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오름학교는 14(금)-15(토)일, 1박2일로 열립니다.
*참가회원님은 미리 항공편을 확인하시고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얘기합니다.
개교 이후 줄곧 홀수 달에 진행하던 오름학교가 2020년부터는 짝수 달에 문을 엽니다. 불과 한 달 차이지만, 다른 바람과 다른 하늘빛, 지금껏 못 본 컬러의 오름을 만나고 싶어서요. 짝수 달에 찾아가는 제주의 모습은, 오름의 풍광은 어떨지 저도 기대됩니다.
2월은 겨울이 가장 깊은 시기입니다. 12월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가장 두텁게 쌓인 때기도 해서 심설산행을 즐기는 이들은 2월말을 기다렸다가 산을 찾곤 합니다. 제주는 어떨까요? 3월은 이미 오름의 양지를 따라 세복수초와 산자고, 노루귀, 바람꽃 같은 봄꽃이 피어나기 시작하기에 제주의 겨울 모습은 2월이 끝일 겁니다. 그 겨울의 끝에 선 제주오름에서 돋보이는 곳을 골랐습니다.
오름학교(교장 이승태. 여행작가·제주오름 전문가)의 2020년 2월, 제14강은 <겨울이 가장 깊어! 겨울이 제맛인 오름들-대왕산, 대수산봉, 낭끼오름, 유건에오름, 삼의악(새미오름), 어승생악>을 찾아갑니다.
2017년 11월 개교한 오름학교는 제1강 <애월의 오름>, 제2강 <안덕의 오름>, 제3강 <표선의 오름1>, 제4강 <제주서부 중산간오름>, 제5강 <곶자왈 특집>, 제6강 <초지능선오름>특집, 제7강 <오름, 가을풍광 속으로>, 제8강 <제주 서부오름 소병악과 대병악, 비양도의 비양봉과 제주의 특별한 건축물 기행>, 제9강 <봄빛 가득, 제주 서남부 오름들>, 제10강 <제주스런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오름들>, 제11강 <그 깊고도 짙은 푸름 속으로! 한여름의 서부 제주 보석 같은 오름들>, 제12강 <제주의 바람, 초원을 흔드는 바람-제주의 가을바람과 가을하늘이 잘 어울리는 오름>, 제13강 <늦가을 서정으로 가득! 제주올레의 아름다운 오름들>에 이어 제14강 <겨울이 가장 깊어! 겨울이 제맛인 오름들-대왕산, 대수산봉, 낭끼오름, 유건에오름, 삼의악(새미오름), 어승생악>으로 향합니다.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은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면서 제주 오름의 소중함을 얘기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는 격월로,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2020년 2월, <겨울이 가장 깊어! 겨울이 제맛인 오름들>을 준비하는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제14강 1일차 / 2월 14일(금)
<대왕산, 대수산봉, 낭끼오름, 유건에오름>
대왕산
-초원을 뛰노는 말을 감시하던 오름
손지오름과 용눈이오름 사이로 난 도로를 따라 수산리로 가다보면 왼쪽에 펑퍼짐하게 자리 잡은 오름이 하나 나옵니다. 아래부터 꼭대기까지 삼나무와 소나무로 뒤덮인 대왕산입니다.
이름이 거창한 이 오름은 옛날 한 지관이 왕(王)자 모양을 한 수산리 일대 형국이 오름 자락까지 이어져 있는 것을 보고는 왕뫼(왕메, 왕미)라고 부른 데서 유래합니다. 또 오름의 형세가 왕(王)자 모양을 띠고 있어서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입구의 안내판엔 고려 말, 몽골의 다루가치가 제주에 탐라총관부를 두고 드넓은 수산 지역에서 말을 키웠는데, 일대에서 비교적 높은 이 오름에 올라서 말을 감시했다고 해서 대왕산이라 부른다는 이야기도 적혔습니다. 몽골에서는 왕족이었나 봅니다.
대왕산은 큰 도로에서 떨어진 마을 안쪽에 있으며, 오름의 남녘엔 여느 오름처럼 마을공동묘지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해발고도가 157.6m에 오름 자체의 높이가 80m인 대왕산은 남쪽 수산리에서 탐방로가 이어집니다. 시멘트 블록으로 쌓은 산담을 두른 무덤과 제주에서 보기 드문 복숭아나무가 입구를 지킵니다. 숲 사이로 난 탐방로는 곧 구불거리며 능선으로 향합니다. 밖에서 볼 때는 삼나무로 뒤덮인 것 같더니 안으로 들어서니 굴거리나무와 녹나무, 구실잣밤나무, 후박나무 같은 활엽수가 더 많습니다. 온통 울창해 해가 들지 않는 숲 아래론 섬천남성과 자금우 같은 제주를 대표하는 식물도 가득합니다.
