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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내 사전에 사과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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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내 사전에 사과란 없다?'

이라크인에게 뻔뻔한 '민주주의 교육'도, 럼즈펠드 적극 옹호

이라크 남녀 포로에 대한 야만적이고 충격적인 성고문 학대에 대한 아랍권 분노가 봇물터지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직접 아랍권 방송들에 출연해 이들 미군들의 행동을 비난하는 등 아랍권 달래기에 나섰으나, 여전히 사과 발언은 일절 하지 않고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방장관 옹호에만 나서 전세계의 분노를 한층 증폭시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사전에는 "사과"라는 단어가 존재조차 하지 않는 듯 싶다.

***부시 "민주주의가 모두 완벽한 것은 아니야"**

부시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아랍 위성방송인 알-아라비야 방송 및 미국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알-후라 방송과 각각 인터뷰를 갖고 "이라크인 포로학대는 혐오스러운 것"이고 "미국인들도 일부 미군이 저지른 이라크 포로 살해와 학대를 끔찍하게 여기고 있다"며 아랍권 반미 분위기를 달래기 위해 땀을 뺐다.

부시는 이날 인터뷰에서 "이라크인들은 내가 이러한 일들을 혐오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하며 이 감옥에서 발생한 것이 일반 미국인들을 대표하고 있다고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며 항변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미군들은 매일 이라크인들을 돕고 있는 훌륭하고 명예로운 시민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라크인들은 민주주의 사회라고 해도 모든 것이 완벽한 것은 아니고 실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라크인들에게 자못 파렴치한 '민주주의 강연'을 한 뒤, "이러한 실수는 조사가 진행될 것이고 책임자는 정의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을 원치 않고 있는 중동 지역 국민들은 이번 사건을 다른 사람들이 미국을 증오하도록 만드는 데 이용할 것"이고 "이번 학대 사건으로 미국의 국제적 이미지는 끔찍한 영향을 받았다"며 미국의 대외적 이미지 손상과 앞으로의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기도 했다.

***부시 "내가 후세인보단 낫다"**

부시는 이처럼 재발방지 약속을 하면서도 이날 인터뷰에서 사과발언을 일절 하지 않았다.

게다가 방송국 관계자들이 첫 번째 질문으로 "이번 고문 등으로 아랍인들은 미국이 고문과 학살로 악명높은 후세인 전 이라크 정부보다 나은 것이 없다고 여기고 있다"는 비판섞인 질문을 하자, 부시 대통령은 제대로 답변도 못한 채 얼버무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자신을 비교하며"이 독재자는 이러한 질문에 답변조차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 여론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부시는 이처럼 끝까지 사과를 하지 않았고, 단지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이라크 교도소 운영을 총책임맡고 있는 제프리 밀러 소장을 통해 마지못해 사과를 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4일 "이러한 일이 발생해서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고, 밀러 소장은 5일 "미군의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 사과했다. 스콧 맥클랠런 백악관 대변인도 5일 부시 대통령을 대신해서 "대통령은 발생한 일과 이로인해 야기된 고통에 유감스러워 한다"며 간적적인 사과 발언을 하기만 했다.

***부시, 럼즈펠드 적극 옹호**

부시는 또 이날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 전세계는 물론 미국내에서조차 강한 사임 압력을 받고 있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에 대해 "럼즈펠드 장관에 대한 신뢰는 변함없다"며 그를 적극 옹호하고 나서 이번 사태와 관련, 부시정권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음을 또한차례 드러냈다.

스콧 맥클랠런 미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럼즈펠드 장관이 이번일에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부시 대통령은 럼즈펠드 장관에 '절대적인' 신뢰를 갖고 있다"며 "장관이 사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부시의 입장은 미국내 여론과도 상치되는 것이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상원의원은 5일 "럼즈펠드 장관이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다면 물러나야 한다"고 사퇴를 강력 주장했다. 바이든 의원은 "후세인 축출이래로 모든 독단적인 결정은 전부 실수였다"며 "이를 국방부 장관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 워너 미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은 5일 럼즈펠드 국방장관에게 6일 청문회 출석을 요구하면서, 이번 사건을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위반"이라고 규정한 뒤 "럼즈펠드 장관을 비롯해 군대를 통솔하는 민간인들이 군복을 입은 남녀들의 행위에 궁극적인 책임이 있다"며 럼즈펠드 장관에 책임을 물을 것임을 시사했다.

***아랍권, 부시 연설에 냉소**

부시 연설에 대한 아랍반응은 '냉소' 그 자체이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기술정비사로 일하고 있는 사리 무와파크씨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부시의 발언은 고문 당한 포로들이 잃어버린 존엄을 되돌려주지는 못할 것"이고 "부시의 사과나 변명하려는 모습들은 우리에게 아무 가치도 없다"며 일축했다.

사미 이브라힘이라는 한 이집트인도 "나는 부시가 말한 것을 믿지 않는다"며 "나는 미국의 의도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아랍권 일반에 퍼져 있는 미국에 대한 불신과 증오의 정서를 대변했다.

주요 아랍위성방송 가운데 하나인 알-자지라 방송도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인 학대에 연루된 미군들을 처벌할 것이라고 맹세하면서도 고문 및 학대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와드 알-아나니 전 요르단 외무장관도 "회의적인 반응이 아랍인들 사이에서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의 인터뷰는 괜찮은 제스처이지만 그는 공개적으로 사과를 했었어야만 했다"며 부시를 비난했다.

중동문제 전문가이 패트릭 실도 "부시의 발언은 전반적으로 납득시키지도 못하고 있고 비효율적"이고 "부시 연설은 단지 미국 정책에 가해지고 있는 손상을 줄이기 위한 시도일 뿐"이라며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BBC, "분노 더 증폭시켰을뿐"**

이러한 시각은 서방 주요 언론인 BBC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BBC방송은 "부시 대통령 자신이 명백한 사과를 하지 않았고 이번 학대고문을 일탈행위 이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부시 대통령의 시각은 많은 사람을 분노케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이번 인터뷰에서는 많은 질문이 답변도 되지 않고 넘어갔다"며 "그의 연설 스타일이 국내의 지지자들한테는 효과를 발휘할지 모르지만 국제사회에서도 그러한 효과를 발휘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한 이날 인터뷰에서'학대고문이 얼마나 퍼져 있는가', '미국 정부와 미군은 학대 보고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부시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언제 알게 됐는가', '지난 1월 타구바 보고서이후에 어떤 조치가 취해 졌는가' 등의 주요 질문에 대해 답변하지 않아, 진실은폐 의혹을 한층 증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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