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 환자가 20일 오전 기준 대구․경북에서 30명, 서울에서 1명 등 총 31명 추가된 가운데, 대구․경북 지역 '슈퍼감염자'로 추정되던 31번 환자가 2차 감염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질병관리본부의 발표가 나왔다. 지표전파자가 따로 있다는 뜻이다. 질본은 추가 조사가 더 진행돼야 감염원을 확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31번 환자는 경북 청도를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다. 청도에서 이날 확진자 2명이 나왔다.
질본은 한국의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방역망 바깥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29번 환자 등장 후 바뀌었다고 평가하고, 기존보다 지역사회 피해최소화 전략에 더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31번 환자, 2차 감염자 가능성 커"
이날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신천지대구교회 내 감염 상황과 관련해 "2월 7~9일에 일부 환자가 있었고, 15~17일 사이 감염 환자가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따라서 (18일 감염이 확진된) 31번 환자를 초반 환자(전파자)로 보기는 어렵다. 이 사람들(신도들) 어딘가에 공동 통로가 있었는데, 16일 예배 때 2차 감염이 크게 일어났다고 가정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이어 "조사를 더 진행해야 31번 환자가 감염원이었는지, 이 사람을 누군가 감염시켰는지 확인할 수 있으나, 우리는 31번 환자도 2차 감염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질본은 31번 환자와 지난 9일, 16일 함께 예배한 신천지 예배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나머지 8000명가량의 이 교회 전체 신도의 명단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질본은 이들 전부를 대상으로 자가격리, 유증상 여부 조사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질본은 31번 환자의 추가 동선을 공개했다. 경북 청도를 방문한 이력이 확인됐다.
정 본부장은 "31번 환자의 핸드폰 위치정보를 확인한 결과 이달 초 경북 청도를 방문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청도 대남병원에서 2명의 확진환자가 나온 상황"이라고 전했다. 31번 환자와 청도병원 확진자 사이 접촉 상황 등에 관한 조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대남병원은 크게 정신병동, 요양병동, 요양원으로 시설이 나뉘어 있고, 이들 시설은 전부 연결돼 있다. 병원 내 감염 등의 가능성이 있다. 현재 질본은 병원 직원과 환자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질본에 따르면 현재 청도병원 입원환자 101명을 포함해 약 120여 명의 병원 관계자와 환자 등이 감염 여부를 조사받고 있다.
질본은 다만 청도병원 사례를 병원 내 감염사례로 확정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2명의 청도병원 감염 환자가 병원 입원 중 감염됐기 때문에 병원에서 감염됐다고 판단할 수는 있"지만 "누가 감염매개자인지는 전수조사 결과가 나와야만 확인 가능하다"고 전했다.
정 본부장은 "(31번 환자가 나온) 신천지교회와 대남병원 사례의 연결고리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즉각대응팀이 대구와 청도에서 공동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31번 환자가 청도의 어느 곳을 방문했는지 등은 면담조사를 통해 더 파악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 본부장은 "대구와 경북 청도의 경우 신천지교회 관련자가 많고, 그분들의 가족까지 고려하면 (코로나19) 노출자가 많을 수 있다"며 "당분간 집단행사나 밀폐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장시간 행사는 자제토록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종로 새 감염자 56번 환자, 8일부터 임상증상
이날 대구에서 추가 확진된 환자 중 일본여행력이 있었다고 알려진 2명의 새 환자가 일본으로부터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여부는 조사가 더 진행돼야 확인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질본 조사 결과 이들 2명의 환자 중 한 명은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온 친구와 접촉한 사례가 있으나, 접촉 시기와 증상 발현 시기가 거의 일치한다. 해당 접촉으로 인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른 한 명은 직접 일본을 다녀온 사례가 있으나, 일본으로부터 감염됐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
이들 2명의 환자 모두 신천지 교회 신도다. 질본은 일본여행력과 신천지 감염 가능성 중 "일단 신천지 감염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며 "시간을 더 갖고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 종로구에서 새로 확인된 56번 환자(75세 한국인 남성)는 지난 6일부터 임상증상을 보였다고 질본은 밝혔다. 이 시기가 발병일로 추정된다.
