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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大밀월시대'의 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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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중 '大밀월시대'의 북핵

[기고]우리만 중국을 제대로 못보고 있다

장성민 전 국회의원이 16일 프레시안에 장문의 글을 기고해왔다. 2차 6자회담의 연내개최가 무산되는 등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북핵문제를 '미-중 밀월'이라는 큰 틀속에서 분석, 향후 북핵문제 전개과정을 가늠케 하는 빼어난 글이었다.

장 전 의원은 김대중 전대통령의 비서출신으로 국회의원 시절에도 김 전대통령의 지시로 통일외교통상위에서 일하며 '국제적 감각'을 단련해온 국제통으로 유명하다. 편집자

***미-중시대의 북핵**

장성민(새천년민주당 전 국회의원. 통일외교통상위)

북핵문제로 중국이 바빠졌다. 세계는 지금 중국만 쳐다보고 있다. 미국도 그렇고 EU도 그렇다. 러시아, 일본, 대만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이 UN을 뛰어넘는다. 그러나 우리만 중국이 왜 이렇게 바빠졌는지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여전히 북-중 양국관계를 냉전적인 입장에서 해석하려는 이데올로기적 도그마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을 버리지 못할 것이란 단정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둘째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존재와 힘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과소평가하려는 다소 감상적인 편견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은 달라졌다. CSIS의 랄프 코저 소장이 지적하듯이, 세상은 냉전은 물론 탈냉전을 넘어 탈탈냉전의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반테러전을 맞아 급속하게 전개된 미-중간의 교류상황은 양국간의 관계가 얼마나 긴밀해 지고 있는가를 엿보게 해준다. 최근 몇 개월간의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10월 29일 미국의 요청으로 중국의 권력서열 2위인 우방궈 상무위원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다. 그리고 6자 회담에 참여하겠다는 확답을 얻었다. 그보다 하루 전인 28일에는 차오강촨 중국 국방장관이 펜타곤을 방문, 부시행정부가 들어선 이래 처음으로 미중 국방장관 회담을 가졌다. 같은 날 부시대통령의 가장 절친한 친구인 도널드 에번스 상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여 원자바오 총리를 만났고, 이 자리에서 중국 측으로부터 대미수입을 늘리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미중 양국의 경제총수와 국방총수가 같은 시간대에 상호교차방문을 한 것은 일종의 사건이다. 이는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는 반면, 북핵 해결의 열쇠는 역시 중국이 쥐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인 것이다.

지금 미국은 중국의 대미 경제의존도를 북핵문제 해결의 레버리지(지렛대)로 사용하고 있고, 중국은 반테러전에 동승함으로써 미국과의 대결을 피하면서 중국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만들고 있다. 미-중 양국은 북한의 핵 개발이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일치된 생각을 갖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핵 때문에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천재일우와 같은 호기를 놓칠 이유가 없다. 미중관계는 탈냉전 초기의 "잠재적 경쟁자" 에서 반테러전 시대의 "전략적 협력자"로 돌아서고 있다.

미-중관계가 전략적 협력자의 위치에 섰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깊고도 심각하다. 중국은 9.11이후 유엔의 반테러 결의를 적극 지지했고, 미국의 반테러정책에 대한 협조차원에서 유엔의 이라크 문제에 대한 결의에 묵시적 태도를 취했다. 심지어 미국의 이라크침공 바로 전달에 장쩌민 주석은 이라크와의 전쟁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서 중국이 공식적으로는 반대의 입장을 취하겠지만, 결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점을 부시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미리 알려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축출을 위한 전쟁을 시작할 때 파키스탄의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미국을 도와주도록 독려했고, 실제로 아프가니스탄 재건 비용으로 1억5천만달러를 지원해 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수행에 필요한 여러 가지 정보를 전달하면서 미국을 직접 돕기까지 했다. 심지어 중국은 아프가니스탄과의 대테러전에 나선다는 명분으로 중앙아시아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것도 눈감아 주었고, 동북아에서 일본이 안보역할을 확대하는 것도 모른 체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2003년 6월에 일본 의회가 이라크재건을 명분으로 자위대를 파병한다고 승인했음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에 대하여 부시대통령은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조했던 클린턴이 자신의 첫 번째 임기동안에는 단 한차례도 중국을 여행하지 않다가 두 번째 임기를 맞아서야 겨우 장쩌민과 일반적인 정상회담만을 한 반면, 부시대통령은 9.11이 있은 이후 13개월 동안 무려 네 번이나 장쩌민을 만났다. 그것도 두 번은 직접 중국을 가서 만났고, 한번은 텍사스 목장에서 만났으며, 나머지 한번은 멕시코의 로스 카보스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담에서 만났다. 심지어 2002-2003년 중국의 권력이동기에 후진타오 총서기를 세 개의 다른 대륙에서 세 번이나 만났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한번은 중국에서 또 한번은 미국에서 그리고 또 다른 한번은 G7정상회담이 개최된 프랑스 에비앙에서 만났다. 그런데 이때 G7 회담장에 중국을 옵서버 자격으로 초청하여 후진타오 총서기를 끌고 들어온 사람이 바로 부시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당시 부시대통령은 후진타오 총서기에게 방미 초청장을 건넸고, 워싱턴의 환대는 권력이양기의 후진타오를 정적들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으며 미국으로부터 과도한 위협 없이 자국의 내적 경제발전을 이끌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열었다는 평가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이 또한 지난 12월 7일에서 10일까지 약 4일간에 걸쳐 이뤄진 원자바오 중국총리의 방미 활동에 비하면 그리 놀랄만한 사건들은 되지 못한다.

