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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이번엔 방송으로 아랍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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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이번엔 방송으로 아랍 침공

美정부 후원의 아랍 방송 개국, 성공여부엔 회의적

미국이 군사적으로 이라크를 침공한 후 이번에는 문화적인 침공을 계획하고 있다. 중동 지역 아랍인들을 대상으로 미 정부의 후원을 받는 아랍어 위성 방송이 곧 개국할 예정이다.

***“美, 이슬람권 반미 성향 누그러뜨리려 방송국 ‘알 후라’ 개국”**

뉴욕타임스는 17일(현지시간) “미 정부는 아랍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목표로 1942년 방송을 시작한 <미국의 소리(VOA)>이후 가장 야심찬 국제 미디어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야심한 국제 미디어 프로젝트’는 바로 아랍어 뉴스,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인 ‘알 후라(Al Hurra)’를 개국하는 일. ‘자유로운 것(The Free One)’이라는 의미의 알 후라 네트워크는 미국 수도 워싱턴 근교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 달부터 위성으로 중동지역에 방송을 송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알 후라 네트워크를 구상한 가장 주요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카타르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위성 네트워크, 알 자지라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다.

미 백악관 관리들은 그동안 알 자지라 방송이 중동지역에 반미주의 의식을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해 왔는데 알 후라 네트워크는 바로 알 자지라 등의 아랍계 방송에 대항해서 미국의 “공정하고 균형잡힌” 아랍 정책을 선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NYT는 전했다.

***미국 중동 전문가들조차 알 후라 네트워크 장래에 회의적 전망**

하지만 이미 상당한 비판과 냉소를 받고 있어서 미국의 의도가 순순히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아랍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홍보 정책을 검토하기 위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임명한 중동 전문가들조차 미국의 이번 정책에 고개를 돌리고 있다.

미국인이 하는 것이라면 모두 우선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중동의 아랍인들이 미국이 생산해내는 방송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상당히 회의적이다. 특히 이 방송 네트워크 본부는 중동지역이 아니라 미국 버지니아주에 위치해 있다.

비록 중동 아랍인들이 알 후라 네트워크를 본다 하더라도 단 하나의 TV 네트워크로 구성된 알 후라 네트워크가 첫 해에 6천2백만 달러를 퍼부은 효과를 충분히 낼지는 의심스럽다고 중동지역 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알 후라, “미국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 주장**

미국인 간부진들과 아랍계 저널리스트들의 “기묘한 결합”으로 이루어진 알 후라 측은 물론 편집권은 독립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편집권이 독립돼 있는 미국 저널리즘의 본보기를 보여줄 것”이라며 “알 후라 네트워크는 중동 지역에 미국을 깊이 이해하는데 가장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감독하고 재정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미국 방송위원회 중동 담당자인 노만 패티즈는 “우리는 라디오와 TV에서 쏟아내고 있는 적대적 발언을 포함한 미디어 환경과 싸워나가고 있다”며 “알 후라 방송은 최대 라디오 네트워크인 알자지라 방송처럼 중동 어느 지역에서나 이용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알 후라 네트워크는 올 겨울에는 이라크에도 독자적인 방송국과 스튜디오를 보유할 예정이며 중동 기타 지역에도 지국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된 4천만불에 해당하는 비용은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간에 지원하기로 약속한 8백70억불에서 지원된다.

***美, 여러 차례 이슬람 대상 방송 시도, 모두 실패 **

사실 미국이 중동지역을 대상으로 방송을 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할 당시에 사와(Sawa)라는 라디오 방송국을 만든 바 있다. 이 방송국은 아랍계 방송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반미 감정을 누그러뜨리려는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이러한 비슷한 시도가 몇 번 더 있었으나 완벽히 실패, 미국 외교정책 입안가들은 매우 실망하기도 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지난해에도 미 국무부는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이슬람인들을 보여주는 아랍 비디오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 또한 아랍인들의 냉소적인 반응을 얻을 뿐이었다.

이같은 실패로 인해 알 후라 네트워크 관계자들은 보다 아랍인들의 감성에 접근하기 위해 좀더 세심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는 아랍계 일간 <알 하야트>의 워싱턴 지국 담당자를 역임한 바 있는 레바논 출신 모우아팍 하브를 영입했다. 이 밖에도 알 후라는 2백명 이상의 아랍계 직원을 고용했다.

***“알 후라, 미 정부 후원이라는 한계 극복하기 힘들 것”**

하지만 알 후라 네트워크의 대표이사인 베트 클레이만 조차 “이집트와 바레인 등지의 중동지역 사람들이 알 후라 방송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말하면서도 “일부 사람들은 절대 미국인들이 만드는 것이라면 그럴 수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라이스 대학 공공정책 연구소의 책임연구원인 에드워드 데이러진도 “알 후라 네트워크가 미 정부가 후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받고 있는 장벽과 신뢰도 문제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에드워드는 파월 국무장관이 미국의 아랍권 홍보정책을 연구해달라고 임명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알 후라 네트워크 이사진들은 여전히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패로 끝난 사와 라디오 방송국조차 적어도 1천5백만명의 청취자를 보유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일부 사람들은 알자지라 방송이 너무 선동적이라 싫어한다”며 “이들이 알 후라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희망섞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

***알 자지라, “이슬람인, 알 후라를 미 행정부의 도구로 인식”**

‘아랍계 말’을 상징 동물로 삼은 알 후라가 생존하기 위해선 우선 1배50개에 달하는 방송국 가운데 사람들이 알 후라를 시청하도록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외에도 더 중요한 것은 과연 알 후라가 객관적인 보도태도를 유지하느냐이다. 이와 관련 알 후라 관계자는 “알 후라 네트워크는 이라크 전쟁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한 BBC 방송의 번역문을 실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알 자지라 방송국 관계자들은 “이슬람 시청자들은 알 후라 네트워크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미 행정부의 도구로 바라볼 것”이라고 평가했다.

과연 미국의 또 다른 침략이 성공할지 아니면 어처구니없는 실패로 마감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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