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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진화의 실험실' 도시, 재앙에 맞설 아군은 식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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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진화의 실험실' 도시, 재앙에 맞설 아군은 식물 뿐

[프레시안 books] <식물성 도시 피토폴리스>

생태 피라미드의 최정점(이라고 자부하는) 호모 사피엔스는 이제 진화에서 해방된 걸까? 자연을 인식의 지평선 너머로 추방해 구축한 전 세계 도시들은 인류의 안전한 서식처로 영원할까?

스테파노 만쿠소는 이탈리아 출신 식물신경생물학자다. 그는 오만이 낳은 산물이자 재앙에 가까운 생각이라고 답한다. 그리고 하루라도 늦기 전에 이 동물성 도시를 '식물성 도시(phytopolis. 피토폴리스)'로 개조하라고 채근한다. 적어도 "인류가 지능이 있는 종이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인간은 물론이고 무기체 구조물 덩어리인 도시 역시 계속 진화하고 있다. 진화의 방향이 재난으로 향했을 뿐. 어느 식물 예찬론자나 환경주의자가 하는 그러려니 싶은 얘기가 아니다. <식물성 도시 피토폴리스>(스테파노 만쿠소 저, 김현주 옮김. 김영사)

▲ 식물성 도시 피토폴리스 ⓒ김영사

호모 사피엔스가 도시 종으로 진화한 것은 1만 년 전 농업혁명부터이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농촌 지역에 70%가 분포해 살아왔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로 몰려들어 거대한 '인간 진화의 실험실'을 가동한 건 불과 반세기 만에 벌어진 일이다. 우린 수면 위로 올라온 지표면 중 2.7%에 불과한 도시에 40억 명(55%)이 붙어 살고 있다.

인체의 완벽성을 바탕으로, 인체의 작용처럼 기능하도록 설계된 동물성 조직이 도시의 태생이다. 정부 기관(뇌)를 중심으로 주거 지역, 문화 지역, 비즈니스 구역, 병원 지역, 유흥 지역, 교육 기관 등이 각각 대체 불가능한 신체의 일부처럼 기능한다. 몸체의 일부가 제거돼도 생명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식물의 모듈식 구성과 다른, 계층적이고 전문화된 구조다.

효율이 최대 목적이지만, 물질의 변화와 순환을 일컫는 대사 측면에서 도시는 극도로 비효율적이다. 막대한 에너지와 물질을 외부에서 끌어들여 그 중 소량만 흡수하고는 순환하지 않는 폐기물을 배출하고 대기·수질 오염을 생산하는 곳이 도시다. 전 세계 25개 대도시에서 방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의 53%를 차지한다.

이는 "동물성 조직이라는 기준 하나에만 의지해 건설된 도시의 일부는 사체분해자이고 일부는 기생하는 괴물, 실패한 실험의 결과물"이자 "지구의 한정된 자원에 대한 약탈"이다.

그 대가로 지구에서 발생하는 전체 사망자의 6명 중 1명이 대기·수질 오염에 의해 사망하는 현실을 돌려받았다. 여럿이 가까이 사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전염병 전파에 이상적인 조건도 활짝 열었다. 얼마전 경험한 코로나19 팬데믹은 '가벼운' 경고다.

이토록 빠르고 강렬한 도시의 격변은 점진적인 변화들로 이뤄지는 진화 작용과 양립하기 어렵고, 갈수록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생명 체계에 위협적인 환경을 만들어 왔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생물학적 해답은 생존에 더 적합한 곳으로 이동하는 이주뿐이다. 뜨거워지는 지구의 생태환경에 대처하려고 실제로 육지와 바다에서 여러 종들이 더 시원한 기후를 찾아 서식처를 옮기고 있다.

수천년동안 섭씨 11~15도 사이의 연평균 기온을 누리고 살아온 인간에게도 생존 가능한 환경적 한계가 존재한다. 지구온난화 시나리오가 변하지 않을 경우, 향후 50년 내에 현재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거주하는 지역의 연평균 기온이 29도를 초과하는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지역은 극빈국들이다. 그렇다고 생존을 위해 떠나온 이민자들에게 국경을 열어주지 않는 부유한 나라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의 도시들은 2050년 경에는 남쪽으로 1000km 떨어진 곳의 현재 기후를 맞게 된다. 해수면이 예측대로 상승한다면, 영국도 2100년 내에 기후 이민자가 발생할 수 있는 나라다. 국경 봉쇄가 답이 될 수는 없고, 게다가 도시는 이주가 불가능하다.

인식의 지평을 자연으로 돌릴 수 있다면, 이주 말고도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다른 해법이 있다. 식물을 모델 삼은 도시로 변화시켜 기후 위기를 늦추는 것이다. 탐욕의 결과물인 동물성 도시를, 생물 다양성을 보장하는 '식물성 도시'로 개조하는 방법이다.

특히 인간의 장소라고 여겨온 도시를 자연의 장소로 되돌리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은 '거대한 나무 덮개'를 구축하는 일이다. 가능한 한 도시에 나무와 식물의 양을 늘려 더 투수성이 있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무의 냉각 효과는 결코 사소하지 않으며, 따라서 나무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아군이다.

문제가 남는다. 일반적으로 건물, 도로 및 도로 기반시설, 옥외 공간이 대략 3분의 1씩 점유하고 있는 도시 어디에 나무를 심나? 옥외 공간은 아직 녹지가 상당 면적을 차지하는 만큼, 자동차 산업의 강력한 추동력에 힘입어 급속하게 불어난 도로와 주차장을 최대한 많이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방법 뿐이다.

교통난, 주차난이 걱정이라고? 인류 전체가 처참해지는 가까운 파국에 비하면 사소한 불편함이다. "도시를 나무로 덮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현명한 일 중의 하나다."

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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