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공화당 의원들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고 사임을 요구했던 전 공화당 선배 의원들의 용기있는 행동을 본받아야 한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사임하도록 만든 '워터게이트 사건'을 봅 우드워드와 함께 특종 보도했던 당시 <워싱턴포스트>의 칼 번스타인 기자가 24일(현지시간) <USA 투데이>에 기고한 '역사적 교훈: 공화당은 부시를 막아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공화당 의원들은 용기있게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고 사임을 요구해야 한다"는 요지의 칼럼을 실어, 큰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시 사임'을 미국 언론이, 그것도 번스타인같은 대기자가 공론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번스타인은 30년전의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와 현재의 상황을 비교하고 "공화당 의원들은 부시 대통령에게 '부시는 무엇을 알고 있고 언제 알았는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파블로프의 개처럼 반사적으로 부시 대통령을 변호할 것이 아니라 당리보다 원칙을 앞세우며 진실을 규명하고 헌법을 수호하려 했던 선배 의원들의 용기있는 자세를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번스타인은 또 "이번 이라크 전쟁은 이데올로기적인 욕망과 진실에 대한 경멸, 역사에 대한 잘못된 판단, 미국 권력에 대한 오만한 자신감 등으로 인해 시작된 잘못된 전쟁"이라며 "부시 대통령과 부시 행정부는 국제적인 협정도 어기고 있고 헌법을 위반하고 있으며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주류사회에서 부시가 버림받았음을 보여주는 또하나의 분명한 증거다.
다음은 번스타인의 칼럼 전문이다.(편집자주)
***'역사적 교훈: 공화당은 부시를 막아야 한다'**
30년전 미 상하원의 탄핵 압력에 처했던 공화당 소속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미 헌법과 미국 국민들에 저지른 자신과 참모들의 잘못으로 사임압박을 받았었다. 이 당시 용기있는 공화당 의회 지도자들은 당의 이익보다는 원칙을 더 중시 여기고 헌법과 법치를 수호하는 영웅적인 행동을 보여, 결국 닉슨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테네시주 상원의원인 공화당 소속 하워드 베이커 의원이 닉슨 대통령에게 했던 "대통령은 무엇을 알고 있었고 언제 그것을 알았나"라는 질문은 유명하다.
현재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의 공포스러울 정도로 충격적인 영상을 비롯해 전쟁을 정당화하려는 정보당국, 대통령이 '임무 완수'를 선언한 이래로 6백52명의 미군이 죽은 상황에 직면해서도 공화당 지도자들은 아직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바로 이라크의 재앙에 책임을 져야 하고,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뿐만이 아니라 그 또한 업무수행에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진 않다.
안토니오 타구바 소장의 보고서를 읽고서 본인은 베이커 상원의원의 질문이 또다시 의회에서 울려 퍼지길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제는 공화당원들이 파블로프 개의 반사적인 행동처럼 이데올로기적이고 당파적 이익에 따라 자신들과 같은 공화당 소속 대통령을 계속해서 변호할 것인지, 아니면 이전 힘든 순간에 진실을 추구하며 원칙에 입각해 행동했던 선배들의 모범을 기억해낼지가 관건이다.
오늘날 문제는 중범죄이냐 경범죄이냐가 아니라 유능하고 정직하게 나라를 이끌어 가는데 있어서 부시 대통령의 실패와 무능력의 문제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딕 체니 부통령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비롯한 몇몇 고위 장성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럼즈펠드 장관에게 "당신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용기있게 우리나라를 이끌고 있다"며 "당신은 강력한 국방장관이고 우리나라는 당신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장면들은 또 다른 순간을 연상시킨다. 닉슨 대통령은 봅 헬더만과 존 에릭크만 등의 참모들을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가장 훌륭한 공무원 가운데 두 명"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헌법 위반**
닉슨 전 대통령처럼 부시 대통령도 헌법이 자신의 의도대로 왜곡될 수 있다고 결정했다. 테러리즘은 이러한 결정을 정당화하고 있으며 럼즈펠드 장관이 이끄는 국방부도 아브 그라이브 교도소와 쿠바의 관타나모 기지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잘못된 정책을 시행했다. 백악관의 법률 고문은 지난 2002년 1월 25일 부시에게 포로의 인도적 대우를 규정한 제네바 협약을 무시하기 위한 법적 정당성을 메모를 통해 전달했다.
