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데, 현재 지구시스템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고온 상태에 있다. 지구의 관측 이래로 2016년은 기온이 가장 높은 연도였고, 2019년은 두 번째로 높았다. 더욱이, 2010년대는 기온이 가장 높은 10년이었고, 2020년대는 2010년대보다 기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했을 때 현재 약 1.0℃ 높아진 지구의 온도로 인해 전 세계가 열파, 한파, 홍수, 가뭄, 산불 등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강력한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위기 또는 기후 비상사태라고도 불리는 현재 진행 중인 기후변화는 지구 규모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그 증가 속도나 강도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래에 가장 고통받게 될 현상은 고온화이다. 특히, 여름철의 폭염 강도, 빈도, 지속 기간의 증가가 될 것이다. 태평양 서안 온난수역의 영향을 받아 여름이 열대만큼 무더운 우리나라에서 미래에 여름의 길이는 더 길어지고, 더위 강도를 보여주는 최고기온은 더 높아질 것이다.
이미 고온화 시작된 한국
파리협약은 산업혁명에서 2100년까지의 연평균기온 상승 폭을 2.0℃로 제한하기 위한 국제적 공조이다. 하지만 2.0℃ 제한으로는 기후변화의 위협으로부터 인류와 생태계가 자유로워질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야심 차게 시작된 노력의 성과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1.5℃ 온난화 보고서'이다. 1.5℃는 급진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축을 위해 매우 강력한 기후정책을 동반해야 가능한 목표이다. 2018년 10월 대한민국 인천 송도에서 승인된 1.5℃ 온난화 보고서는 2℃ 상승했을 때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전망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2100년까지의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로 제한하더라도 중위도의 최고기온 최고치는 약 3℃ 정도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2018년 8월 1일에 홍천과 의성에서 일 최고기온이 40℃를 넘었고, 서울에서는 39.6℃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의 관측 지점에서 최고기온의 최고 기록을 경신하였다. 우리나라에서 40℃ 또는 그 이상의 고온 상태가 빈번해지면, 이는 전력생산, 철도 운행, 농업 생산성 등에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나라가 고온화와 관련하여 적극적인 대응 정책이 필요한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폭염일수와 열대야 일수와 같은 냉방시설이 없이는 견디기 힘든 고온일의 증가이다. 두 번째는 계절 길이의 변화, 즉, 더 더워지고, 길어지는 여름이다. 세 번째는 아열대 기후형의 확대이다. 현재 기후는 추적된 관측값을 이용하여 1981~2010년 평균을 기준으로, 2100년 미래 기후는 지구 시스템 모델을 이용하여 2071~2100년 평균을 기준으로 정의한다.
미래 기후는 인구성장, 경제개발 상태, 기술개발 속도와 같은 사회경제 요소와 기후시스템의 자연 변동성에 의해서 결정된다. 미래 사회경제 발달 정도는 사회경제 시나리오를 이용하여 예측하며, 이를 통해서 온실가스 배출량의 시나리오를 구축한다. 배출된 모든 온실가스가 대기에 잔류하는 것은 아니고 실제 기온 변화는 남아 있는 온실가스의 농도에 따라 결정된다. 물론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높아진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결정되면 단위 면적당 에너지의 양을 나타내는 복사강제력 시나리오가 만들어진다. 복사강제력이 높다는 것은 대기 중에 열이 많이 저장되어 있다는 의미이고, 복사강제력 값이 낮다는 것은 대기 중에 열에너지가 적다는 말이다.
현재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대표농도경로(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 RCP) 시나리오는 복사강제력 시나리오로 명칭에 표시된 숫자가 작으면 작을수록 강력한 기후정책이 반영되어 복사강제력이 낮은 것을 의미한다. RCP2.6 시나리오는 복사강제력이 2.6 W/m2로 2018년 현재 복사강제력인 2.7 W/m2보다 낮다. 매우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적용하여 전 세계가 2030년까지 탄소 제로(온실가스의 배출량과 제거량이 같아서 대기로 온실가스가 추가되지 않는 상태)에 도달해야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RCP8.5 시나리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증가하여 온도의 상승 폭이 가장 커지는 시나리오이다.
