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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야간근로는 아기의 걸음마 시작을 늦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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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야간근로는 아기의 걸음마 시작을 늦춘다

[서리풀 연구通] 저출산이 걱정? 노동시간 감축이 답!

주말 드라마 속 가족들은 호화로운 대저택이든 마당 있는 오래된 단독주택이든 온 가족이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한다. 다들 칼퇴근하는 모양이다. 뭐 병원이든 방송국이든 프랜차이즈 식당이든, 일은 안 하고 연애만 해도 다들 굴러가는 곳이니 굳이 퇴근이 늦어질 이유가 없기는 하다. 이렇게 설렁설렁 일하고 매일 저녁 가족과 7첩반상 식탁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며 출생의 비밀이나 캐는 삶이란 얼마나 부러운 것인지.

그러나 현실 속 한국인들은 주당 40시간 노동이라는 근로기준법 한도에도 불구하고, 예외에나 해당해야 할 52시간 한도가 마치 원래의 근로시간 기준인 양 다툼을 벌여야 한다. 게다가 장시간 노동만이 문제는 아니다. 빠르게 움직이고 24시간 멈추지 않는 산업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형태의 교대근무와 야간노동이 늘어나고 있다.

인류 진화 20만년 역사에 인간이 이토록 오랫동안, 또 밤늦게까지, 혹은 밤을 꼴딱 새우면서 일하게 된 것은 길어야 200년도 채 되지 않는다. 전기가 상용화되기 전에는 야간노동을 하고 싶어도, 시키고 싶어도 실행에 옮기기 어려웠다. 인간뿐 아니라 대부분의 동물들은 오랜 진화과정에서 생체시계(circardian rhythm)을 발전시켜 왔다. 꼭 피곤해서만이 아니라 밤이 되면 자연스럽게 잠을 자고 낮에는 깨어있는 상태가 그것이다. 잠들고 깨어있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몸의 다양한 호르몬들도 생체시계에 맞춰 작동한다. 그래서 생체시계의 리듬이 깨지면 여러 가지 부정적 건강 영향이 초래된다. 그동안 밝혀진 것만 해도 여러 가지다. 비만과 과체중, 당뇨병, 심혈관질환, 소화기질환, 불면증과 우울 같은 정신건강 저해는 물론, 최근에는 야간근로가 유방암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도 알려졌다. 또한 성호르몬에도 이상을 초래하여, 야간근무를 하는 여성에게 월경 주기 이상, 자연유산, 조산, 저체중아 출산 위험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최근 국립대만대학교 연구팀이 국제 저명 학술지 <국제역학회지> 최신 호에 발표한 논문은 이 긴 목록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 엄마의 교대근무가 아기들의 신경발달 결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바로 가기 : 모성의 교대근무와 영아 신경발달 결과의 연관성: 대만 출생코호트 연구의 성향점수 짝짓기 분석 결과)

연구팀은 2005년에 시작된 '대만 출생 코호트연구' 조사자료를 이용했다. 이 조사는 대만 전체 국민을 대표하도록 설계되었으며, 2만 4천 쌍의 엄마-자녀를 표집하여 아기가 6개월과 18개월이 되었을 때 가정 방문을 통해 부모 건강 상태, 임신 중의 경과, 자녀의 출생 결과 등을 면접 조사로 기록한 것이다. 추적조사에서 탈락하거나 정보가 많이 누락된 경우를 제외하고 12,265건의 표본이 채택되었는데, 연구팀은 이중 교대근무 이력이 전혀 없는 여성 4435명과 지속적으로 교대근무를 여성 1202명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아기의 18개월 방문 조사에서, 대근육 운동(gross motor)과 미세 운동 (fine motor), 언어 발달, 대인/사회 기술 발달 수준을 표준화된 설문으로 측정했다. 도움받으며 걷기, 안정적으로 혼자 걷기, 손으로 박수치기, 끄적거리기, 안녕하고 손 흔들기, 부모를 의미 있게 부르기, 불렀을 때 오기, 두 손으로 음료 마시기 등을 할 수 있었던 최초 월령 수를 기록하게 했다. 이는 의사나 전문가가 직접 관찰하는 것은 아니지만 임상 현장이나 일반인구집단의 건강 모니터링에서 널리 쓰이는 방법이다. 이렇게 측정한 전체 결과를 이용하여 하위 90백분위에 해당하는 경우를 계산했다. 예컨대 도움받으며 걷기와 박수치기 행동이 시작된 하위 90백분위 시점은 13개월, 안정적으로 걷고 안녕하며 손 흔들기, 부르면 올 수 있는 것은 15개월, 끄적거리고 부모를 의미 있게 부르고 양손으로 음료를 마시는 것은 17개월이었다. 발달 행동이 이보다 늦게 시작하는 경우를 신경발달 지연이 있는 것으로 판정했다. 이 외에도 아기의 성별, 저체중 출생 여부, 엄마의 나이, 흡연 여부, 수유 상태, 학력과 소득, 간접흡연, 근무 직종과 직무 스트레스 등의 혼란 요인을 측정했다.

