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미군의 이라크포로에 대한 야만적 성적 학대와 고문 대상에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까지 포함돼 있다는 충격적 사실이 잇따라 밝혀지면서, 세계 각국이 일제히 분노하고 나선 것이다.
반미 목소리는 아랍국가뿐만 아니라 미국에 의해 임명된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 및 이라크전 과정에 미국을 절대옹호해온 호주 등의 동맹국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이란 "美 증오스럽다"**
우선 아랍권 및 중동지역의 분노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의 카말 카라지 외무장관은 이날 로마노 프로디 유럽의회 의장과 만난 직후 "미군 병사들의 야만적인 행동, 이라크인들을 죽이고 강간하는 등 조직적인 고문 행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미군은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건설하기 위해서 주둔한다고 한다면서 이러한 행동이 바로 민주주의를 건설하는 방법인가"라고 미국을 맹성토했다.
카라지 장관은 "미국의 정책은 이슬람 국가들 사이에 적대감을 유발하고 있다"며 "미 점령군들은 빠른 시일내에 이라크를 떠나야 하며 이라크 국민들에게 주권을 이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과도통치위 "이라크인으로 조사위 구성하라"**
미국에 의해 임명된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도 마찬가지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 위원들은 '완벽하고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며 "이라크인 포로들에 대한 학대는 국제법과 제네바 협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과도통치위원회는 3일 성명서를 통해 미 행정당국에게 "이라크인들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라"며 "이라크인 판사들이 이라크인 포로 조사에 참여하도록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미국이 진행하는 '진상조사'는 결코 신뢰할 수 없다는 강력한 불신감의 표현이다.
***유럽도 일제히 분노,"정말로 소름 끼치는 장면"**
그동안 미국의 침공에 비판적이던 유럽의 분노도 당연히 대단하다.
이라크에 5백명의 군 병력을 파병하는 등 미국의 이라크 정책에 협조적이던 덴마크도 거센 반미 움직임에 동참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덴마크의 소에런 게이드 국방장관은 3일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미군의 이라크인 학대 및 고문은 용서할 수 없는 것"이라며 미국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지난 달 1천3백명의 스페인군을 철수시킨 스페인의 미구엘 앙헬 모라티노스 외무장관도 마드리드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공개된 이라크인 포로 사진을 보고 "이는 정말로 소름끼치는 장면"이라고 분노했다.
모라티노스 장관은 "이러한 모습들은 하담 후세인 체제가 축출되면서 끝났을 것이라 생각되던 것들"이라고 미군의 만행에 경멸감을 나타냈다.
***호주, 이라크전 이래 최초로 철군여론 높아져**
미군이 저지른 이라크인에 대한 치욕적인 성적 학대와 고문은 미국 맹방국의 국민들도 돌아서기 분노케 했다.
호주 일간 <오스트레일리안>이 4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주인들 가운데 50%가 '미군 주도의 이라크전쟁에 참전할 필요가 없었다'고 응답해, 이라크전 발발이래 처음으로 참전찬성 비율을 넘어섰다. '참전할 필요가 있었다'는 응답비율은 40%로 급속히 줄어들었다.
이라크전에 대한 찬성 여부가 뒤집힌 것은 처음으로 미군 병사의 이라크인 학대가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5%는 적어도 '올해 2.4분기인 6월까지는 철군을 해야 한다'고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47%는 '올해 크리스마스 이전에는 귀국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1천2백명을 대상으로 지난주말 실시된 전화여론조사 결과이며 올해 말에 실시된 오스트레일리아 총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호주는 이라크전 당시 미국을 지지했던 '세계 4인방' 국가 가운데 하나였지만, 야당인 노동당은 이라크전 참전을 반대해왔으며 올해 크리스마스 이전까지 철군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지금 전세계에서 완전고립된 '외딴 섬'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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