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법인 적십자사, 14억7천만원 세금 탈루"

100년만에 첫 세무조사, "접대비, 부동산 양도차익 등 축소신고"

대한적십자사가 창립 1백년 만에 처음으로 받은 올해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접대비 사용 내역과 임대 수입을 축소 신고하는 등의 수법으로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드러나 14억7천만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평소 비영리법인임을 주장해온 적십자사의 현 주소다.

***적십자사, "접대비 17억원 축소 신고로 세금 탈루"**

1일 국회 보건복지위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실이 입수한 <2003년도 적십자사 세무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적십자사는 지난 1999~2003년까지 접대비․임대수익․양도차익을 축소 신고해 세금을 탈루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평소 비영리법인임을 주장해온 봉사단체로서 적십자사의 위상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거래처 등에 대한 총17억1천3백74만원의 접대비를 축소 신고한 내역이다.

적십자사는 1999~2003년까지 해마다 평균 3~4억의 접대비를 축소 신고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마나 그 축소 신고액도 1999년 3억1천여만원에서 2001~2002년 4억8천여만원으로 계속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적십자사 전직 직원은 "적십자사가 접대하는 곳은 대부분 정부 유관 기관들이나 거래처"라며 "도대체 봉사단체가 무슨 접대할 일이 그렇게 많이 있겠느냐"고 실상을 지적했다.

***"부동산 양도 차익, 임대 수입도 축소 신고"**

특히 적십자사는 부동산을 고유 목적으로 미사용해 발생한 양도 차익을 축소 신고하거나 산하 병원 장례식장 등에 대한 임대 수입을 누락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적십자사는 2002년 마포에 위치한 중앙혈액원 부지를 매각하면서 이를 3년 이내에 고유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신고해야 할 양도차익 1백23억 7천1백89만원에 대해 축소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적십자사는 또 5년 동안 적십자사 산하 인천병원의 장례식장 임대수입 2억4천여만원과 전북 명덕 수련원 및 부산 정관 수련원의 시설 이용료 등 관련 수입 6천6백여만원도 누락 신고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법인세 약 5억9천여만원을 비롯해 부가세 5억6천만원, 기타세 3억여원 등 총 14억7천4백만원을 추징한 것으로 확인됐다.

***"봉사단체 위상 맞는 적십자사로 탈바꿈해야"**

고경화 의원은 "창립 1백주년을 맞는 적십자사가 처음으로 받은 5년차 세무조사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면, 그 동안의 세금 탈루액은 상상할 수조차 없이 많을 것"이라며 "비영리법인임을 자처하는 적십자사가 영리 사업을 벌이면서 세금까지 누락 신고하고 있는 것을 보면, 봉사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봉사단체로서 적십자사의 정체성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적십자사가 본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근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혈액사업 등 대표적인 수익사업들을 적십자사로부터 떼어내야 한다"며 "최근 복지부 개선안에는 2년간의 경과를 보고 분리 검토한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상의 면죄부를 주는 조치이므로 즉시 분리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