과 이스라엘의 국가이익과 안전을 더 잘 챙길 수 있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불투명한 이라크 출구전략**

케리 후보는 그 자신의 자랑스런 베트남 전쟁 참전기록을 내세워 (약삭빠르게 주 방위군으로 빠져, 그나마도 성실하게 복무하지 않았다는 혐의가 짙은) 부시 후보보다는 이라크 사태를 잘 마무리할 것이란 인상을 유권자들 사이에 퍼뜨리려 한다. 부시 참모들이 세운 선거 전략은 9.11 뒤 미국시민들 사이에 퍼진 테러 공포감을 겨냥, '테러 전쟁'에서 부시가 케리보다는 믿을 만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굳히는 것이다. "케리 후보는 (9.11 동시다발 테러공격이 일어나기 하루 전인) 9.10 마인드(mind)를 지금도 여전히 지니고 있다. 그래선 미국을 지킬 수 없다"고 공격하는 것도 이런 선거 전략에서다.

케리 후보도 9.11 뒤 높아진 미국인들의 애국주의에 호소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부시의 이라크 침공은 어마어마한(colossal) 실책이다. 그럼에도 우리 미군 장병들이 영웅적으로 싸우고 있다. 부시의 잘못된 이라크정책 때문에 이라크는 혼란에 빠졌고, 우리 미군 병사들이 거의 날마다 희생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나아가 이라크 침공 때문에 알-카에다를 비롯한 테러리스트들과의 전쟁에 소홀했고, 오사마 빈 라덴을 붙잡지 못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케리 후보는 "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2005년 여름부터 단계적으로 미군을 이라크에서 철수시키겠다"고 말했다. 케리의 이라크 출구전략은 다음 네 가지로 정리된다. △유럽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의 도움을 더 얻고 △이라크 보안병력(군과 경찰)을 더 잘 훈련시키고 무장을 강화하며 △이라크 국민들의 민생을 안정시키며 △2005년에 치러질 이라크 민주선거들이 예정대로 잘 치러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2005년 여름부터 미군을 단계적으로 철수시켜, 자신의 집권 기간 4년 안에 미군을 이라크에서 모두 철수시키겠다는 얘기다.

이같은 이라크 출구전략은 현실적인가. 대답은 불투명하다. 주디스 야페(미 국방대학 교수)를 비롯한 미국의 여러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라크에 독자적으로 치안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민주화된 정권이 자리를 잡으려면 적어도 5년은 걸리고, 그 동안 미군은 지금의 13만 8천명 수준은 아니더라도 상당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문제는 부시 행정부가 케리후보의 출구전략을 그동안 추구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이루지 못했을 뿐이다. 이를테면 미-유럽의 군사동맹인 나토(NATO)군을 이라크에 파병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지금까지 헛수고였다.

***대북정책, 둘 다 강경파**

케리 후보는 "부시 후보가 입을 열 때마다 주장하는 '진짜 위험'(real risk)의 잣대로 보면 북한과 이란이 오히려 이라크보다 더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이들 두 나라의 핵무기 개발 노력과 관련해서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침공과 그 뒤의 혼란 수습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북한은 핵무기들을 개발했다"는 입장이다. 케리 후보는 이라크전쟁이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의 직접적인 압력에서 벗어나 핵개발의 시간적 여유를 갖게 했다고 여긴다.

케리 후보는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상원 외교위 산하 동아시아 태평양 소위원회 위원 출신. 그는 6자회담 갖고는 북핵 문제를 풀 수 없고 위기가 더 깊어졌다고 주장한다. 북미간 양자회담을 열어, 핵 문제 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군축과 병력 재배치, 정전협정, 인권문제 등 포괄적인 의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케리 행정부가 들어선다면, 미-북한 직접협상 과정에서 지난 1999년 클린턴행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담았다가 부시행정부 들어 폐기됐던 <페리 보고서>가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 한반도 정책에 관한 한 부시 후보가 매파이고 케리 후보가 비둘기파일 것으로 판단한다면 그것은 큰 착각이다. 케리 후보가 당선돼 선거공약대로 6자회담과 병행해 북미간 직접협상에 나서더라도, 핵문제에 관한 한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어떤 양보를 받아낼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다. 케리는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대북협상이 실패할 경우, 대북 선제공격마저 배제하지 않는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 당시 영변 핵시설에 대한 제한적 공습(surgical strike)을 준비했던 사실을 대북한 정책의 한 판단자료로 삼고 있는 모습이다.

***케리, "이스라엘 안보 위해 앞장섰다"**

두 후보의 대외정책에서 하나 일치되는 부분이 있다. 친이스라엘 정책이다. 지난 4년 동안 부시행정부는 줄곧 친 이스라엘 노선을 걸었다. 케리 후보도 이에 질 새라 거듭 이스라엘을 감싸는 정책발언을 하고 있다. 미국의 5백만 유대인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파가 다수다. 지난 2000년 대선에서도 부시 후보를 지지한 유대인 유권자는 19%. 5명 가운데 4명은 부시 후보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다. 1992년과 1996년 미 대선에서 클린턴 후보도 80% 쯤의 득표율을 보였다.

