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부터 7일까지 북한 평양에서 개최된 제14차 남북장관급회담이 난항을 거듭하다 북한 군부가 막판에 남북 장성급 군사당국자회담을 수용해 당초 계획했던 성과를 이루게 됐다.
남북간 첫 장성급 군사당국자회담은 우선 오는 5~6월 꽃게잡이 철을 맞아 서해상의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5월중에 개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 제14차 남북 장관급회담, 장성급회담 개최 합의하고 일정 마쳐**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제14차 남북 장관급회담은 7일 군사당국자회담 개최 문구를 삽입한 공동보도문을 발표하고 3박4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당초 이날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북측의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 주장과 남측의 장성급회담 합의 이행 요구 등 군사적 문제와 관련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차기 회담 일정만을 담은 공동보도문을 작성하고 끝났으나, 북측이 막판에 군사당국자회담 개최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전달해와 성과를 거두게 됐다.
권호웅 북측 단장은 전체회의를 마친 뒤 남측에 수석대표접촉을 제의해 접촉을 가진 자리에서 “종결회의 시간에 군사당국으로부터 지난 13차 회담에서 합의하고 남측이 2월 중순 제의해온 군사당국자회담을 개최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남북양측은 이미 발표한 공동보도문을 수정, “쌍방은 군사 당국자 회담을 개최하는 데 합의하였다”는 문구를 삽입해 “회담에서 쌍방은 6.15 남북공동선언의 기본정신에 맞게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쌍방간 군사당국자회담을 개최하는데 합의하였으며 그밖에 앞으로 쌍방이 제기하는 문제들을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새로운 공동보도문을 작성했다.
이밖에 남북 양측은 15차 남북장관급회담은 8월 3일부터 6일까지 서울에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장성급 군사당국자회담 5월중 개최 유력**
공동보도문에는 장성급 군사당국자회담 개최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으나 남측 수석 대표인 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북측이 구체적인 시기를 밝히지 않았으나 5월중에 되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고 권 북측 단장도 “인차(곧) 된다”고 말해 5월중 개최가 유력시된다.
남북 장성급 군사당국자회담이 열리게 된 가장 큰 이유가 5~6월 꽃게철에 그동안 두 차례나 서해상에서 남북한 무력충돌이 있었던데 따른 것이므로 양측 모두 군사적 긴장고조에 따른 우발적 충돌 예방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빠른 시일내 개최가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장성급회담 개최는 지난 13차 남북장관급회담 합의에 따른 것으로 지난 2월12일 남북군사실무회담 남측 수석대표인 문성묵 대령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북측에 보내 소장급을 수석대표로 하는 장성급회담을 2월23일 판문점에서 열자고 제의했으나 그동안 북측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아 열리지 못했다.
이번 장성급회담에 대해 남측은 소장급을 제안했기 때문에 우리측 수석대표로는 대북관련업무를 총괄하는 김국헌 국방부 정책기획관(육군 소장)이 맡고 장소는 판문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정 수석대표는 “형식은 우리가 제의했으니 북측에서 답을 해오는 식이 될 것”이라고 밝혀 조만간 북한 당국의 답변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장성급회담 통해 한차원 높은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 다루는 계기 될 듯**
소장급으로 예상되는 이번 장성급 군사당국자회담은 지난 2000년 9월 제주도에서 열린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제외하고는 군사당국간 최고위급 회담 채널이 개설됐다는 데 의미가 크며, 이에 따라 이전보다 한차원 높은 군사회담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동안 남북간에는 영관급 군사실무회담 채널이 열려 있었지만 급이 낮고 그 임무가 경의선, 동해선 철도, 도로 연결사업에 국한돼 있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를 다루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열리게 될 장성급회담은 어느 정도 남북간에 책임있는 위치의 군분야 인사들이 참석하게 돼 군사적 충돌 및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회담 주제도 직접적으로는 5~6월의 꽃게잡이철을 맞이해 우려되는 서해상의 군사적 충돌 방지 문제이지만 향후 논의의 폭을 확대해 한반도 군사적 신뢰구축 방향으로까지 나아갈 수도 있다는 희망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 군부 막판 수용한 데 대해 여러 분석 나와**
한편 북한 군부가 회담 막판에 전격적으로 군사당국자회담을 수용한 데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가장 주요한 이유로는 그동안 국방장관회담과 철도, 도로 실무회의 등에 참가했지만 남측은 한미군사훈련을 강화하는 등 자신들의 성의를 무시했다고 보고 남북경협 속도조절론을 강조해온 북한 군부는 이번 회담 기간 내내 이를 재차 강조함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이러한 명분을 쌓은 다음에 남북협력에 동참하겠다는 행동을 취함으로써 일정 궤도에 오른 경제개혁에 힘을 보태려는 의도가 강하다는 분석이다.
또 용천 참사 이후 남측 및 국제사회의 구호와 복구의 손길이 밀려들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약속을 무시하고만 있기에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남북 양측에서 남북관계에 가장 첨예한 대치상태 가운데 하나인 부분이 군사부문이라는 점에서 첫술부터 배부를 수 없으며 개최하게 됐다는 데 우선 의미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상당히 강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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