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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 해법, EU의 노동법 참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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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 해법, EU의 노동법 참고해야

[기고] 비정규직 처우, 정규직과 같게 개선해야 한다

올해 비정규직 노동자는 지난해보다 86만7000명 증가한 748만1000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36.4%에 해당한다.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정규직의 55% 수준이다.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했지만, 비정규직 증가폭은 15년 만에 가장 큰 것으로 밝혀져 정부 관련 정책의 대대적인 발상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가 급증해 지난 2007년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마련했지만, 비정규직은 이후 더욱 늘어났다.

우리 사회 노동 현장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신분 차이는 심각한 인권 침해와 함께 신종 노예계급의 고착화로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노동 현장의 불평등을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정치, 경제, 사회 등 전반에 걸친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동일 노동을 해도 노동자의 신분에 따라 급여의 차이가 난다면, 사회 전반에 차별 의식을 확산시켜 민주주의 발전을 저지하는 심각한 장애요인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참고할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고용기간 이외에는 완전히 철폐한 유럽연합(EU)의 노동정책이다. EU는 역내 노동자의 합리적 취업을 법제화해 모든 기업이 비정규직도 정규직과 동일 직장에서 동일한 노동을 할 경우 동일한 급여와 근무 시간, 휴가, 보험의 제공 등을 의무적으로 이행토록 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EU 28개 소속 국가 노동자들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국적, 성, 종교 등의 차이로 인한 차별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다.

EU 노동법에 의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임금 착취나 부당노동행위 등은 거의 발생치 않는다. EU 노동법은 고용주가 동일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의 작업장소를 빈번하게 바꾸는 것도 금지했다. 아프리카나 중동 난민이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건너가려는 것은 바로 EU 노동법에 의해 노동자들이 법적 평등을 보장받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1, 2차 대전을 겪은 후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기 위해 경제 공동체 추진에 이어 정치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EU 창립 목적은 유럽 내 단일시장을 구축하고 단일통화를 실현하여 유럽의 경제·사회 발전을 촉진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유럽시민권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회원국 국민의 권리와 이익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노동자 권익 보호, '자유·안전·정의' 실천을 공동의 목표로 실천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1951년 만든 '동일 급여' 선언은 'EU 소속 국가 노동자들은 유럽연합 내 어느 곳으로든지 이동해 어떤 차별도 받지 않고 노동할 권리를 갖는다'는 내용으로 EU 인권헌장과 노동법에 명시됐다.

분단국의 고통과 모순이 깊은 한국이 깊이 살피고 도입해야 할 제도가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통한 노동자 권익 보호조치다. 탈북자의 정착 문제는 비정규직 차별 철폐로 해소할 수 있고 먼 훗날 통일될 경우 남북 노동자 차별 요인을 해소할 기반이 조성될 수 있다. 해외 노동력 급증에 따른 갈등 심화도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에서 그 대안이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OECD 16개 회원국 가운데 비정규직이 1년 뒤에 정규직이 되는 비율에서 한국이 최하위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는 앞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비정규직의 처우를 EU와 같이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합당하고 실현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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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전 한겨레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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