부시후보는 "이번 대선은 다를 것"이라 기대를 걸고 있다. 이스라엘의 앙숙이었던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 것을 비롯해 그가 보여온 친이스라엘 정책에 바탕, 부시후보 쪽으로 기우는 이른바 스윙(swing) 유권자들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다. 한 조사는 유대인 유권자 가운데 적어도 30%쯤이 부시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으로 예측했다. 케리 후보로선 대수롭게 보아 넘기기 어렵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뉴욕주를 비롯한 북동부 지역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플로리다 ․ 오하이오 ․ 펜실베이니아 같은 접전지역에서는 당락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유대인 표 이탈을 막기 위해 케리후보도 아리엘 샤론의 강경노선을 지지하는 친 이스라엘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국제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총연장 640km 길이의 분리장벽 건설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고, 이스라엘이 신경 쓰는 이란 핵개발 움직임을 비난했다. 아울러 이스라엘 우파들의 눈엣가시인 야세르 아라파트를 '실패한 지도자'라 일컬으면서 "그를 대신할 팔레스타인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케리 후보는 올봄 들어 (이스라엘과 긴장관계인) 시리아에 대한 미국 물자 수출을 제한하는 '시리아 책임법'(Syria Accountability Act)을 지지했다.

케리후보가 처음부터 친 이스라엘 우파 입장을 나타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미국내 아랍인 싱크 탱크인 '아랍-미 연구소'에서의 강연에서 케리 후보는 이렇게 말했었다. "나는 그린 라인(1967년 당시 이스라엘 국경선) 안쪽에다 장벽을 세우려는 이스라엘 정부의 결정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낙담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 강연에서 케리는 분리장벽을 가리켜 '도발적이자 비생산적이며, 평화를 가로막는 장벽'(a barrier to peace)이라 샤론 정권의 강공책을 비난했다. 그러나 대선 유세과정에서 미국내 유대인들이 지닌 힘을 새삼 실감하면서 케리후보는 친이스라엘 우파정책으로 돌아섰다.

올해 6월에 작성된 민주당의 한 내부문건 제목은 '이스라엘 안보 강화와 미-이스라엘 특수관계 증진'. 여기에는 "존 케리는 미 상원의원을 지낸 지난 19년 동안 이스라엘 안보를 위해 앞장 서 싸웠다"는 문구가 보인다. "이스라엘의 대의(cause)가 미국의 대의"라고 규정한 이 문건은 이란이 '반이스라엘 테러를 뒤에서 지원'하고 핵개발움직임을 보이는 데도 부시행정부가 이를 강력하게 막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1844년 이래 가장 전투적 우파 후보"**

미국인이 아닌, 지구촌 사람들의 시각에서 볼 때 케리의 대외정책은 받아들일 만한가. 다른 나라들과 쓸 데 없는 마찰 없이 잘 지낼 수 있는가. 부시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에 비판적인 미 중동문제 전문가 스테픈 준스(샌프란시스코대 교수, 국제정치학)는 '외교정책 초점'(www.fpif.org)에 실은 '케리의 외교정책은 공화당의 공격에 얼마나 취약한가'라는 글을 통해 케리 후보가 지닌 문제점을 지적했다. 준스 교수는 케리 후보를 가리켜 '(1844년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제임스 폴크 이래로 가장 우파이고 전투적인 민주당 대선후보라고 규정한다.

그 근거는 이러하다. 베트남전쟁 때 용감히 싸운 덕에 훈장을 받았던 케리 후보는 △2002년 부시 대통령의 국제법상 불법적이고 불필요한 이라크 침공안에 찬표를 던졌고, △냉전시대가 끝난 지도 한참 됐는데도 국방비 증액을 요구했고, △상시적으로 전쟁범죄를 단죄하기 위한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미국인을 잘못 처벌할 가능성이 있다는 명분 아래 미국이 가입하는 것을 반대했으며, △이스라엘 아리엘 샤론 정권의 팔레스타인 불법점령과 군사적 강공책을 열렬히 지지하고 △1인 장기집권에 인권침해 시비가 끊이지 않는 이집트와 우즈베키스탄의 독재자들 지지에도 적극적이다.

준스 교수를 비롯한 미국의 비판적 지식인들은 위와 같은 케리의 우파적 정책경향으로 말미암아 수백만에 이르는 자발적 기권표가 나올 것을 걱정한다. 진보적 또는 온건 좌파 성향의 미 유권자들은 사표(死票)가 될 줄 알면서도 제3후보인 럴프 네이더에게 지지표를 던지거나, 선거 당일 그냥 집에 눌러 앉도록 만들 것이란 지적이다. 한마디로 기꺼이 찍을 후보가 없다는 얘기다. 11.2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우리 한반도를 포함한 지구촌의 내일이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이것이 21세기 유일 초강국 미국이 지닌 정확한 위상이다(이 글은 <월간중앙> 11호에 실린 필자의 글을 바탕으로 새로 정리한 것임).

kimsphot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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