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를 노래하고 싶다**
죽음이 광장의 시가 되어
장대 끝 만장으로 흐느낀 지 오래다.
선교사역을 꿈꾸던 그대가
전쟁난민의 구호용 담요를 포장하는 동안
굶주린 팔루자 거리의 개들은
시체더미를 헤집으며 허기를 채웠고,
그대가 고국에서 보낼 유월의 휴가를 위해
값싼 항공편을 수소문하며
달력에 잦은 눈길을 보내는 동안
고백하거니와 그대를 낳은 그대의 조국은
열사의 땅으로 송출할
젊고 싱싱한 제물색출에만 독이 올라있었다.
그대 조국이
어떤 불온한 음모도 품어본 적 없는
순결한 청춘을 번제물로 상납하기 위해
포악하고 추악한 전쟁광에게 영혼을 매춘하는 동안
겁에 질린 외마디만 남기고 그대는 갔다.
살려달라, 제발!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그대의 살가운 전자우편이 부고장처럼 날아들었다.
주인 잃은 유월의 오렌지빛 슬픈 휴가와 함께.
그대의 죽음을 팔아 모국어로 쓰여질
모든 시어들에 헌화하며,
더이상 눈앞의 탱크와 전쟁을 시로 쓰고 싶지 않다던
자카리아 모하메드*의 고백을 훔친다.
나는 장미를 노래하고 싶다.
*자카리아 모하메드: 1950년 팔레스타인 나불루스 출생, 시인, 반전운동가.
***작가 소개**
전북 정읍 출생, 2001년 『사람의 문학』을 통해 작품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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