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내년말까지 올 여름 이라크로 차출되는 3천6백명을 포함해 모두 1만2천5백명의 주한미군을 감축하겠다고 한국 정부에 공식 통보했다.
***美, 6일 공식회담서 2005년 12월까지 1만2천5백명 감축 통보**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는 6일 저녁 8시부터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주한미군 규모 등 재조정에 관한 협의’(3자위원회) 관련 첫 번째 공식 회담을 갖고 이같은 입장을 한국측에 공식 통보했다.
김숙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은 7일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한민구 국방부 국제협력관(육군 소장), 위성락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책조정관 등이 동석한 가운데 이같이 밝히고 “이날 회담에서 미측은 주한 미군 재조정과 관련한 기본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고 말했다.
미측은 이번 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 규모 외에 “국제안보의 변화에 따라 지난 2년간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GPR)을 추진해 왔으며 모든 해외주둔 미군이 대상”이며 “주한미군 재조정은 특수한 안보상황, 한국군이 지난 20년간 추진한 전력 증강 등을 감안해 신중히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측은 또 “완료된 후 한국에는 2만5천명의 주한미군이 남을 것”이라며 “새로운 무기시스템 도입과 대응 강화로 한반도 방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고 GPR 완료 이후에는 미군의 투입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고 김 숙 북미국장은 설명했다.
김 북미국장은 미측이 제시한 계획과 관련해 “불필요한 체중을 감량하고 근육은 키운다”는 내용으로 요약하고 “숫자보다는 능력을 중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측은 또 이번 회담에서 재조정 가이드라인으로 ▲한미동맹 틀 강화 계기 ▲미국의 GPR 적용에 있어 한반도 안보상황고려 ▲전반적 조정 통해 연합방위능력 향상 ▲한국측의 협력적 자주국방 추진 환영 등을 제시했다.
이번 회담에는 우리측에서는 김 숙 북미국장, 한민구 국제협력관, 위성락 NSC 정책조정관 등이 참석했으며 미측에서는 리차드 롤리스 국방부 아태담당 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국무부 특사, 티모시 도노반 주한미군 기획관리 참모부장(해병대 소장), 에릭 존 주한미공사 참사관 등이 참석했다.
***한국 정부, 구체적 회답 추후 제시. 기술적 협의, 기존 군사위원회 활용**
이번 회담에서 미측의 설명을 들은 한국 정부는 6일 협의에서는 미 입장을 주로 청취하고 병력 감축 규모 및 시기 등을 상세히 검토한 후 정부의 의견을 제시키로 했다.
김숙 북미국장은 이와 관련 “이번 회담에선 기본적으로 경청하고 내용 파악에 주력했다”며 “관련부서끼리 모여 회의를 통해 세부적인 구상을 감안해 꼼꼼히 살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관계부서, 특히 국방부가 중심이 돼서 협력적 자주국방과의 연계 관계를 감안, 검토해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또 이번 회담에서 보다 기술적인 내용을 다룰 양국 당국간 회의를 제의했다. 이에 따라 어느 부대가 포함되고 단계별 감축 규모와 시기 등 구체적인 기술적 내용에 대해서는 한미 군사당국간 채널인 한국측 합참과 주한미군측과의 군사위원회를 활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회는 양측 소장급이 담당하고 있다.
또 차기 회담 일정과 관련해서는 따로 회담을 열지 않고 회담 참여 인원이 중복되는 만큼 차기 FOTA 회의를 이용해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감축논의결과 FOTA 필요 분야에 적절히 반영" **
이번 회담에서 관심을 모았던 주한미군 감축계획과 용산기지 이전 재배치와의 연계와 관련해 김 숙 북미국장은 “감축 문제 협의가 개시된 만큼 FOTA(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 의제 토의에 있어서도 감축 논의결과를 필요한 분야에 적절히 반영키로 했다”고 말해 일정 부분 연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시민단체와 정부 일각에서는 용산기지 이전도 미국의 GPR 계획에 따른 것임에도 모든 이전 비용을 우리가 부담하는데 대해 강한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용산미군기지 이전협상을 주한미군 감축협상 뒤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있게 제시됐었다.
이에 따라 제9차 FOTA에서 주한미군 감축 등 변동사항을 추후 반영한다는 단서조항을 용산기지 이전 관련 이행합의서(IA)에 명문화할 것인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7일 오후 1시30분부터는 국방부 중회의실에서 제9차 FOTA 회의가 열리고 있는데 이 회의에서는 용산기지 이전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 개정 협상을 주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김숙 북미국장은 “FOTA 회의를 하면서 주한미군 감축협상도 계속하겠다”고 밝혀 FOTA 회의에서도 주한미군 감축 협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감축협상과 관련한 공식일정은 6일 일정이외에는 이번 회담에서는 잡혀 있는 것이 없다.
***미측 제시 일정 정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빨라**
한편 미측이 제시한 감축 일정은 당초 한국 정부가 염두에 둔 것보다 상당히 빠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추후 협의에서는 감축 시기가 크게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 감축에 따른 안보 공백을 줄이기 위한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에 따라 2007년 이후로 감축 일정을 늦출 생각을 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숙 북미국장은 ‘2005년까지 감축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빠르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아직 검토할 단계가 남았기에 예단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감축 일정과 관련해서 아직은 구체적으로 잡혀있는 것이 아니어서 회담 결과에 따라서는 시기와 규모가 조정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김 북미국장도 “이는 최초 공식회의에서 나온 기본계획”이라며 “마지막 결정이 아니고 우리 정부 내에서 따져본 다음에 우리 입장을 추후 전달키로 했다”고 말해 협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북미국장은 이어 “이번 회담에서는 양측의 정치 일정에 따른 시기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해 ‘미국 측이 감축협상을 미 대선 이전에 마무리하려 서두르고 있다’는 일각의 해석을 부인했다.
***주한미군 성격개념은 아직 논의되지 않아 **
이밖에 또다른 관심을 모았던 주한미군 성격과 관련해서는 김숙 북미국장은 “추가로 협의한 바 없다”고 말해 개념과 관련해서는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하지만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재확인해왔다”며 “GPR에 부여하는 중요성을 감안해 한미간에 충분히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GPR은 미래 미군들을 신속화, 경량화, 기동화하는 것”이라며 “신속한 기간 내에 미군들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능력을 보유하자는 것”이라고 말해 주한미군의 개념이 대북억지력에서 동북아 신속기동군으로 바뀔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GPR은 해외주둔 미군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이에는 한국군과 주한미군 내에서 복무하고 있는 카투사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해 한국군이 해외 미군 전략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