들머리에서 화구벽 능선까지는 440m로, 20분 남짓 걸립니다. 능선에 닿으며 하늘이 보이고, 숲 사이로 조망도 트입니다. 지붕에 오르는 사다리가 놓인 산불감시초소를 중심으로 분화구를 한 바퀴 도는 탐방로가 조성되었습니다. 숲이 울창한 분화구 능선을 따라 걷는 동안에 간간히 조망이 트이며 성산과 표선 일대의 지평선 같은 풍광이 펼쳐집니다. 오름이 크거나 높지 않아서 탐방이 짧지만, 겨울에도 푸른 숲으로 덮인 제주의 자연을 만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대수산봉
-정상에서의 조망이 으뜸
제주 동쪽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 사이, 일주동로 옆에 우두커니 선 오름 하나가 있습니다. 여러 인쇄물이나 스마트폰의 앱 지도엔 이 오름을 ‘대수산봉’이라 표시하는데, <오름나그네>의 저자 김종철 선생은 ‘큰물뫼’라고 부릅니다. 높이 137.4m, 오름 자체의 높이가 97m인 큰물뫼는 예전에 온통 초지대여서 말을 키우는 목마장으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숲이 울창해 말이 뛰어놀던 옛 모습은 상상도 못할 정도입니다.
옛날 이 오름에서 물이 솟아나서 못을 이뤘다고 해서 ‘물+메’로 불리다가 동쪽의 족은물메와 구분키 위해 대소 개념을 끌어들여 이곳을 큰물메(뫼) 또는 대수산봉이라 부르기 시작했다는군요. 족은물메는 작고 숲이 울창하며 탐방로도 없는 반면, 큰물메는 상대적으로 덩치가 크고 일대에서 우뚝하며, 탐방로도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생겨난 길은 넓고 쾌적하고 완만해서 걷기 편합니다. 그래서 일대 주민들의 산책로로 인기가 좋은 오름입니다. 정상엔 축구장만한 크기의 예쁜 오름 분화구가 있고, 이를 따라 한 바퀴 도는 정겨운 둘레길이 멋집니다. 소나무가 많지만 억새도 적잖아서 가을이면 운치가 좋습니다.
탐방로는 네 갈래로 나뉩니다. 두 곳은 이 오름을 지나는 제주올레2코스와 이어지며 원래의 탐방로는 오름 동쪽 사면을 지나는 도로에서 시작합니다. 올레길을 걷는 게 아니라면 이곳이 편합니다.
넓고 쾌적한 길이 성긴 소나무 숲 사이로 나 있습니다. 길지 않은 계단만 오르면 거의 평지고요. 6분쯤 후 다른 길과 합류하는데, 그 길은 더 넓습니다. 바닥에 보도블록도 깔려 있죠. 다시 5분쯤 더 가면 분화구가 있는 정상부를 만납니다. 능선 동쪽에 몇 개의 운동시설과 지붕까지 갖춘 전망데크가 보입니다. 전망대에 서니 성산일출봉과 광치기 해변, 오조포구 일대가 훤합니다. 그 너머로 길게 누운 우도도 손에 잡힐 것 같습니다. 섭지코지는 더 가깝게 보이고요. 그 사이로 평지에 들어선 성산읍 일대 마을이 바다와 어우러지며 평화로운 풍광을 보여줍니다.
큰물메에도 무덤이 많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무덤일까요? 제주의 돌로 담을 쌓은 것보다는 시멘트 벽돌로 쌓은 무덤이 더 많아 보입니다. 그래도 최고의 조망이 펼쳐진 곳에 들어선 무덤이라서 부럽기까지 합니다.
