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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이탈리아서 '왕따'. 교황 질책-수십만 反부시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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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이탈리아서 '왕따'. 교황 질책-수십만 反부시행진

베를루스코니 총리만 환대, 부시 교황환심 사려 애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탈리아를 방문하자 수십만명의 이탈리아 국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반부시'를 외쳤으며 로마 교황 바오로 2세도 부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이라크 정책을 강하게 비난했다.

***교황, "이라크 포로 학대, 통탄할 만한 사건"**

로마 교황 바오로 2세는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를 방문중인 부시 대통령을 바티칸에서 만나 미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이라크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태를 강하게 비난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교황은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를 언급하며 "통탄할 만한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인권이라는 공유된 가치에 대한 헌신이 없다면 전쟁이나 테러리즘 모두 이겨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건강이 좋지않은 교황은 이날 부시 대통령을 만나 영어로 작성된 성명서를 읽으며 이같이 비판하고 "부시 대통령, 당신은 이라크와 성지가 있는 중동 지역 상황이 상당히 불안한 데 대해 큰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순간에 로마를 방문했다"며 현재 중동 상황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 몇 주 동안 통탄할 만한 사건이 세상에 드러났으며 이는 우리 모두의 시민적인 양심과 종교적인 양심을 크게 괴롭혔다"며 '더러운 전쟁'인 이라크전과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를 강하게 비판했다. 교황은 그러나 이라크 임시정부 수립에 대해선 환영의 뜻을 표하고 이라크인들에게 주권을 빨리 이양할 것으로 요구했다.

호아퀸 나바로 발스 로마 교황 대변인은 "교황은 이라크전에 반대해왔던 바티칸의 오랜 입장을 재강조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또 "이라크 정상화 과정 등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덧붙였다.

***부시, 이라크전 언급 않고 "인간의 자유와 위엄위해 일할 것"**

교황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교황의 언급 하나하나가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기분이었을 듯 하다. 교황의 이라크전과 미 부시 정부 비난에 대해 그는 "미국은 인간의 자유와 위엄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이라크전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았다.

스콧 맥클렐런 미 백악관 대변인도 교황의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 대한 명확한 비난발언과 관련해 "교황은 이라크 포로 학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며 "부시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며 이로 인해 우리는 이라크 수감체제에 대해 체계적인 검토를 하고 있고 학대에 책임있는 자들을 처벌할 것"이라고 변명했다.

맥클렐런 대변인은 그러나 "교황이 이라크 임시정부와 주권이양에 대해 지지의사를 표명한 데 대해서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부시 대통령은 교황에게 미국의 최고 시민훈장인 자유의 메달을 전달하며, 교황의 환심을 사려 애썼다.

***이탈리아 국민 수십만명 "부시 반대, 전쟁 반대"**

부시 대통령의 가시방석은 바티칸에서 끝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을 강하게 성토하는 이탈리아 시민 수십만명은 이날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반부시를 외치며 이탈리아군의 철수를 요구했다.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이들 시민들은 "부시 반대, 전쟁 반대(No Bush, No War)"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이들의 반부시 시위는 교황이 부시 대통령을 만나 미군의 이라크 침공을 강하게 재차 비난한지 몇 시간만에 시작됐다.

시위는 대체적으로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경찰은 최루가스를 발사하며 해산을 시도했고 일부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이날 반부시 행진에 참석한 인원은 경찰측은 2만5천명으로 추산했지만, 주최측은 약 15만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시위대들은 이날 평화를 상징하는 무지개 빛 깃발을 흔들며 시내 중심부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베를루스코니 총리, 국민 여론과 달리 부시지지 재차 표명**

그러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교황과 이탈리아 국민들 의사와는 달리 이날 부시 대통령을 만나서는 이라크전에 대한 확고한 지지의사를 재차 표명했다. 그는 이라크에서 3천명의 이탈리아군을 계속 주둔시킬 것이라고 강조하고 조기 철군론을 거부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이탈리아인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점령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으며 현재 이탈리아인 3명이 인질로 잡혀있는 상태여서 이탈리아에서는 철군 여론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한편 1944년 6월 로마 해방과 노르망디상륙작전을 기념하기 위해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3일간 방문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5일에는 프랑스를 방문해 자크 시라크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라크 수정 결의안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려 하고 있으나, 시라크 대통령과 프랑스 국민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강하게 비판해온 터라 부시 대통령은 프랑스에서도 강한 반부시 목소리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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