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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양궁이 '위기의 한국'에 주는 7가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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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여자양궁이 '위기의 한국'에 주는 7가지 교훈

[현대경제연구원 분석] '비인기종목'이 20년간 세계제패 하는 이유

30일 폐막한 아테네 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어렵게 10위권에 진입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한 한국 여자양궁의 '글로벌 경쟁력'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뒤 여자양궁이 위기의 우리 기업 및 경제, 더 나아가선 '위기의 한국사회'에 던져주는 7가지 시사점을 정리한 발빠른 연구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여자양궁은 세계 최고의 한국 히트상품"**

현대경제연구원은 30일 <한국 여자양궁 신화와 기업 경영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최초의 올림픽 출전인 1984년 LA올림픽에서부터 이번 아테네올림픽까지 지난 20년간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 모두를 석권한 한국 여자양궁은 세계 최고의 한국 '히트상품'"이라고 규정했다.

보고서는 이어 "해외 언론은 한민족의 혈맥 속에 활 쏘는 민족의 DNA가 존재한다고 믿기도 하나, 한국 여자궁사들의 성공은 결코 타고난 능력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닌 치밀한 전략과 뼈를 깎는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결론내렸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한국 여자양궁의 경쟁력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생산요소 여건, 연관·지원산업, 전략·구조·경쟁메커니즘, 수요 여건의 고른 발전과 유기적 다이나믹이 필요하다"는 마이클 포터의 '다이아몬드 모델'을 분석틀로 이용해, 4가지 측면에서 심층분석했다.

***"평소엔 찬밥, 올림픽이나 열려야 '금메달 반드시 따와라' 압박"**

보고서가 '다이아몬드 모델' 가운데 하나인 '수요 여건' 측면에서 본 우리나라 양궁의 환경은 더없이 낙후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양궁은 20년 세계제패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민체육으로 저변확대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가의 양궁장비, 양궁연습장 부족, 스포츠 상품으로의 개발 미흡, 엘리트 스포츠정책 등으로 국민 스포츠로의 개발이 부진하며, 이에 따라 양궁 인구의 저변확대가 취약한 상황이다.

또한 현역에서 은퇴한 양궁선수들을 위한 시장 수요도 많지 않다. 양궁은 실업팀도 충분하지 않고, 국민체육으로서의 저변 확대도 되지 않아 양국선수들이 현역에서 은퇴했을 경우 퇴로가 부족하다.

다른 비인기 종목처럼 4년마다 올림픽이 열려야만 "금메달을 무더기로 따오라"는 범국민적 압박만 받는 처지인 셈이다.

***경쟁력 1. "외국선수 하루 1백발 쏠 때 우리는 1천발 쏴"**

보고서는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한국 여자양국이 20년간 세계를 제패한 글로벌 경쟁력의 첫번째 요인을 '생산요소 측면'에서 찾았다.

보고서는 "정적이고 정신수양을 위주로 하는 한국의 문화가 양궁의 정신집중에 유리하다"며 "이같은 문화는 한국뿐만 아니라 동양권 전체에 일반적인 것으로 한국, 중국, 대만이 세계 여자양궁을 휩쓰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아테네올림픽에서는 대만, 중국이 장차 우리나라 양궁의 독주를 위협하는 최대 경쟁자가 될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보고서는 또 "한국인 특유의 섬세한 손재주가 바탕이 여자양궁의 바탕이 되고 있다"며 "무거운 장비를 사용하여 실력의 편차가 적은 남자 양궁에 비하여 여자 양궁은 손가락의 섬세한 감각이 요구되므로 손재주가 뛰어난 한국 여성이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어 '세계 최고 코치진, 선수층과 축적된 노하우'를 또하나의 장점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한국 여자 양궁은 84년 올림픽 최초 출전 이후 20년간 세계 1위를 통해 세계 최고의 코치진과 노하우를 축적해왔다"며 "현재 양궁선수로 활동하는 사람은 대략 5백여명 이상으로 선진국 수준의 선수층을 확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혹독한 훈련과 살인적인 연습량'을 주요요인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외국선수들은 하루 1백발 정도로 연습, 소속팀이 없는 선수나 일정한 직업이 있는 선수의 경우 일주일에 하루 연습하는 수준이나, 한국 선수들은 하루 3백~5백발 이상을 연습하고 올림픽 때는 1천발씩 연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야간에는 서치라이트까지 켜놓고 훈련을 하기도 하며, 어떤 선수는 밤에 공동묘지에서 혼자 촛불을 켜놓고 활쏘기 연습을 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고 전했다.