전망대 바로 뒤의 분화구를 한 바퀴 돌며 탐방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분화구 능선을 따라 북쪽으로 가던 길은 분화구를 벗어나 다시 북쪽으로 향합니다. 조금만 오르니 산불감시초소가 보입니다. 놀랍게도 이곳은 전망대가 서 있던 곳보다 더 멋진 조망을 가졌습니다. 모구악과 영주산에서 시작해 다랑쉬까지 제주 동쪽의 오름 전부가 눈에 들어오는 명당입니다. 그 뒤로 한라산도 보이니, 이만한 조망처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산불감시초소 바로 뒤로 볼록한 무덤 같은 게 있어서 가보니, 옛날 봉수대더군요. 이곳 ‘수산봉수(水山烽燧)’는 흙으로 쌓은 봉수로, 남서의 독자봉수에서 북동의 성산봉수와 교신했다고 합니다. 봉수대엔 하얀색 벤치가 놓였는데, 그곳에 앉아 바라보는 동쪽 풍광이 가슴을 뻥 뚫리게 합니다. 제 자리에서 한 바퀴 돌면 한라산 동쪽은 남김없이 보일 정도니까요.
낭끼오름
-작은 오름의 재발견
낭끼오름은 어지간한 지도에도 안 나오는 작은 오름입니다. ‘남거봉’으로도 불리는 낭끼오름은 수산리에서 좌보미와 백약이오름으로 가는 길 중간에 있습니다. 작은 동산처럼 생겨서 별 게 있을까 싶었는데, 올라보니 참 기분 좋은 곳이었습니다. 식은 죽 먹기 정도죠. 동남쪽에서 서북쪽으로 비스듬히 누운 산체를 가졌으며, 길에서 억새 만발한 들녘을 따라 조금 들어선 곳에서 시작되는 탐방로는 150m 후에 정상에 닿을 만큼 작고 아담합니다.
이리 작아도 이름은 수두룩합니다. 낭곶오름, 낭껏오름, 낭케오름, 남케오름에 남거봉, 낭끼오름까지. ‘낭’은 나무고, ‘끼’는 변두리라고 합니다. 그래서 나무가 선 곳의 변두리쯤의 뜻을 가졌습니다. 북동쪽에 분화구 흔적이 희미하며, 오름의 남쪽과 동쪽은 드넓은 벵듸가 펼쳐집니다. 오름자락을 따라 억새지대가 많아서 가을에 더 제격일 낭끼오름은 겨울에도 못지않은 즐거움을 줍니다.
정상에 독특한 형태의 산불감시초소가 있는데, 초소를 가운데 두고 육각형의 넓은 전망데크가 펼쳐집니다. 이곳에서의 조망 또한 압권입니다. 영주산부터 한라산을 지나 좌보미, 다랑쉬, 지미봉, 성산일출봉에 대수산봉까지 제주 동쪽이 한 자리에서 가늠됩니다.
전망대를 지나면 동남쪽 능선을 따라 울창한 삼나무숲 속으로 탐방로가 이어집니다. 10분쯤 간 곳에서 능선이 낮아지며 오름을 벗어나고요. 그 뒤 오름자락을 서쪽으로 돌아 출발지로 옵니다. 억새가 가득한 길을 가로질러서요.
낭끼오름은 덩치가 작고, 오르내리는 시간도 짧아서 금세 다녀올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이 오름에서 느끼는 제주의 낭만은 아주 큰 곳이죠. 제주가 한 걸음 성큼 다가오는 듯한 곳입니다.
유건에오름
-한없이 평화로운 풍광
낭끼오름의 정남쪽, 모구악과 나시리오름의 동북 방향에 솟은 유건에오름은 해발고도 190m에 오름 자체의 높이가 70m로, 살짝 가파른 산세를 가졌습니다. 옛 문헌엔 ‘이근악(伊近岳)’ ‘유건악(儒巾岳)’ ‘이근내악(伊近乃岳)’ 등으로 나오며, 오름의 모습이 선비들이 쓰던 유건(儒巾)과 닮아서 이름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확실하진 않습니다.
도로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 자리한 유건에는 2016년에 새로 조성한 나선형의 탐방로가 편백나무와 소나무, 각종 활엽수가 뒤섞인 오름을 휘감으며 정상까지 이어집니다. 정상부는 북·서·남동쪽에 하나씩 세 개의 봉우리로 이뤄졌으며, 남동쪽이 정상입니다. 이 봉우리들이 감싼 1km쯤의 산마루 안에 깊이 30m의 원형 분화구가 들어앉았습니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정상에 서면 제주 들녘의 풍성함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날것 그대로인 뱅듸가 드넓게 펼쳐졌으며, 그 사이사이에 들어선 외딴집들이 한없이 평화로운 풍광을 보여줍니다. 동쪽으론 대수산봉과 겹쳐진 성산일출봉이 멋지고, 모구악과 겹쳐진 영주산도 그렇습니다. 여러 알오름을 거느린 좌보미와 백약이, 높은오름도 눈길을 끌고요. 오르는 동안에 오름을 한 바퀴 돌고, 내려설 때는 짧은 길을 이용해 들머리로 나오게 됩니다.
