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개최되는 6자회담을 앞두고 6자회담 당사국들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핵폐기가 궁극적 목표임을 강조하면서도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주장해온 '핵동결'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는 탄력적 입장을 보여 주목된다.
***바우처 대변인, “차기 회담서 북의 핵동결 제안 논의할 것”**
리처드 바우처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을 가진 자리에서 ‘북한의 핵동결 제안을 논의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그것을 논의할 것이고 그 논의가 어디로 가는지 볼 것”이라고 말해 북한이 제안한 핵동결 문제도 이번 6자회담에서 논의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바우처 대변인은 “북한의 핵동결 제안은 긍정적인 제안이고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다시 평가하며 “핵 동결 논의가 어떤 진전을 보이는 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핵동결 제안을 이번 회담에서 논의 가능하다는 입장은 3일 외교부에서 이수혁 차관보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그동안 제안해온 핵동결에 대해 정식으로 제안하고 이에 대해 각국은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해 북한의 핵동결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임을 내비쳤다.
핵동결 방안도 이번 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미국측 반응은 그동안 미국의 주장에서 완화된 입장 표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이와 관련해 일본 도쿄신문은 지난 2일 이번 회담에서 체결될 공동성명안에 미국은 그동안 주장해온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계획 폐기’ 요구사항을 포함하지 않고 완화된 표현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의 궁극적 목표, 북한의 핵폐기”**
하지만 바우처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북한의 핵폐기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동결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며 동결은 제거가 아니다”며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제거될 필요가 있고 그래서 우리는 동결을 추구하지도 요구하지도 않는다”고 말해 다시 한번 북한이 핵폐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입증가능한 제거라는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그 대신 미국 등이 북한이 그 길을 가도록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쪽으로 움직일 수 있는 회담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바우처 대변인은 이어 북한에 대한 보상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한이 과거에 당연히 했어야 하는 일을 하도록 하기 위해 그들에게 다시 무엇인가를 지불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이 계속 준수했어야 하는 합의로 회귀하도록 하기 위한 재정적 보상을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에 대한 반대급부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아**
하지만 바우처 대변인도 북한의 행동에 대한 반대급부를 전혀 배제하지는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북한이 얻게될 경제적인 혜택을 언급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우리는 안전보장을 논의하게 되지만 북한 핵무기프로그램의 제거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그런 맥락속에서 다른 일들도 발생할 것이며 우리는 확실히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남북장관급 회담과 관련해서 “한국과 북한간에 진행되는 대화와 다양한 형태의 협력이 있다”며 “우리는 항상 그런 종류의 개방과 협력의 과정을 지지해왔으며 우리는 그 과정을 막지 않았다”고 말해 남-북한 경제협력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바우처, “차기 회담에선 구체적인 움직임을 생산해야”**
그는 또 이번 회담에서는 구체적인 어떤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 이번 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단지 입장 교환에만 그치지 않고 어떤 후속 조치, 그 목표를 향한 어떤 움직임을 생산할 수 있는 회담을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핵폐기 입증과 핵프로그램의 돌이킬 수 없는 폐기라는 것들이 얼마나 복잡한 지를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다”면서도 “우리는 입장의 재천명이 아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목표쪽으로 우리를 움직이는 회담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1차 회담이 탐색전이었다면 2차 회담은 좀더 구체적인 성과물을 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로슈코프 러시아 차관, “북-미 입장차 아직 너무 커”**
하지만 미국이 북한의 핵동결 주장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북한의 핵동결 주장과 미국의 핵폐기 주장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넓은 것으로 보여 회담에 대한 전망은 신중하게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3일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회견에서 “북한과 미국의 입장 차이가 아직 너무 크다”며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이번 회담에서 특별한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갑작스런 전기가 마련되기는 힘들지만 대화 과정이 어느 쪽으로 가고 있는 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 참가국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또 “회담에서 특별한 돌파구를 찾기 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며 “이번 6자회담에서 공동 선언문이 채택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무차원의 워킹그룹 창설 논의**
이처럼 각국들은 이번 6자회담 개최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구체적인 회담 성과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한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구체적인 협상을 벌이기 위해 본회담이외에 실무차원의 워킹그룹을 만들자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1백여명 이상이 참석하는 본회담에서는 구체적인 실무적 대화가 오고가기 힘들다는 분석에 따라 차석대표급의 워킹그룹을 만들어 구체적인 논의를 벌이고 자주 열리기 힘든 본회담 사이사이에 워킹그룹 중심의 논의구조를 만들어 회담 논의의 상설화를 추진하자는 의도로 파악된다.
이러한 워킹그룹 창설 방안은 지난 8월 1차 6자회담에서 중국측이 제안한 바 있으나 각국 물밑협상이 후속회담 논의에 치우쳐 워킹그룹 제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수혁 차관보는 이와 관련, 워킹그룹을 창설해 각국간 실무적인 차원의 논의를 상설화하자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닝푸쿠이(寧賦魁) 전주캄보이아 대사를 북핵전담 대사로 임명 워킹그룹 발족에 일찌감치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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