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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통일장관, "받는사람도 자존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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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통일장관, "받는사람도 자존심이 있다"

용천 정부 지원 총 3백억

정부는 29일 북한의 용천참사 재해복구를 위해 북한이 요청한 자재, 장비를 전량, 신속히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물량이 확보된 요청 품목은 1단계로 내주 초에 해로를 통해 북한에 보내기로 방침을 정했으며 북측에 이를 통보했다. 아울러 대한적십자사와 민간지원단체에 기탁된 물품도 2차로 북측에 보내기로 했다.

한편 정세현 통일부장관은 이날 가진 정례브리핑 자리에서 이같은 정부 방침을 밝히며 "주는 사람만 자존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받는 사람도 자존심이 있다"며 북한의 입장에 대해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정부, 내주 초 북측에 1단계로 북 요청 자재장비 보낼 방침 **

정부는 이날 오전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를 갖고 용천재해 지원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지원방안을 검토한 뒤 이같이 결정하고 정세현 통일부장관이 이날 정부종합청사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공식 발표했다.

정부는 또 이러한 결정내용을 이날 오전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갖고 대한적십자사가 북측에 보내는 전화통지문을 통해 북측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수지창, 굴삭기, 교육물품, 덤프트럭 등 재고가 확보된 물자는 내주초 북측에 1단계로 전달되는 등 모두 3단계에 걸쳐 북측에 제공될 예정이다.

정세현 장관은 이와 관련해 "일부 재고가 부족하거나 별도 생산해야 하는 품목을 제외한 모든 물품은 북측이 원했던 기한인 5월 중순까지 2주내에 북측에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별도 생산해야 하거나 품귀현상을 빚는 자재등 시간이 필요한 것은 별도 구분해 단계별로 전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들 지원물품의 수송은 기본적으로 해상으로 이루어질 방침이며 북한이 희망하고 있는 전달 경로인 남포와 중국 단둥을 거쳐 신의주로 전달할 계획이다. 현재 인천과 단둥을 운항하는 정기선이 주3회 출발하고 있으며 단둥에서 신의주로의 운송에는 단둥에서 트럭과 트레일러 1백대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현지 회사의 도움을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수지창, 염화비닐, 교육물품, 불도저, 굴삭기 등 가볍거나 운송이 편리한 물품 등은 정기선을 이용하는 대신 시멘트, 철근, 쌀, 밀가루 지붕재 등은 따로 배편을 구해 전달할 방침이다.

재원과 관련해서는 한적에 들어온 국민성금과 남북협력기금을 이용할 방침이다. 정 장관은 이와 관련해 "남북협력기금은 성금규모에 따라 지원비율을 결정하는 매칭펀드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적 및 민간지원단체 기탁물품도 따로 보낼 계획. 한국 총 3백억원 지원**

이외에 한적과 용천돕기운동본부 등 민간지원단체에 기탁된 물품은 28일 1차로 북측에 수송한 이후 따로 2차로 북측에 보내기로 했다.

이 경우에는 대한항공이 화물기 1대를 제공키로 함에 따라 항공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정세현 장관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며 "그렇게 갈려면 북측과 협의해야 하는 만큼 가능성은 있지만 내일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이 북측에 제공하는 지원 규모는 총 2천4백만달러에서 2천5백만달러(약 3백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 장관은 "현재 국제사회의 지원 규모는 국가와 국제기구를 합쳐 총 6백60만달러인데 비해 한국이 지원하는 수준은 이에 비해 약 4백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밖에 정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적이 주요 창구역할을 할 것이며 민간단체와는 지원물자하 한 물품에 쏠리지 않도록 원할히 협조하고 정보 교류 등 역할 분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는 사람뿐 아니라 받는사람도 자존심이 있다"**

한편 이날 통일부 정례 브리핑에서 정세현 장관은 "주는 사람만 자존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받는 사람도 자존심이 있다"며 북한의 입장을 설명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정 장관은 '육로 수송에 대해 다시 협의할 계획은 없나'라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밝히며 북한이 여러 사정으로 인해 육로 수송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협의하기는 적절치 않다"며 "받는 사람도 편하게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물자만 지원받으려 하고 인적 지원은 거부하고 있으며 빠른 육로 수송보다는 해상 수송을 원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최근 일각에서는 북한의 폐쇄적 정책으로 인해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비난을 하고 있으나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수장이 북한의 내부 사정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한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는 또 지원을 하려 한다고 해서 주는 사람의 시각으로만 재단해선 안되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인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에 대한 지적의 성격이기도 하다.

정 장관은 또 북한이 이례적으로 국제사회에 지원을 긴급히 요청한 것과 관련해 "피해 규모가 너무 크다 보니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한 것이지 용천 재난을 계기로 북한이 개방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 장관, 야당의 대북정책 지원의사에 "감회가 남달랐다"**

한편 정 장관은 최근 남북관계의 변화와 한국 정치권 및 사회의 대북 지원 정책에 대한 시각의 변화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은 28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박 대표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대해 전적으로 정부와 뜻을 같이한다'고 밝힌데 대해 "매우 감사하다"는 뜻을 표명하고 "남북관계가 일상화, 제도화 되는 과정에서 그동안 남북관계와 관련해 신고를 겪던 정부 입장에서 감회가 남달랐다"고 말했다.

북한의 불행한 사고에 대해 온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대북지원모금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한국민의 따뜻한 마음 이외에도 남북관계가 여기까지 진행돼 왔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남북관계 발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치권의 여러 상황변화로 인해 대북정책에 대해 초당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중도로 정책이 수렴되고 있는 여야의 모습에 대해 대북 정책 일선 최고 수장의 느낌은 남다른 듯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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