***경쟁력 2. 과학적 선수발굴-훈련**

보고서는 이어 글로벌 경쟁력의 2번째 요인으로, 두터운 '연관-지원 산업(Related and Supporting Industry)'의 존재를 꼽았다.

보고서는 "여자 양궁의 경우 다른 종목과는 대조적으로 인재 '발굴의 윈도우'가 발달해 있다"며 "전국 시도대항 초등학교 양궁대회('85년), 회장기 초등학교 양궁대회('89년), 전국 우수초등학교 대회('90), 올림픽 제패 기념 코리아 국제 양궁대회('94년)등 양궁 선수를 발굴하고 정기적으로 실력을 검증, 평가할 수 있는 다수의 양궁 대회를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여자양궁은 이렇게 발굴된 선수의 체계적, 과학적 육성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며 "1986년부터 양궁 과학화를 위해 시력측정기, 시신경 감응도 측정기, 측정 도구 및 기록표를 연습에 응용하고, 슈팅머신을 개발하여 모의훈련에 사용하는가 하면, 스포츠과학기술 연구소를 통한 다각적인 훈련 기법을 연구하고, 아이글래시즈 시뮬레이션 훈련, 이미지 트레이닝 훈련 등 실전 상황과 유사한 상황에서 연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또 "고도의 정신적, 심리적 훈련 시스템을 적용하여 정신력 측면에서 앞서고 있다"며 "선수들이 자신의 평소 기록을 시합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복합적이고 다양한 심리훈련을 선수 개인별 성향에 맞추어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장기간 실시하는 동시에, 스포츠심리학 강의와 토론, 코치와의 면담, 인지재구성 훈련, 담력훈련, 각종 심리검사 측정, 선훈련, 양반자세 정신집중 훈련, 해병대 훈련 및 수영 다이빙 연습 등을 통해 심리적 불안요인을 해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세계 최고의 양궁 장비기술 보유'를 주요요인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현재 한국의 양궁 장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미 시드니 올림픽 때부터 우리나라 선수뿐만 아니라 해외 유명 선수들이 모두 사용하고 있다"며 "국산장비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종목은 한국은 종주국인 태권도 종목을 제외하면 양궁뿐"인 점을 지적했다.

***경쟁력 3. 열악한 환경속의 치열한 '엘리트 스포츠정책'**

보고서는 글로벌 경쟁력의 3번째 요인을 '전략-구조-경쟁 매커니즘 (Strategy, Structure, Competitive Rivalry)' 측면에서 찾았다.

보고서는 우선 "국내 양궁팀이 적고, 양궁 레저 인구도 극소수인 열악한 상황에서 한국의 양궁은 철저한 '엘리트 스포츠 정책'을 펴고 있다"며 "양궁선수들은 보통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하여 엘리트만 상급학교에 진학하며, 국제대회에 출전할 정도가 되면 선수 경력이 10년 이상으로 다른 나라의 양궁 선수들보다 경력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올림픽때만 '인기'를 모으는 '평상시 비인기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양궁이 20년간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주요 측면을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한국양궁의 '치열한 경쟁'을 주요요인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한국 여자양궁은 국가대표 선발전이 올림픽 금메달 획득보다 더 어려울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며 "이는 한국 80위가 세계 랭킹 5위 정도의 실력과 비슷한 상황에서 한국내 선발전이 프리 올림픽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어 "국제적인 경쟁 측면에서는 한국 여자양궁이 시장을 지배하고 선도하고 있는 점이 우위 유지의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여자양궁은 전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는 모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경쟁국의 '한국 따라하기' 전략은 시장 2위의 위치를 확보하기에는 유효한 전략이나, 1위 자리를 차지하기위한 전략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요컨대 "한국은 경쟁국들이 한국을 배우는 동안 새로운 훈련방법과 기술을 개발하여 시장 선도적 지위를 유지해왔다"고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다.