연구팀은 분석 초기 단계에서 교대근무를 하는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의 기본 특성이 크게 다른 것을 확인했다. 이를테면 교대근무 여성들은 모유 수유를 할 가능성이 낮고 학력과 소득이 낮으며, 본인이 담배를 피우거나 간접흡연에 노출될 가능성이 컸다. 또한 판매/서비스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고 노동시간도 훨씬 길었으며, 급여가 불안정하고 직무스트레스가 높으며 고용주인 경우가 보다 많았다. 말하자면 노동시간이 긴 서비스직 자영업자인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기본 조건으로부터 초래된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성향점수 짝짓기 방법을 활용하여 교대근무군과 대조군의 나머지 속성이 비슷하도록 1:1 짝짓기하고, 이 1409쌍에 대해 추가 분석을 시행했다.

우선 전체 5637명의 표본을 분석한 결과, 교대근무를 하지 않은 여성의 아기에 비해 지속적 교대근무를 했던 여성의 아기들에서 여러 항목의 신경발달 지연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컨대 안정적으로 걷기의 지연은 1.36배 (95% 신뢰구간 1.06~1.76), 끄적거리기 지연은 1.39배 (1.07~1.80), 부르면 오기 지연은 1.35배 (1.03~1.76) 많았다. 성향점수 짝짓기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관찰되었다. 지속적 교대근무군의 경우, 안정적으로 걷기 지연 1.63배 (1.07~2.49), 부르면 오기 지연 1.52배 (1.00~2.29), 끄적거리기 지연은 1.47배 (0.94~2.29) 등의 결과를 보였다. 아기의 성별이나 엄마의 학력, 직업적 요인 등에 따라 소집단별 분석을 추가적으로 시행한 경우에도 일관되게 신경발달의 지연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연구만으로는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구체적 기전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연구팀은 생체시계 교란으로 인해 멜라토닌 수준이 변화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멜라토닌은 태아의 신경발달 단계에서 산화 스트레스 물질을 포획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다른 연구에서 교대근무자들이 주간 근무자에 비해 혈중 멜라토닌 수준이 낮다는 것도 보고된 바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야간근무자의 건강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특수건강진단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비전형 근로시간, 야간근무는 당사자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만 해를 미치는 것이 아니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어렵게 만들고, 다른 가족들, 게다가 오늘 소개한 논문처럼 어린 자녀들의 건강과 안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야간근무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는 당연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야간근무를 줄이는 것이 정답이다. 경찰서, 발전소, 병원이 24시간 운영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슈퍼마켓, 식당, 카페가 늦은 시간까지 열려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사람들이 늦게까지 일하거나 밤새도록 일하니 그에 맞춰 편의점도, 카페도, 식당도, 택배 서비스도 늦게까지 혹은 밤새도록 이루어져야 하고, 다시 여기에 맞추기 위해 24시간 생산과 유통이 필요하다. 악순환이다. 고령화로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들어 걱정이고, 초저출산으로 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들어 걱정이라면, 과감하게 노동시간을 줄이고 야간노동을 줄여보자. 일하는 사람의 건강과 안녕도 보호하고, 그 가족들, 어린 자녀들의 성장발달과 건강을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서지정보

- Wei C-F, Chen M-H, Lin C-C et al. Association between maternal shift work and infant neurodevelopmental outcomes: results from the Taiwan Birth Cohort Study with propensity-score-matching analysis. Int J Epidemiology 2019;1-11 doi: 10.1093/ije/dyz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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