알베르토 곤잘레스 법률 고문은 이 메모에서 "당신이 말한 바대로 테러와의 전쟁은 새로운 성격의 전쟁"이라며 "내 생각에 이 새로운 페러다임은 제네바 협약의 엄격한 제한 규정을 쓸모없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정말 기이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월 이후 부시 대통령과 럼즈펠드 장관은 조직적인 고문을 이미 알고 있었다. 3월에 나온 타구바 보고서는 럼즈펠드 장관에까지 보고됐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과 국방장관 모두 이미 수개월전에 입수된 사진들이 언론에 의해 전세계에 공표되기 전까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시하지 않았다.
당시 럼즈펠드 장관은 "당신은 이를 읽은 것이고 사진을 본 것일 뿐이다. 이는 믿을 수 없으며 3차원의 것들이 아니다. 이는 비디오가 아니다. 이는 칼라가 아니다. 이는 정말 다른 것일 뿐이다"고 극구 문제를 회피했었다. 하지만 이들 보고서는 잔학무도한 실상을 사진이나 테이프로 묘사하지는 않았지만 이는 사진보다도 더 충격적이었다. 이는 닉슨의 행동이 발언 테이프보다도 훨씬 나빴던 것과 같다.
닉슨 대통령이 사임해야 한다고 결심토록 하고 상원이 그러한 결정을 내리도록 한 데는 존경스런 보수주의자인 베리 골드워터 공화당 의원의 역할이 컸다. 골드워터는 이러한 메시지를 개인적으로 백악관에 전달했다.
상원 법사위원에 소속돼 있는 공화당의원들도 탄핵안을 처리할 때 당의 이익보다는 원칙에 따라 행동했다. 닉슨 대통령의 사임 전날에는 골드워터 의원은 그의 부인에게 이러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선거날 상원의원 자리를 내놓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닉슨 대통령을 공화당과 분리해 생각한, 이러한 공화당 의원들의 용기있는 행동으로 인해 로널드 레이건은 워터게이트 사건의 부담에서 벗어나 6년 후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또 다른 적절한 전례가 있다. 1968년에 윌리엄 풀브라이트, 유제인 멕커시, 조지 멕거번, 로버트 케네디 등의 몇몇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당의 무신경을 비판하며 린든 존슨 대통령이 재앙에 가까운 베트남 전쟁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러한 행동은 결국 존슨 대통령이 재선에 나서지 못하게 한 공공연한 압력에 무게를 더했다.
***공화당, 실망스럽다**
오늘날 미국은 또 다른 잘못 의도된 전쟁에 직면해 있다. 이는 이데올로기적인 욕망과 진실에 대한 경멸, 역사에 대한 잘못된 판단, 미국 권력에 대한 오만한 자신감 등으로 인해 시작된 것이다. 미국이 지혜롭고 단호하게 테러리즘에 대한 국제적인 운동을 이끄는 대통령을 필요로 했던, 역사적으로 중대한 시점에 부시 대통령은 이와는 반대로 독단적으로 이전에 결코 테러리스트의 위협을 제기하지 않았던 전체주의 국가에 대한 전쟁을 선언했으며 포로의 대우를 규정한 국제법에 대한 면제를 요구했다.
그는 또 헌법상에 보장된 국내외의 비전투원에 대한 보호 규정을 어겼으며 정부 내에서 유일하게 건전한 군사적 충고를 했던 파월 국무장관의 발언을 무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국제적인 대의를 이끌기 위해 미국의 도덕적인 권위를 사용하는 대신에 오히려 이러한 도덕적 권위를 탕진해 버렸다.
최근 이러한 대재앙에 대한 반응은 백악관뿐만 아니라 공화당 의원사이에서도 더 우려스럽다. 이들은 원칙보다는 정치나 자기선전 등에 더 관심이 많다.
부시 대통령은 공화당 지도부에서의 이견을 없애기 위해서 공화당 의회 지도자들과 단합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 35분간의 연설 이후에 부시는 질문을 전혀 받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무엇을 알고 있었고 이를 언제 알았나? 오늘날 공화당 의원 가운데 이러한 의문을 던지거나 선배 공화당 지도자들의 용기있는 전례를 따르는 의원은 별로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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