제14강 2일차 / 2월 15일(토)
<새미오름, 어승생악>
새미오름
-샘을 가진 제주시 뒷산
제주시에서 한라산 방향을 볼 때 제주시 뒤를 받쳐주는 오름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삼의양(三義讓)’ 또는 ‘삼의악(三義岳)오름’이라고도 부르는 새미오름입니다. 오름 서남쪽에 샘이 있어서 붙은 이름으로, 이 샘은 동문시장 앞에서 만날 수 있는 산지천의 발원지 중 한 곳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온통 초지대였다는 새미오름은 지금은 울창한 숲에 덮였습니다.
해발 574.3m에 오름 자체의 높이가 138m, 중산간에 솟은 커다란 오름으로 한라산 북쪽에서 제주시가지를 굽어보고 있는 듯 당당합니다. 제주시에서 산천단을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오른쪽으로 관음사 가는 길이 갈리고, 왼쪽은 516도로가 한라산을 넘는데, 새미오름은 이 길을 가르며 솟았습니다.
탐방로는 제주경찰학교 앞에서 시작됩니다. 오름을 반쯤 휘감으며 북쪽으로 돌아든 곳에서 목장을 앞에 두고 오른쪽에 입구가 나옵니다. 이곳에서 야생 사슴을 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만날 수 있다면 좋겠군요.
폐타이어로 만든 매트가 깔린 탐방로는 울창한 솔숲으로 인해 솔잎으로 가득합니다. 조금 더 오르자 편백나무가 정상부를 뒤덮었습니다.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15분이면 닿습니다. 정상에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이어진 평탄한 능선엔 전망 좋은 예쁜 정자도 보입니다. 일대는 초지대가 많아서 길이 편하고, 제주시를 조망하기에도 좋습니다. 바로 아래로 제주대학교 아라캠퍼스를 시작으로 제주공항까지 이어간 풍광이 한 자리에서 다 보이죠. 뒤로 고개를 돌리면 한라산 정상부도 또렷합니다.
새미오름의 분화구는 한라산으로 향해 북서쪽으로 열렸습니다. 그 지점에 삼의악샘이라는 간판이 있는 샘이 있습니다. 샘 쪽으로 비스듬히 기운 널찍한 분화구 안엔 억새가 많이 보입니다. 그 너머로 한라산이 우뚝한데, 여기서 보는 모습은 북사면으로, 제주를 여행하면서 좀체 보기 힘든 풍광입니다.
탐방로는 오름 분화구를 따라 돌며 샘을 지나 출발지로 이어가기에 오름에서 보기 힘든 작은 물웅덩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비록 크지 않은 옹달샘이지만 한라산 북쪽의 수많은 동물의 생명수가 되어줍니다. 이 샘은 사철 마르는 법이 없다고 합니다.
샘을 지난 길은 곧 ‘고사리평원’이라는 드넓은 초지대를 만나고, 왼쪽으로 방향을 꺾어 목장을 지나 출발지로 돌아옵니다.
어승생악
-눈 덮인 한라산이 감동적으로 펼쳐지는 곳
오름학교에서 찾아가는, 한라산국립공원 안에 있는 첫 번째 오름입니다. 해발 1,169m에 오름 자체의 높이가 350m로 지금껏 올랐던 어떤 오름보다 높은 곳에 있습니다. 한라산을 오르는 들머리 다섯 곳 중 한 곳인 어리목의 바로 앞에 솟은 오름으로, 정상까지는 1.3km며 왕복 1시간쯤 걸립니다.
날이 좋을 때는 정상에서 백록담 화구벽은 물론, 멀리 성산일출봉과 우도, 추자도, 비양도에 남해안까지 조망할 수 있다는 조망 명당으로, 한라산을 대표하는 자연생태학습장이기도 합니다. 오르내리는 내내 탐방로 옆으로 잘 만든 자연생태 해설판이 나타나며 흥미를 끕니다.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인 만큼 탐방로가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산지에 있는 오름이어서 지금껏 올랐던 오름과는 생태계가 판이합니다. 오름 표면을 따라서는 제주조릿대가 무성하고, 바위 위에 자리를 잡고 사는 기이한 나무도 많이 만납니다. 나무의 종류도 달라서 물박달나무와 구상나무, 주목, 당단풍나무, 산딸나무, 후박나무, 모밀잣밤나무 같은 것이 심심찮게 보입니다. 그래서 길을 걷는 내내 고산이라는 느낌이 확실히 들죠.
