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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죽여 묻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동물자유연대, 방역 시스템 정비 및 인도적 살처분 요구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네 번째 확진 농가가 나온 가운데, 동물권 단체가 정부의 생매장식 살처분을 비판하고 인도적 살처분과 방역 시스템 정비를 촉구했다. 동물자유연대는 24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동물자유연대는 기자회견을 통해 "백신이나 치료제조차 없는 상황에서 건강한 동물들조차 대량 살처분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살처분은 어쩔 수 없지만 '빨리 죽여 묻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밝혔다.

이들은 "현재 살처분 현장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SOP)'이 정한 최소한의 규정조차 지켜지지 않아 일부 돼지들을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생매장하거나 포크레인 등 중장비로 내리찍어 죽이는 등의 잔인한 방식이 동원되고 있다"며 "동물의 고통을 가중하는 것은 물론, 사람마저 위험에 노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가 확진 판정 농가 반경 3km 이내로 살처분 대상 지역을 확대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농림축산식품부의 행동지침(SOP)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시 살처분 대상은 발병 농가 인근 500m 지역으로 한정된다"며 "과학적 근거 없이 살처분 대상을 과하게 확대하는 방식도 문제"라고 했다. 이어 "살처분이 유일한 방법이라도 이를 남발해서는 안된다"며 "살처분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외면하고 합리적인 근거 없이 무조건 죽이고 보자는 방식으로는 재난을 극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살처분보다 적극적고 세밀한 방역조치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 정부에서 동물 관련 검역 인원을 무리하게 축소하고 이로 인해 방역에 구조적 문제가 지속해 왔음을 반성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바이러스 방역체계 전반에 대한 재정비 및 사람과 동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럽에서의 아프리카 돼지열병 전파경로 조사 연구 결과를 들어 "야생멧돼지가 아니라 사람에 의한 전파사례가 압도적"이라며 "더 많은 육식을 위해 과밀하게 사육하고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지역을 넘나들며 생산과 소비를 확산한 인간의 탐욕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의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 질병이 발생하면 치료와 제대로 된 방역보다 죽이는 것으로 일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살처분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방역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통을 호소하고 삶의 욕구를 가진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에게도 사회 정의가 확장돼야 한다"며 "이익집단의 주장이라 치부하지 마시고 귀 기울여 들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와 연천에 이어 23일과 24일 오전에 경기도 파주와 김포의 의심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이 나왔다. 이미 파주와 연천에서 1만 5000여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고 이날 확진 판정에 따라 김포와 파주의 농가 인근의 5500여 마리의 돼지들이 살처분 될 예정이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살처분 최소화와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SOP) 준수, △질소를 사용한 인도적 방식의 살처분 시행, △살처분 과정에 동물단체의 참관, △생매장이 문제가 된 파주와 연천의 살처분 용역계약 내용 및 관리점검 현황 공개를 요구했다.

▲동물자유연대가 24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시스템 정비 및 인도적 살처분을 촉구했다. 이들은 "동물 전염병은 대부분 인간에 의해 발생한다"며 인간의 책임을 강조했다.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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