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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국민 뜻보다 국회의원 뜻이 우선" 파문

"3백명의 의원보다 1명의 독재자 더 경계해야"

헌법학의 원로격인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가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대통령 탄핵안을 전폭 지지하며, "국회의 의사와 여론 사이에 괴리가 있을 때는 국회의 의사를 국민의 의사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 파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 명예교수는 탄핵안 통과 다음날인 지난 13일 <월간조선> 4월호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 겸 편집장은 신간호 내용은 한달 후 무료로 공개하는 관행을 깨고 이 내용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공개했다. 탄핵역풍으로 궁지에 몰리던 와중에 모처럼 '원군'을 만났다는 식이다.

<월간조선>은 '국회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한 것은 절대적인 「국민의 意思」'라는 제목의 인터뷰기사를 통해 김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며, 탄핵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김 명예교수는 인터뷰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관련 헌법규정들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는 점에서 입헌주의(入憲主義)의 정착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 헌법은 대의(代議) 민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 의사(意思)」와 여론 사이에 괴리가 있을 때, 「국회의 의사」를 「국민의 의사」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고,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를 했을 때만 탄핵소추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명예교수는 또 탄핵규탄 집회과 관련해서도 "문제는 방송이 자꾸 국민들을 한 방향으로 몰고 가면서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점"이라고 방송을 문제삼은 뒤 "지금은 이른바 진보세력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지만, 그렇게 계속 일방적으로 몰고 가면 「침묵하는 다수(多數)」가 「이대로 가면 나라의 기틀이 무너지겠다」며 거리로 나설 수가 있고 그러다가 極烈세력끼리 맞부딪치면 「아스팔트 위의 전쟁」이 돼 독일처럼 나치가 출현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명예교수는 또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은 잘못한 것이 없고, 국회의원은 잘못이 많다고들 생각하는데 잘못된 생각"이라며 "우리는 3백명의 국회의원보다 한 사람의 독재자를 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명예교수의 이같은 인터뷰는 비록 그가 인터뷰를 한 시점이 탄핵안 가결 다음날로 그가 여론의 본질을 읽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다수 헌법학자와는 정반대로 야당의 탄핵안의 정당성을 이론적으로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일파만파의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다음은 김 명예교수의 인터뷰 전문이다.

***『立憲主義 정착 위해 의미 있는 일』**

金哲洙(김철수) 서울大 명예교수는 40여 년간 헌법학을 연구해 온 헌법학계의 원로다. 그는 작년 9월 金斗官(김두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해임건의안을 盧武鉉(노무현) 대통령이 거부했을 때, 朝鮮日報에 「해임건의안에는 거부권이 없다」는 時論을 썼다가 곤욕을 치렀다. 「오마이뉴스」 등이 『대한민국의 학문 권력을 장악했던 교수』라고 맹비난했던 것이다. 그 후 金교수는 月刊朝鮮과의 인터뷰에서 『평생 공부만 한 학자를 이렇게 욕보여도 되느냐』고 개탄했었다.

그런 곤욕을 치렀음에도 金교수는 『이번 盧武鉉 대통령 탄핵소추와 관련된 얘기를 듣고 싶다』고 하자 흔쾌히 응했다. 지난 3월13일 오후 명지大 경상관 연구실에서 金교수를 만났다.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겁니까.

『국회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권을 실제로 행사했고, 헌법재판소가 그에 대해 심판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관련 헌법규정들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는 점에서 立憲主義의 정착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회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라는 것은 헌법개정을 할 수 있는 多數입니다. 이렇게 압도적인 多數의 찬성으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것은 「아주 절대적인 국민의 意思」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를 보면 이번 탄핵소추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국회의 意思」와 여론 간에 괴리가 있습니다.

『우리 헌법은 代議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 意思」와 여론 사이에 괴리가 있을 때, 「국회의 意思」를 「국민의 意思」로 봐야 합니다.

여론조사는 설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답이 얼마든지 다르게 나올 수 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론조사에 응하면서 모범답안만 말하는 경향도 있고요. 정말 「국회의 意思」가 국민 전체의 의사에 반한다면 선거 때 심판하면 돼요. 그 때문에 선거 제도가 있는 것입니다』

***거리의 群衆은 국민을 대변 못 한다**

―탄핵소추에 반대하는 수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직접민주주의와 代議민주주의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요.

『「직접민주주의」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유권자 3000만 명 가운데 거기 참여하는 사람이 얼마나 됩니까. 그들의 의사를 전체국민의 의사라고는 말할 수 없어요.
문제는 방송이 자꾸 국민들을 한 방향으로 몰고 가면서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점이에요. 지금은 이른바 진보세력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지만, 그렇게 계속 일방적으로 몰고 가면 「침묵하는 多數」가 「이대로 가면 나라의 기틀이 무너지겠다」며 거리로 나설 수가 있어요. 그러다가 極烈세력끼리 맞부딪치면 「아스팔트 위의 전쟁」이 되는 것입니다.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이 그러다가 나치에게 넘어갔어요』

―일부에서는 이번 탄핵소추 사태를 「憲政 중단」이나 「위기」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건 아주 잘못된 생각입니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로 그 권한 행사가 중지되는 경우, 국무총리가 그 권한을 代行하도록 대비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보좌해 오던 국무총리가 권한을 代行하고, 국무위원들도 그대로인데 혼란이 올 이유가 없지요. 설사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국군통수권이 국무총리에게 넘어가 있는데 걱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金교수는 『국민들이 대통령이 그만두면 큰 혼란이 오는 줄 착각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설사 교통사고나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망하겠느냐. 대한민국은 민주국가고 헌법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有故돼도 아무 문제없다』고 말했다.