56번 환자는 임상증상 후 이비인후과 등 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했다. 이 때 CT 촬영 결과 폐렴소견이 의심돼 일선병원이 종로구보건소에 코로나19 검사 의뢰를 했고, 검사 결과 양성이 확인됐다.
이와 별도로 56번 환자는 지난달 말경 종로구노인종합복지관을 방문한 이력도 확인됐다. 방역망 바깥 감염 사례로 처음 알려졌던 29번 환자의 동선과 겹친다.
질본 "백신 개발 진행 중"
정 본부장은 현 상황을 두고 코로나19가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에 전파되는 상황임이 확인됐다"며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환자를 신속히 발견 후, 발견 환자를 격리하고 적극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본은 진단 능력을 키우기 위해 교육 등을 실시한 결과, 코로나19 검사 가능 기관을 기존 46개에서 오는 21일부터는 77개로 늘리기로 했다. 검사 가능 기관 목록은 질본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할 예정이다.
질본은 이와 별개로 백신 개발을 위해 스타트업 등과 협의해 바이러스 분양을 진행 중이다.
정 본부장은 "백신 개발을 위해 질본 국립보건연구원과 과기부의 긴급 R&D 부분을 시작으로 진행 중"이라며 "국내 회사도 (백신) 연구개발에 착수했다"고 언급했다.
정 본부장은 "확진자로부터 분리한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배양해 지난 17일부터 대학, 연구소, 기업 등에 분양하고 있다"며 "살아있는 바이러스로 연구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서는 핵산을 분리해 지난 19일부터 분양 중"이라고 전했다.
정 본부장은 한편 "환자의 혈청 등을 많이들 요구하시지만 이는 확진자의 동의를 받아야만 확보할 수 있다"며 "일단 그런 부분도 분양할 계획은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환자의 역학정보, 임상정보 등은 마스터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지는 대로 국가가 정보를 공개해 많은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도 전했다.
"정부 대응 봉쇄-최소화로 변화 중"
현재 대구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크게 번진 상황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대응 방침이 변화하는 단계라고 정 본부장은 언급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정부 목표는 검역 강화와 접촉자 조사․관리 강화를 통한 ‘봉쇄’였다. 외부로부터의 바이러스 유입을 최대한 차단하자는 게 골자다.
하지만 지역사회 감염이 확인됨에 따라 무게추가 바뀌고 있다. 정 본부장은 "지역 내 경증 감염자가 쌓이면 지역적 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이 상황이 오면 (봉쇄가 아닌) '피해 최소화 대책'으로 이행해야 한다"며 "현재는 그 중간 정도 되는, 중국 감염원 차단도 어느 정도 하면서 지역사회 감염도 최소화하는 전략을 같이 구현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사회의 감염이 더 광범위해진다면 봉쇄보다 지역사회 감염에 대비하는 피해 최소화 전략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선제적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정 본부장은 강조했다. 그는 "피해 최소화 전략으로 우선 선별진료소 트랙이 있다"며 "병원 내 감염 차단을 위한 환자 진단 강화, 선제격리 입원, 의료전달체계 정비와 함께 유행이 심한 지역을 대상으로는 집회 차단 등의 대비책을 갖고 로드맵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한편 대규모 감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등의 시설이 부족한 상황에 안타까움도 표했다. 중앙감염병 전문병원은 메르스 사태 이후 보완책의 하나로 제시된 바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의 하나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제시했으나, 조건부 지정된 국립중앙의료원은 부지 문제로 인해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정 본부장은 대구의 병상 부족 문제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현재 공공병원이 역할을 수행해야 할 입장인데, (대구의 경우) 대구의료원을 중심으로 병상을 소개하고 준비하는 작업으로 대응 중"이라며 "국립중앙의료원이 중앙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조건부 지정됐으나 병원 이전 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설립이 지연돼) 안타깝다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정 본부장은 당장의 보완책으로 "각 시도별로 코로나19 전담병원을 지정해 (미리 병상을 비워두는) 일부 병상 준비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며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시도 점검을 다니면서 병상 평가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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