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9일로 임기 반환점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출입 기자들과 만나 언론의 진실 추구 역할을 강조하며 격려와 함께 자성을 당부했다. 이날 행사는 청와대 정원인 '녹지원'으로 기자들을 초청한 '호프타임 간담회'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문 대통령이 출입기자단을 직접 만난 것은 지난 1월 이후 9개월여 만이다.
우선 문 대통령은 "언론은 입법, 행정, 사법 등 3부에 더한 4부라고 한다"며 "언론은 현실적인 권력은 없지만, 진실이 가장 큰 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언론이 진실을 알리는 것을 가로막는 권력의 작용은 전혀 없다. 이제 마음껏 진실을 밝힐 수 있게 됐다"면서 "오로지 '과연 이게 진실인가', 또 '과연 우리가 진실을 균형 있게 알리고 있나' 하는 스스로의 성찰이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거치며 언론의 '가짜뉴스' 공방이 여러 차례 벌어진 데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과거 여러분들의 선배 언론인들 시절에 독재 시대에는 진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때도 있었다"며 "할 수만 있다면 1단 기사를 통해서, 하다 못 해 행간을 통해서라도 진실을 알리려 노력했다는 것을 국민들이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출범할 때 천명했듯이 좀 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나가는 역사적인 과업에 있어서도 언론인 여러분들, 기자들이 끝까지 동반자가 되어주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 말미에도 "우리 정부에게 좀 더 잘 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것도, 혹시 잘 못할 경우 따끔한 비판을 해주시는 것도, 반대를 위한 비판이나 비난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성공을 위한 애정을 위한 비판으로 힘을 낼 수 있게끔 하는 것도 여러분 역할"이라고 했다.
대입 제도 논란에 "국민들 기준 존중해야"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로 상처를 입은 '공정의 가치'에 대해서도 대학입시 제도 개편을 통해 재정비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출범할 때 제일 강조한 게 공정이다. 그런데 요즘 누구나 공정을 말하지만, 공정의 개념이랄까 이런 것은 굉장히 다른 것 같다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논란이 되고 있는 대입 정시 확대 방침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우리가 가졌던 교육 철학은 수능이 사교육비를 많이 지출할수록 좋은 성적 받아 좋은 대학 가(는 방식이)고, 부모 세대의 부를 대물림하는 구조라서 정시에 매달리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개인 적성을 하나하나 존중하는 다양한 전형을 하는 게 공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다양한 전형, 특히 학생부 종합 전형이라는 게 공정성과 투명성을 믿지 못하니까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은 '차라리 점수로 따지는 수능이 정시가 더 공정하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렇게 공정에 대한 잣대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그러나 존중해야 하는 것은 국민들의 기준, 잣대를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정시 비중 확대를 요구하는 여론이 우세한 만큼, 이를 외면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문 대통령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방식에도 "여러 가지 불공정함, 불신들(이 있다)"며 "학종의 신뢰성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때까지는 학종에 지나치게 기울어져있는 것을 (교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정시 비중 확대가 필요한 대학을 "모든 대학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입시에 초점이 되는 서울 상위권 대학"으로 특정했다. 그러면서 "일부 대학이라도 지나치게 학종에 쏠려있는 것을 균형 있게 바꾼다면 입시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많이 줄면서 전체적으로 신뢰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법무부 장관 인사 서둘지 않겠다"
문 대통령은 또 조국 전 장관 후임자 인선 상황에 대해선 "서둘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선 검찰 개혁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고 관련된 수사도 진행 중이고, 국회 패스트트랙으로 가 있는 입법(사안)이 (통과) 될지 하는 것도 관심사이기 때문에 지켜보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일에 변수를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약간 천천히 생각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에 따라 후임 법무부 장관 인선은 국회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 처리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면 전환 차원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포함해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장관들에 대한 개각이 점쳐지는 데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지금 법무부 장관 외에는 달리 개각을 예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 개혁의 남은 과제에 대해선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고 어느 정도 토대는 쌓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국민이 인정할 정도로 성과를 내는 게 다음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국회에서 제도적으로 완결해 달란 뜻을 에둘러 밝혔다.
"기존 금강산관광 방식 되풀이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이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의 남측 시설물 철거를 지시한 데 대해선 "국민들의 정서에 배치될 수 있고 그런 부분들이 남북 관계를 훼손할 수도 있다"면서 "기존의 관광 방식은 유엔 안보리 제재 때문에 계속 그대로 되풀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관광 자체는 유엔 안보리 제재에 해당되는 게 아니지만, 관광의 대가를 북한에게 지급하는 것은 제재에 위반될 수 있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향후 북측과 금강산 관광지구 처리 문제에 관한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유엔 안보리 제재를 피할 수 있는 쪽으로 관광 방식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한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에 조건을 단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이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수준과 같다. 그런 의지를 김정은 위원장이 여러 번 피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한 안전 보장과 밝은 미래 보장을 제시하며 "문제는 김 위원장이 바라는 조건들을 미국이 대화를 통해서 받쳐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난해 9월 방북 당시를 회상하며 "특히 '5월1일 경기장'에서 평양 시민들에게 연설할 때 정말 가슴 벅찼다"고 말했다.
이밖에 문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앞둔 소회를 묻는 질문에 "전체적으로 세계 경제가 나빠져서 적어도 일자리 문제라든지 소득 분배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빨리 개선됐으면 좋겠다"면서 "좋아지는 기미는 보이지만 아직도 국민들이 다 동의할 만큼 체감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가야할 길이 멀다"고 경제 상황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이번 행사에는 내외신 포함 240여 명의 기자가 참석했으며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진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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