―총선을 고려하면 사실상 임기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국회가 취임한 지 1년 밖에 안 된 대통령을 탄핵소추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합니다. 국회의 탄핵소추는 대통령의 違憲·違法한 행위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대통령이 직무상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때에는 국회 임기가 하루밖에 안 남았다고 해도 당연히 탄핵소추를 해야지요. 총선을 앞두고 탄핵소추를 한 것이 잘된 점이 있습니다. 선거를 통해서 진정한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고, 대통령 권한이 중지돼 대통령의 선거 개입 시비도 피할 수 있지 않겠어요』

***『총선 民意가 憲裁 결정에 영향 미칠 것』**

―『대통령이 방송기자클럽 회견에서 선거법에 위반되는 발언을 한 것이 탄핵소추를 할 만큼 중대한 위법 사유인가』 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헌법에는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때」에 탄핵소추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중대한 違憲·違法 행위를 했을 때에만 탄핵소추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통령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반하는 발언을 한 것도 문제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통령에게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경고했음에도 이를 무시한 것은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무시한 것입니다.
盧대통령은 「법률에 대한 불복종」이나 「시민혁명」을 얘기하고, 국민을 기득권층과 사회적 약자로 나누어 계층 간 갈등을 조장하는 등 헌법과 법률을 준수할 의지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盧武鉉 대통령은 헌법이나 법률을 제 멋대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이번 탄핵소추는 대통령의 그런 행태에 대해 국회가 警鐘(경종)을 울린 것입니다』

―검찰 수사 결과 盧武鉉 대통령의 不法 大選자금 등 새로운 불법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를 탄핵 사유로 추가하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헌법재판소가 고려할 만한 요소가 될 수 있겠지요. 만일 盧武鉉 대통령이 당선축하금을 받은 것이 드러난다면 「포괄적 뇌물죄」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신당창당 자금이 어디서 나왔느냐도 문제가 될 것이고…』

―총선 결과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습니까.

『헌법은 「정치적」인 성격을 가지는 법이기 때문에 헌법재판도 일반 司法과는 달리 「정치적 고려」를 상당히 하게 마련입니다. 헌법재판소로서는 4·15 총선에 나타난 民意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새 국회가 구성되기 전까지 탄핵 심판이 끝나지 않을 경우, 새 국회에서 새로이 선출된 법제사법위원장이 검사에 해당하는 탄핵소추위원을 맡아 계속해서 탄핵심판을 진행하게 됩니다. 만일 열린당이 국회에서 多數의석을 차지해서, 법제사법위원장이 탄핵심판을 위한 증거수집 등에 대해 소극적 입장을 취한다면, 그걸로 탄핵심판은 끝나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증거 부족」을 이유로 탄핵심판을 기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金교수는 『독일에서는 헌법재판관들이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 헌법재판관들을 「法의 王」이라고 하고, 「독일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통치된다」는 말까지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헌법재판관들이 국가대사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가 됐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이 대통령보다 깨끗한 이유**

―이번 일이 내각제 개헌으로 가는 계기가 될 수 있겠습니까.

『의원내각제가 바람직하지요. 대통령制下에서는 대통령 소속黨과 국회 多數黨이 다르고, 대통령과 국회가 서로 자제하지 않으면 또다시 이번과 같은 어려움에 처하게 될 거예요. 미국에서도 국회가 반대당 출신 대통령이 내놓은 재정지출법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아, 공무원들이 몇 달씩 월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국회 多數黨에서 총리를 선출하는 의원내각제가 되면 이번과 같은 극한 대립은 나올 수가 없어요.
대통령 선거 때문에 얼마나 폐해가 많아요? 大選 때면 수천억원 이상의 돈을 쓰고, 世代 간에, 都農 간에, 지역 간에 싸움을 붙이고….
저는 현행 헌법을 그대로 두되, 국회 多數黨에서 국무총리를 맡아 헌법을 의원내각제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수준으로 의원내각제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은 잘못한 것이 없고, 국회의원은 잘못이 많다고들 생각하는데 잘못된 생각이에요. 생각해 보세요. 국회의원 가운데 3000억원, 4000억원씩 먹은 사람이 누가 있어요? 국회의원 兄이라고 몇천만원씩 받아먹는 것을 본 적 있어요?
국회의원은 기껏해야 法案 로비나 하는 정도지만, 대통령은 멋대로 사면권을 행사해서 아무리 나쁜 짓을 한 사람이라도 다 풀어 주잖아요? 그래서는 立憲主義, 法治主義가 성립할 수가 없어요.
우리는 300명의 국회의원보다 한 사람의 독재자를 더 경계해야 합니다. 국회의원들은 자기들끼리 서로 싸우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잘못한 것이 드러나게 마련이거든요. 국회의원이 대통령보다 더 깨끗할 수도 있어요.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한 사람이나 한 정당이 권력을 독점하는 것입니다』

인터뷰를 끝내면서 金교수는 『이 기사가 나가면 내가 또 한번 곤욕을 치르겠구먼』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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