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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협박하는 미국...남북협력 문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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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협박하는 미국...남북협력 문제 없다

[기고] 미국, 남북협력 반대해선 안 돼

한국 정부가 북미대화 촉진을 위해 남북협력을 추진하고, 북미관계만 기다리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 미국 정부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미 전문가들도 한국 정부의 방침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측의 태도는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의 26, 28, 30, 31항에 적시된 '다양한 평화적 방식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내용과 어긋난다.

미국 정부나 관변학자들은 남북협력 사업은 한국이 사전에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는다. 결국 강력한 대북제재를 앞세워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미국 정부를 한국이 추종하리라고 보기도 한다.

백악관은 지난 15일 "모든 유엔 회원국들의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을 기대한다"며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에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완전히 이행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이는 동맹국인 한국도 전적으로 지지한 목표"라고 강조, 한국 정부의 방침을 외면하는 반응을 보였다<미국의소리방송 1월 16일>.

미 국무부도 <미국의소리방송>의 논평 요청에 대해 북한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일치된 대응을 강조했다. <미국의소리방송>과 <자유아시아방송>은 16일 미국의 국제전략연구소(IISS) 소속 전문가 등을 인용해 "남북 협력이 북미 대화를 촉진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에 동의하지 않으며 문 대통령이 남북 협력의 영향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며 "북한과의 합작사업 및 유지와 운영을 전면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위반하지 않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없을 것이다. 남북 협력과 북미 대화는 별개의 궤도로 움직이며 연계돼 있지 않다"라고 보도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16일 "한국이 (미국의) 제재를 피하려면 미국과 협의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는 노골적 협박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초강력 제재를 전제로 한 '북한의 선 비핵화, 후 대북 제재 해제'로 압축되는 자국의 입장을 한국에 강요하는 것이다. 자주권을 존중해야 할 유엔 헌장에도 위반된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서 한국은 당사국이며 북미관계가 존재하듯이 남북관계도 존재한다.

한국 정부는 이 같은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미국의 태도는 유엔 안보리가 2017년 9월 합의한 대북 제재 결의안 2375호 일부 조항에 위배된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대북 제재 결의안 2375호는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이고 외교정치적인 방식으로 달성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1~23항은 대북 제재에 대한 내용이고, 24~25항은 식량부족과 의료 제도 미흡으로 인한 임산부, 어린이 영양실조 등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26~31항 가운데 일부는 대북 제재가 북한 주민 인도적 지원, 협력 사업 등을 저해해서는 안 되고 비핵화는 평화적인 방식으로 달성되어야 한다는 점을 적시하고 있다. 24~31항 가운데 일부 조항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http://unscr.com/en/resolutions/2375).

26항 : 유엔의 대북 제재가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조처에 역행하거나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경제활동, 상호협력, 식량 원조, 인도주의적 지원, 원조 또는 구호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거나 중단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제재 조치 일부를 면제할 수 있다.
28항 :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 회담의 재개와 2005년 9.19합의를 지지한다.
29항 : 한반도,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은 매우 중요하며 상황의 평화적이고 외교적, 정치적 해결을 지지한다.
30항 : 포괄적 합의를 달성하기 위한 긴장 완화 노력을 지지한다.
31항 : 한반도 비핵화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달성할 목표는 평화적 방법으로 추진해야 한다.

위에 소개한 대북 제재 결의안 2375호의 일부 조항을 보면 미국이 자국의 국내법으로 대북 제재를 계속 강화하면서 비핵화를 압박하는 것이 타당한지, 그리고 6자회담의 재개나 그 합의를 외면한 채 미국의 주장만을 밀어붙이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은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사항에는 자국법을 적용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오랜 기간 중단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남북한의 비정치, 비군사적 경제협력을 저지하고 있다.

이제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노골적인 협박까지 하는 이 상황은 불평등한 한미동맹 현주소를 보여준다. 한미동맹의 상징인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한국 군사주권이 미국에 장악되었던 지난 수십 년 간 미국이 반복해온 슈퍼 갑질의 하나라 하겠다. 미국 쪽의 비상식적인 행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은 최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도 기존의 5배 넘는 폭으로 인상하라는 압박을 한국에 하고 있다. 미국이 합리성을 외면한 조치를 남발하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인 한미동맹이라는 기득권에 안주하는데서 비롯한 측면이 강하다.

이번 한미 갈등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이 강조해온 힘 위주의 대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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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전 한겨레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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