***한국 여자양궁이 한국기업에 주는 7가지 시사점**

보고서는 이같은 한국 여자양궁의 글로벌 경쟁력을 심층분석한 뒤, 여자양궁이 현재 위기에 직면한 한국기업 및 경제에 던지는 시사점을 7가지로 요약정리했다.

첫번째 시사점은, "잘하는 것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 여자양궁의 가르침은 기업별 특성과 핵심역량, 조직 문화에 적합한 전략 업종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동양인으로서 100M 달리기나 수영의 자유형 등의 종목은 적합하지 않으나 양궁은 한국인 특유의 손재주와 집중력이 시너지를 이루어 세계 제패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따라서 "사업도 잘할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하여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사업 다각화를 하더라도 무분별한 다각화보다는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골라 집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두번째 시사점은, "시장을 지배하고 표준을 선도하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계속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시장을 지배하고 표준을 선도하여 마켓 리더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며 "시장 경쟁자들이 벤치마킹을 하도록 하여 그들을 추종자 포지션(follower position)에 머물게 하는 사이에, 자신은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하여 시장 선도적 포지션(leader position)을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지속적인 변신이 없다면 차별화가 불가능해져 시장 선도적 지위를 상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번째 시사점은, "어떠한 환경의 변화에도 위협받지 않는 핵심역량을 갖춰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경쟁기업이 따라오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핵심역량을 갖춰야 한다"며 "한국 양궁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 방식, 강도 높은 훈련, 선수들간의 치열한 경쟁, 실전 대비 훈련 등을 통하여 강력한 핵심역량을 확보, 어떠한 경기장 환경 하에서도 세계 1위를 지속하고 있으며 외국이 한국 양궁을 견제하기 위하여 '88년 서울 그랜드 피타 방식, '92년 바르셀로나 토너먼트 방식 등 경기방식을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1위를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네번째 시사점은, "핵심인재 그룹을 형성하고,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두명의 스타 리더보다 적정 규모의 핵심인재 그룹을 육성하고, 그들간의 경쟁과 상호학습을 유도해야 한다"며 "한국 여자 양궁이 5백여명의 엘리트 선수층을 확보하고 그들간의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고 있는 점"을 꼽았다. 보고서는 "핵심인재들은 경쟁을 통하여 더욱더 유능한 리더로 성장하게 되며, 또한 경쟁 과정에서 상호학습을 통하여 역량을 강화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다섯번째 시사점은, "차세대 리더를 키우고 세대교체에 성공하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세대 교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차세대 리더를 육성하고, 원활한 세대교체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한국 여자양궁은 다른 종목과는 달리 세대교체에 실패한 적이 없다"며 "84년 LA 서향순, 88년 서울 김수녕, 92년 바르셀로나 조윤정, 96년 아틀랜타 김경욱, 2000년 시드니 윤미진, 2004년 아테네 박성현 등 쉼없는 세대교체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세대 교체 실패는 곧바로 선도적 지위 상실로 연결되며, 한번 상실한 선도적 지위를 만회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경고했다.

여섯번째 시사점은, "조직내 학습 및 R&D(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를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며, 조직내 학습과 R&D가 바로 차별화의 핵심 성공 요인"이라며 "한국 여자양궁은 선수들간의 경쟁을 통하여 조직내 학습이 이뤄지고 있고, 또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 일곱번째 시사점은 "내부의 적을 관리하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시장 선도적 지위 유지의 가장 큰 저해요인은 경쟁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양궁은 상대가 잘못쏘기를 기대하게 되면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게 되어 오히려 자신의 스코어가 나빠지게 된다"는 점을 소개했다. 보고서는 "따라서 양궁선수들은 경쟁자들의 한발한발 성적에 연연하지않고 자신의 활쏘기에 집중하는 훈련을 받는다"며 "기업도 시장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장 1위로서의 자만심, 변화 거부 심리 등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같은 한국 여자양궁의 성공요인 및 시사점 분석은 단지 우리 기업과 경제에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비롯해 아직 일천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우리 사회 각부문에도 그대로 적용가능한 귀중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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