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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TV는 이제 정보산업의 '제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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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TV는 이제 정보산업의 '제왕'이 아니다

[기고] 정보 생산과 소비가 혼재 심화 속 공익, 공정한 정보 생산에 노력해야

'기레기', '검찰 보도자료 베끼기', '해장국 언론과 확증 편향' - 최근 한국 대중매체의 현주소를 비판하면서 언론 개혁의 당위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JTBC는 한국 언론의 위상을 살피는 특집 방송을 했다. 정치사회적 양극화 속에 격렬한 대치와 비판이 일상화되면서 사회적 거울이며 목탁이라고 하는 대중매체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른 신세가 된 것이다.

대중매체는 전 세계적으로, 그 어떤 시기보다 가장 충격적인 혁명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그 변화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대중매체가 전담하던 뉴스 또는 정보의 생산과 유통 기능이 IT기술의 발달과 보급으로 모두에게 개방된 점이다. 한국이 세계 정상급 정보 강국이라서 대중매체가 누리던 기득권이 가장 심하게 붕괴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이 집약되어 있는 스마트폰의 우리 사회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서구에서 오늘날과 같은 대중매체가 등장한 것은 서구의 식민지 쟁탈 등이 겸해졌던 자본주의 발달과 시기를 같이 한다. 세계 각 지역의 주요 특산품에 대한 정보 등이 거래되기 시작한 원시적 미디어가 신문의 초기 형태가 된 것이다. 미디어는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라디오, TV 등에 이어 SNS의 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문, 라디오, TV 등 전통적 대중매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극소수 공영이나 국영을 제외하고는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대중매체가 공익성, 공정성을 아무리 강조한다 해도 영리 추구라는 체질을 완전히 벗기는 어렵다. 영리 추구라는 기능에는 정치적 통제나 탄압, 유혹이 끼어들 취약점이 내재되어 있어 한국의 경우처럼 오랜 기간 그 피해가 컸다. 그래서 끊임없는 사회 감시 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었다.

그러면 한국의 대중매체가 당면한 현실과 그 문제는 과연 어떤 무엇이며 그 개선은 어떻게 시도되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정보사회 전체, 즉 정보 생산유통과 함께 정보 소비를 동시에 살필 때 그 해답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

정보 생산 대중매체는 그 정보 생산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엄청난 위기 상황이라서 심각한 고민과 대처가 필요하다. 대중매체는 최근까지 뉴스라고 하는 가장 큰 정보 상품의 생산을 전담 해왔다. 그러나 정보와 IT 산업 발달에 따라 정보 생산이 대중매체 밖에서도 이뤄지게 되었다. 전통적으로 뉴스라는 정보 생산은 대중매체가 전담해 소비자인 대중과는 완전히 그 영역이 달랐다. 그러나 오늘날 정보 생산과 소비가 뒤섞이면서 그 구분이 사라진 것은 유사 이래 최초의 현상으로 대중매체에는 큰 타격이라 하겠다.

오늘날 정보나 뉴스의 전문성이나 진위라는 가치 판단을 빼면 누구나 그것을 스마트폰에서 생산해서 대중매체에 전달하거나 스스로 유튜브, 팝 캐스트에 올리면 전 사회를 상대로 확산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대중매체의 시각에서 보면 오랜 기간 보장되던 밥그릇이 깨져나가고 있는 최악의 위기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대중매체라는 권력에 의해 장악되었던 정보 생산이 소비자에게 일부 개방된 것은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볼 때 긍정적인 혁명적 변화라 하겠다.

정보 생산이 대중매체의 범위를 벗어난 것은 전 사회적으로 볼 때 그 역기능보다는 생산성과 이익이 크다고 평가된다. 대중매체가 뉴스를 전담하는 구조에서 비롯된 역기능도 심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1인 미디어가 무책임하게 정보를 양산하는 것이 유튜브 등에서 허용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으나 이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볼 수 있겠다. 시장 자정 기능에 의해 언젠가는 질서가 잡힐 것으로 추정된다.

정보 유통 : 유통부분은 포털이나 플랫폼이 대중매체가 생산하는 뉴스의 유통을 거의 전담하면서 대중매체의 발행 부수, 시청률 부분의 이익을 일부 잠식하고 있다. 즉 대중매체의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던 부분이 외부의 관리, 통제로 넘어간 것이다. 대중매체가 본래의 위상을 회복하려면 앞으로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할 부분이다.

정보 소비 : 정보 소비 부분은 어떤가. 오늘날 정보 소비자들은 과거와 달리 정보 생산에도 참여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대중매체에 영상을 직접 제공하는 식으로 연결되기도 하고 1인 매체를 통해 정보를 생산한다. 그러나 인간의 정보에 대한 생체 기능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는 점을 기반으로 살필 때 과거와 큰 차이는 없다고 하겠다.

오늘날 뉴스를 포함한 모든 정보에 대해 소비자는 좋아하는 것만 듣고 기억하면서 확증편향이 심화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보 소비자를 간접적으로 흠집 내는 듯한 표현이다. 그러면 이는 오늘날의 독특한 현상일까? 그렇지 않다. 인간의 정보에 대한 생체 반응이 원시시대부터 그래왔다고 보아야 한다. 인간의 정보에 대한 반응은 원래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었고 일상생활의 행복을 위해 기여하는 특성이 있다.

인간의 정보에 대한 반응, 즉 수용 태도를 보면 여러 형태가 있다. 즉 폭탄이 터지는 등 생명의 위협을 받거나 모두의 중요한 관심사에 대한 정보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다음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거나 소비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정보를 수용하거나 기억하는 것은 대단히 선택적이다. 예를 들면 선거에 대한 정보나 상품 광고에 대해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듣고 기억하는 식으로 두뇌가 다양하게 작동한다. 유튜브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정보를 생산하는 영상을 찾아가는 것은 하등 이상할 게 없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중매체의 위상이 급변하면서 동시에 가짜뉴스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중매체는 그러나 가짜뉴스라는 표현을 기피한다. 대중매체의 시각에서 보면 뉴스가 일정한 환경과 전문적 작업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가짜뉴스라는 용어는 존재치 않고 가짜 정보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가짜뉴스에 대한 개념 규정도 아직 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가짜뉴스는 해외의 경우 돈벌이 차원에서 범죄사업의 하나로 등장했다.

어찌 됐든 최근 유럽 등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대책으로 제시되는 것을 보면 새로운 정보 환경에 대한 대응이 범사회적으로 다각적이야 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즉 공익적 정보가 양산될 수 있도록 대중매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 팩트 체크 기능의 강화, 건강한 정보의 유통 환경을 만들기 위한 포털이나 플랫폼의 자정 기능 강화 등이다. 거짓 정보의 범람과 함께 대중매체의 위상 변화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표현의 자유의 영역이 1인 미디어의 등장으로 더욱 확대 심화되고 그로 인한 그늘도 짙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런 점을 충분히 살펴 대처한다면 대중매체에게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대중매체 문제를 종래의 대중매체가 정보 산업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시절의 시각에서 접근하면 그 해답을 찾기 어렵다. 대중매체의 배타적 전문성이, IT 기술 발달로 사라진 상황에서 과거에 집착하는 것은 시대착오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한국은 초고속 정보통신망과 함께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시도하고 있다. 정보환경의 비약적 발전 속에서 유튜브,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SNS의 전면적인 보급으로 정보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나타날 탈 대중매체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대중매체가 생존 영역을 고수하고 확대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공익, 공정한 정보의 양산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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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전 한겨레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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