20여 분이면 정상부가 가까워지면서 숲 사이로 조금씩 조망이 트이며, 이 즈음에 한라산 정상부도 모습을 드러냅니다. 정말 장관이죠. 여기서 보는 한라산은. 장구목과 만세동산, 사제비동산 일대에서 발원한 무수천이 한라산에 깊은 골짜기를 내며 흘러내리는 장관을 적나라하게 살필 수 있습니다. 그 위로 제주의 지붕, 백록담 일대가 견고한 모습입니다. 2019년 11월에 찾았을 때 첫 눈이 내려서 하얗게 변한 모습을 봤습니다. 2월이면 온통 설국을 이룰 게 확실합니다.
이렇듯 어승생악은 제주의 손꼽히는 전망대 역할을 합니다. 제주시와 제주 서쪽 풍광이 남김없이 다 드러나는 정상에 서면 황홀할 지경입니다. 한라산을 이렇게 가슴 벅차게 바라볼 수 있는 곳도 없죠. 깊이 내려선 어리목 건너로 우뚝 솟아서 더 멋집니다. 한라산 조망을 위한 망원경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어승생악은 일제강점기의 생채기를 지닌 곳이기도 합니다. 정상부엔 콘크리트로 만든 일제의 진지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그 중 일부가 개방되어 있어서 내부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어승생악을 오른 자의 특권입니다.
어승생악은 북서쪽으로 기울어진 커다란 분화구를 가졌습니다. 예전엔 분화구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돌 수 있었으나 지금은 길이 막혀서 정상에서 바라보기만 해야 해서 아쉽습니다. 하산은 올랐던 길을 따라 그대로 내려섭니다.
오름학교 제14강은 2020년 2월 14(금)~15(토)일, 1박2일로 제주도에서 열립니다. 상세한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2월 14일(금)>
08:50 제주공항 1층 3번 게이트 오른쪽(공항 내부임)에서 집합합니다, 참가자는 각자 항공편, 배편을 이용해 제주공항에 도착합니다. 정시에 출발하니 집합시각 엄수 바랍니다. 참가신청 전에 교통편을 반드시 체크해주세요^^ 제14강 여는 모임. 참가지 확인과 인사 나누기
09:00 버스 탑승, 공항 출발
-대왕산
-대왕산 하산. 식당 이동, 점심식사
-대수산봉
-낭끼오름
-유건에오름
17:20 식당으로 이동, 저녁식사 겸 뒤풀이 후 숙소로 이동(새마을금고제주연수원, 다인실)
<2월 15일(토)>
07:00 아침식사
-숙소 출발
-산천단
-새미오름
-식당 이동, 점심식사
-관음사
-어승생악
-어승생악 하산, 공항 이동
16:10 제주공항, 제14강 마무리모임, 해산
※당일 현지 상황에 따라 코스나 대상지가 변경될 수 있습니다.
※돌아가는 항공편은 17:20 이후 출발하는 것으로 예약하시기 바랍니다.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신분증(항공탑승용. 반드시 지참하세요!)
*겨울 트레킹에 적합한 복장(등산복, 등산화, 스틱(쌍으로 준비), 아이젠, 스패츠, 장갑, 목도리나 버프, 다운재킷), 무릎보호대, 방수방풍의, 모자, 선글라스, 수통, 우의(+접이식 우산), 따뜻한 여벌옷(여벌양말), 간식, 자외선차단제, 헤드랜턴(또는 손전등), 세면도구, 세수수건, 개인용 겁, 필기도구 등(기본상비약은 준비됨)
*실손보험 미가입자는 반드시 여행자보험에 가입하여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세요.