온실가스 저감 노력 없다면 연평균기온 약 4.7℃ 상승
RCP2.6 시나리오에서 우리나라의 연평균기온은 현재보다 약 1.8℃ 상승하고, RCP8.5 시나리오에서는 약 4.7℃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어 두 시나리오 간의 온도 차는 매우 크다. 이런 연평균기온의 상승은 폭염일수와 열대야 일수의 극단적인 빈도 증가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폭염 경보 기준인 일 최고기온 35℃ 이상의 날이 서울에서는 1981~2010년에 연 1.1회 발생했는데, 최근 10년(2010~2019년)에는 연 5.2회로 늘어났다. 대구에서는 1981~2010년에 연 8.6회 발생했는데, 최근 10년(2010~2019년)에는 연 15.5회로 늘어났다. 2100년에는 RCP8.5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했을 때 최고기온 35℃ 이상인 날은 서울에서는 연 40.4일, 대구에서는 연 39.9일로 1981~2010년에 비해 각각 40배, 4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RCP2.6 시나리오에서도 서울에서 연 7.3회, 대구에서 약 12.0회로 RCP8.5 시나리오보다는 덜 절망적이지만 지금보다 빈번해진다.
현재 기후시스템에서 거의 발생하지 않았던 최고기온 40℃ 이상인 날은 RCP8.5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2100년에는 서울에서 연 3.9일, 대구에서 약 6.1일 발생할 전망이다. 현재 기후시스템이 더워지는 방향성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강력한 완화와 적응 노력으로 생존이 가능한 정도의 강도로 낮출 수는 있다.
기상청은 일평균기온이 5℃ 이상 올라간 후 다시 떨어지지 않는 첫날을 봄의 시작으로, 일평균기온이 20℃ 이상으로 올라간 후 다시 떨어지지 않으면 여름의 시작, 즉 봄의 끝으로 정의한다. 다시 일평균기온이 20℃ 미만으로 떨어진 후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을 가을의 시작, 일평균기온이 5℃ 미만으로 떨어진 후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을 겨울의 시작으로 본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탁월하지 않았던 1911~1940년에 이 기준을 적용하면, 서울에서는 겨울이 125일(11월 18일~3월 22일)이고, 여름은 98일(6월 9일~9월 14일)로 겨울이 여름보다 한 달 정도 길었다. 1971~2000년에는 겨울이 113일, 여름이 111일로 그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가 현재(1981~2010년)는 겨울이 108일, 여름은 116일로 여름이 더욱 길어졌다. RCP8.5 시나리오 기반에서는 2100년, 서울에서 여름은 168일, 겨울은 67일이 되어 겨울 길이가 여름의 반도 되지 않는다. 서울에서 과거에는 여름이 3개월 정도 유지되었다면, 현재는 약 4개월 정도 유지되고, 2100년에는 약 5개월 반 정도로 길어진다. 작물 파종과 수확 시기, 에너지 수급 정책에 대한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아열대 기후형은 월평균기온이 10℃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 나타나는 기후지역으로 정의된다. 현재 남부 해안 일부와 제주도 해안에서 아열대기후형이 존재하고, 남한 전체 면적의 약 7퍼센트를 차지한다. 하지만 기온 상승이 계속되면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의 높은 산지 지형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53퍼센트가 아열대 기후형에 속하게 된다, 이는 농작물 품종이나 전염병과 같은 질병 관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 바로 행동해야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 세계가 극심한 기후변화로 고통을 겪고 있고, 그 원인이 온실가스의 인위적인 배출에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인지하고 있다. 또한 온실가스의 극적인 감축만이 기후변화의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의 배출량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2017년, 2018년, 2019년 3년 연속으로 증가했다. 우리에게는 그리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 우리가 바로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 청년들의 현재는 재앙이 될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늦추고, 강도를 낮출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때이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도 없고, 누가 대신해 줄 수도 없다. 내가 곧 행동에 옮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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