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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벽돌 한차 안왔다”

北, 남북장관급회담서 盧대북정책 맹성토

13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한측이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지난해 남북관계가 미국의 간섭을 배제하지 못해 협력다운 협력이 단 1건도 없다고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북한은 또 금강산관광사업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동시에, 앞으로 6개월간 남측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북측 단장, "지난 1년간 벽돌 한차 안왔다"**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남북장관급회담 이틀째인 4일 김령성 북측 단장은 전체회의 기본발언을 통해, "참여정부 출범 이래 지난 1년간 관광비 지불을 문제시해온 미국의 압력에 의해 금강산 관광 사업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었고 과거 있었던 당국 지원비도 대폭 축소되거나 폐기됐다"며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김 단장은 또 "지난 1년간 북남 사이에 협력다운 협력이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지난 1년간 개성공단에 7천여명이 다녀갔으나 투자는 전혀 없었고 벽돌 한 차, 세멘트 한 톤, 강재 한 통 들어온 것이 없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6개월간 남측의 입장과 태도를 지켜본 뒤 남측이 계속 남북관계를 공전시킨다면 다른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우리 민족끼리' 이념 충실치 않고 미국에 휘둘려"**

김 단장은 이같은 노무현 정부 출범후의 남북협력 부진이 노정부가 미국의 요구에 굴복했기 때문이 아니냐고 따졌다. 그는"지난해 남측이 '우리 민족끼리' 이념에 충실하지 못한 채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 휘둘렸다"고 주장했다.

김 단장은 "남측은 '핵 문제' 해결 정도에 따라 남북관계를 조절하라는 미국의 강압적 요구를 단호히 일축하지 못했다"며 "남한 당국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동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단장은 또 "우리는 귀측이 북남관계에서 민족공조를 생존 방식으로 해 나갈 데 대한 우리 민족끼리의 이념도 저버렸다고 간주한다"며 "남측이 개성공업지구 건설을 비롯하여 경제협력과 관련한 합의 사항을 신의있게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자주성이 없이 우리 민족내부 문제인 북남관계 문제를 외부의 압력과 간섭에 내맡긴다면 우리는 회담을 백번 한다 하여도 민족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며 남북 공조를 강조하기도 했다.

***아태평화위,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할 수도" **

김령성 단장의 이날 발언에 이어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도 4일 담화를 통해 금강산관광사업의 부진상태와 관련, 관광사업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아태 평화위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애국애족의 숭고한 이념과 통일의지로 개척되고 모든 사람의 관심과 지지 속에 활기를 띠던 금강산관광은 지금 그 전도를 예측할 수 없는 부진한 상태에 있다"며 "관광객의 급격한 감소로 5년간 꾸준히 오가던 관광배마저 운항이 취소됨으로써 해상관광은 중단된 지경에 이르렀다"고 현 상황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대변인은 이런 상황에서 "남한 당국의 외면으로 미진된 관광 대가 지불도 계속 미뤄지고, 해상관광의 중지로 관광객도 없는 형편에서 한적한 관광길을 계속 열어 놓고만 있을 필요성은 없는 것"이라며 "만일 지금과 같이 금강산관광이 부진상태를 답습한 다면 우리로서는 다른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해 관광사업 중단을 시사했다.

대변인은 또 "금강산관광을 비롯한 경제협력사업은 북과 남 어느 일방의 요구나 이해관계를 떠나 민족공동의 이익과 통일을 위한 전민족적인 사업"이라며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는 경우 그 결과에 대해서는 미국과 남한 당국이 전적으로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이어 "금강산 관광사업이 위기에 처한 이러한 엄중한 사태는 미국의 불순한 책동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미국을 성토한 뒤 "남한 당국은 응당 북남 경제협력을 가로막는 미국에 반기를 들고 금강산관광을 남한 각계층의 요구와 이익에 맞게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측, "영문 표기 Corea로 바꾸자"**

김령성 단장은 이날 회담에서 남북 공조를 위한 방안 3가지를 제안하기도 했다. 우선 남과 북이 우리민족제일주의를 바탕으로 민족의 존엄을 떨쳐 나갈 것, 쌍방 당국간 공조를 통해 남북관계를 자주적으로 발전시킬 것, 민족공조에 입각해 남북경제협력을 쌍방이 책임지고 적극 진척시킬 것 등을 제안했다.

그는 이어 당국간 공조의 표시로서 국호의 영문 표기를 'Corea'로 바로잡을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또 '남북경제협력'과 관련해서도 남북 당국이 책임지고 1백만평 부지의 시범 공장 건설을 포함한 개성공업 지구를 빠른 시일 내에 건설할 것과 이미 쌍방이 합의한 남북해운합의서를 발표시킬 것, 상대방을 겨냥한 TV 및 최전방에서의 방송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북한의 노림수는?**

북한의 이같은 강력한 노무현정부 비판은 노정부 출범이래 처음 있는 일로,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김대중 정부 때와 상당 부분 달라진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간접적으로 불만을 토로한 적은 있으나, 남북장관급회담 같은 공식석상에서 이처럼 직접적으로 비판공세를 펼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북한의 강도높은 비판이 오는 25일 제2차 6자회담을 앞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6자회담 개최를 위한 준비과정에 한국이 미국-일본과 동맹축을 구축해 북한을 압박해왔으며 6자회담에서도 같은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는 판단아래 미리 남측에 쐐기를 박으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요컨대 6자회담에서 한국이 중립적-중재적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향후 남북대화를 중단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함께 노무현정부 출범후 대북송금 특검-정몽헌 현대회장 자살 등을 거치면서 사실상 중단직전의 위기에 몰린 금강산 관광사업 등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시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에게 그동안 금강산관광 수입이 주요한 외화 유입 창구였고, 이 외화가 식량구입등에 사용돼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금강산관광사업의 죄초 위기를 방치하고 있는 한국정부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온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이번에 "앞으로 6개월간 남측의 입장과 태도를 지켜본 뒤 남측이 계속 남북관계를 공전시킨다면 다른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6개월 시한부 조건'을 내건 것은 북한이 즉각 남북대화를 중단시킬 생각은 없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 추후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햇볕정책의 승계자임을 내세워온 노무현대통령에게 총선을 앞둔 시점에 터져나온 북한의 비판공세는 앞으로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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