<참가신청 안내>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인문학습원'을 검색해 홈페이지로 들어오세요. 유사 '인문학습원'들이 있으니 검색에 착오없으시기 바라며 꼭 인문학습원(huschool)을 확인하세요(기사에 전화번호, 웹주소, 참가비, 링크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이리 하니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홈페이지에서 '학교소개'로 들어와 '오름학교‘의 2월 기사를 찾으시면 뒷부분에 상세한 참가신청 안내가 되어 있습니다^^
★인문학습원 홈페이지를 방문하시면 참가하실 수 있는 여러 학교들에 관한 정보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회원 가입하시고 메일 주소 남기시면 각 학교 개강과 해외캠프 프로그램 정보를 바로바로 배달해드립니다^^
★오름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캠핑과 등산, 트레킹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작가입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으로, 그동안 산악전문지 <사람과산> 기자를 거쳐 편집장을 지냈고, 그 시절 우리나라 산줄기 답사를 위한 등산지도 가이드북인 <1대간9정맥 종주지도집>과 <한국100명산 등산지도집>, 국립공원 탐방안내서인 <북한산국립공원>, <지리산>, <설악산>을 제작했습니다. 2012년에는 일본 큐슈 지역의 대표적인 산 열다섯 곳을 소개한 산행보고 프로그램인 <마운틴TV>의 ‘큐슈의 산(9부작)’에 출연했으며, 일본 큐슈올레 전 구간을 취재했습니다. 현재 <한국관광공사> ‘이 달의 걷기길’ 선정위원이자 취재작가, 한국여행작가협회 부회장으로 협회에서 진행하는 ‘여행작가학교’ 강사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동아일보> <화광신문>을 비롯한 여러 매체와 사보에 여행기사를 기고 중입니다.
2013년부터 제주 오름에 빠져 툭하면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으며, 그동안 여러 매체에 오름에 관한 기사를 기고했습니다. 2018년에 오름 트레킹 안내서인 <제주 오름>(가칭)을 출간할 계획입니다. 지은 책으로는 <북한산 둘레길 걷기여행> <캠핑 주말여행 코스북>(공저), <걸어유 충남도보여행>(공저)이 있습니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오름학교>를 여는 취지를 들어봅니다.
올라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세상
화산섬 제주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오름이 모여 있습니다. 그 수가 자그마치 368개라고 하니 매일 하나씩 올라도 한 해가 모자랄 정도죠. 제주 섬 어느 곳을 가도 오름이 있고, 그 오름에 기대어 마을이 있습니다. 그 오름으로 억새를 베러 다니고, 거기서 고사리를 꺾으며 제주인들은 살아왔습니다. 오죽했으면 제주 사람들이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을까요! 오름은 제주의 마을과 마을을 형성하는 모태가 되었습니다. 각 오름에는 제주 사람들이 떠받들던 신들이 자리 잡고 있고, 오름과 그 주변으로 넓게 펼쳐진 거친 황무지인 ‘뱅듸(버덩)’는 예부터 말과 소를 키우는 터전이었습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 80퍼센트쯤은 오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제주 오름은 ‘육지’의 숱한 산들과 달리 오르기가 편하고, 어지간한 오름을 둘러보는데 한두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또 험한 곳이 거의 없으니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그리 부담이 없죠. 무엇보다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오름 자체가 그렇고, 오름 능선에 올라 조망하는 사방의 풍광은 숨을 멎게 할 정도입니다. 소와 말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오름 능선에 아무렇게나 앉아 제주의 바람을 느끼는 행복을 무엇에 비할까요! 기생화산인 오름은 대부분 분화구를 가졌고, 그 형태 또한 제각각입니다. 그 독특한 지형을 살피는 것 또한 흥미진진한 즐거움입니다.
다시 ‘오름나그네’가 되어
368개의 오름은 한라산 백록담 바로 아래의 방애오름, 윗세오름을 시작으로 바닷가에 솟은 성산일출봉과 송악산, 비양도와 사라봉에 이르기까지 사방으로 흩어져 있습니다. 제주 동쪽 송당리 일대엔 가장 많은 오름이 분포해 오름들이 겹치며 산너울처럼 펼쳐지는 신비로운 풍광을 보여줍니다. 그에 비해 서쪽의 오름들은 하나씩 뚝뚝 떨어져 있죠. 그러나 저마다 빼어나 찾는 걸음이 즐겁습니다.
1927년 제주에서 태어나 1995년, 일찍 생을 마감하기까지 제주의 산악인이자 언론인으로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고(故) 김종철 선생은 제주의 모든 오름을 답사한 기록을 <오름나그네>라는 세 권의 책으로 남겼습니다. 지금까지도 오름의 바이블로 통하는 귀한 책입니다. <오름나그네>의 책장을 넘기다가 오름을 향한 그의 열정과 사랑, 감동과 호흡이 전해져 가슴 뜨거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려 합니다. 오를 수 있는 모든 오름을 올라보는 게 목표입니다. 모두 함께 ‘오름나그네’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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