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서도 우리나라의 해외 입양 아동수가 무려 2천명 이상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으로 입양을 보내는 국가들 중 4번째를 차지해 충격을 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저출산 대책에 노심초사하면서도, 해외 입양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미국으로 입양 가장 많이 하는 나라 중 하나"**
국회 보건복지위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공식적으로 집계하고 있는 1958년부터 2004년 6월까지 해외 입양 아동 수는 15만4천1백42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1년 이후에도 꾸준히 2천명 이상의 아동이 해외로 입양된 것으로 확인돼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있다. 국가 중에서는 미국으로 입양된 경우가 10만2천4백17명으로 가장 많았고, 프랑스(1만1천73명), 스웨덴(8천9백1명)이 그 뒤를 이었다.
해외 입양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의 국가별 입양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한국은 2001년 기준으로 3위, 2002~2003년 기준으로 중국, 러시아, 과테말라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베트남(8위), 필리핀(11위), 캄보디아(16위) 등 아시아의 저개발 국가에 비해서도 5~8배나 많은 숫자이다.
<표> 미국의 국가별 입양 현황 자료
***복지부, 저출산 걱정하면서 '해외 입양'은 '나 몰라라'**
이렇게 지속적으로 해외 입양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정부 차원의 해외입양에 대한 평가를 실시한 적이 한번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경화 의원은 "복지부는 여전히 국내 입양이 안 돼 보육원 등 시설로 보내는 것보다는 해외 입양이 낫지 않느냐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아동 보호에 대한 국가 책임을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정부가 두 손 놓고 있는 동안, 오히려 국제연합(UN)이 우리의 해외 입양에 대해서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했다.
UN은 2003년 1월 "입양 주선에 있어서 해당 어린이의 의사나, 어린이의 최상 이익이 반드시 고려되는 것이 아니다", "해외 입양이 여전히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우려 된다", "한국의 해외 입양 제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1993년 헤이그 협약을 비준하라"는 내용을 우리 정부에게 촉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헤이그 협약은 해외로 아동을 입양 보내는 나라는 그 아동이 국내에서 수차례 입양 또는 수양을 시도했다는 근거를 제시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은 비준을 하지 않아 국제 사회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복지부는 22일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서 민ㆍ관 협력 홍보를 대대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밝히는 등 저출산 대책 마련에 노심초사하고 있어 해외 입양에 대한 태도와 모순적이라는 지적이다.
고경화 의원은 "저출산 문제로 출산률 제고를 위한 방안을 강구하면서, 해외로 많은 아동을 입양하고 있는 것은 모순"이라며 "'전쟁'과 국가적 '가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입양을 보냈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해외 입양 역사를 청산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해외로 입양된 아동들이 성장해 돌아왔을 때 우리가 무슨 말을 꺼낼 수 있겠냐"고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