원자바오 총리의 방미 중에 일어났던 미-중간의 우호적인 관계 변화는 한마디로 파격 그 자체였다. 부시행정부는 원자바오 중국총리를 거의 국빈자격에 준하는 수준에서 모든 외교적 일정을 준비했고 원 총리에 대한 부시대통령의 예우는 후진타오 중국 총서기를 맞는 분위기로 착각될 만큼 극도의 배려를 연출했었다.

부시행정부는 원 총리의 첫 워싱턴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백악관 바깥쪽에 중국국기인 오성홍기(五星紅旗)를 내걸었다. 민주주의의 보루에 공산당깃발을 미국 스스로가 꽂아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원 총리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던 부시대통령은 그를 직접 링컨 대통령이 일했던 사무실로 안내해 주기까지 했다.

그런 후 두 정상은 백악관 벽난로 앞에 앉아 정상회담의 장면을 모든 내외신에 공개했다. 여기서 깜짝 놀랄만한 공통점이 하나 포착되었다. 그것은 두 정상이 약속이나 했던 것처럼 똑같이 흰 와이셔츠에 파란 넥타이를 매고 찍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초록은 동색이었다. 그 이후 이 두 정상의 긴밀해져가는 외교적 행보는 다름 아닌 미-중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대만, 일본 그리고 북한을 놀래게 만드는데 충분했다.

부시대통령은 먼저 대만 독립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천수이벤 대만 총통의 국민투표 실시계획에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명하면서, 중국 혹은 대만 어느 한쪽에 의한 양안관계의 현상유지가 변경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혀 전 대륙과 대만을 동시에 놀라게 했다.

이는 비록 부시대통령이 원자바오 총리와의 회담이후 “하나의 중국원칙”이란 기존의 양안정책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시킨 이후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동맹관계에 놓였던 대만의 정치적 행위를 억제시키면서까지 “잠재적 적”의 관계로 규정했던 중국의 손을 들어 준 것은 일종의 파격이었다.

지난 99년 클린턴 행정부 당시 중국의 WTO 가입문제를 증진시키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던 주룽지 총리가 빈손으로 백악관을 떠나면서 클린턴을 “중국인민에 대한 배신자”로 비난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이번 원자바오 총리의 방미성과는 일정한 외교적 측정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더욱이 클린턴 행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규정할 만큼 중국중시의 동북아 외교정책을 펼쳤었고, 부시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의 중국우선 외교정책이야말로 동맹국을 무시한 반동맹 외교정책이라 규정하며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지정했던 사실을 반추해 볼 때, 이번 원 총리의 방미는 냉전시대의 외교적 역학구도가 끝남과 동시에 반테러전을 맞아 새로운 미-중관계가 시작되고 있음을 반증한 것이다.

원 총리의 방미로 외교적 충격을 받았던 또 다른 나라는 바로 일본이다.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미중경제위원회가 개최한 초청강연회에서 원 총리는 “어릴 적에 일본점령군에 의해 내 가족이 살았던 집이 불타는 장면을 지켜보았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물론 이 자리에는 미국의 유수한 기업가들과 중국문제 전문가들 그리고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등 정계거물들이 대거 참석했었다. 50년 동안 군사안보적인 동맹관계에 놓여있는 미국의 최우방인 일본을 미국에서 직접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에서 펼치고 있는 중국의 대담한 외교적 행보를 일본의 대이라크 파병 결정시기와 맞물려 생각해 볼 때, 이는 일본에게 더욱 긴장된 외교적 순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불과 한달 전만해도 중국은 일본자위대의 이라크 파병문제에 대해서 묵시적인 태도를 견지했었다.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가 염려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 12월11일자 중국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의 사설은 일본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을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이 신문은 “지난 12월 9일 일본정부의 자위대 이라크 파병 승인은 2차 세계대전이후 일본정부가 해외 파견한 규모 가운데 가장 크며 가장 위험한 임무를 부여한 것이다. 평화헌법 9조는 전통적으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어 왔으며, 이에는 미군과의 공동군사활동이나 유엔평화유지활동과 같은 집단안보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는 강력한 경고까지 했었다.

이제 중국은 미국과의 불편한 외교적 관계를 염려하여 주변경쟁국에 대한 비판까지 자제하고 지내야하는 그런 상황은 넘어섰다고 판단하고 있다. 9.11이후 반테러전을 맞아 새로운 미-중관계 정립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게 된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중국의 대미외교 자신감과 확신은 미국과의 북핵문제 논의과정에서 더욱 공고화되고 있다. 사실 미-중관계를 급진전시키고 있는 핵심 사항은 북핵이다.

9.11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인들에게 최대의 위협적인 존재는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이었다. 그러나 9.11이후 미국의 안보환경과 미국인들의 안보인식은 변했다.

중국의 위협보다는 알카에다의 테러 위협과 핵무기를 중심으로 한 대량살상 무기의 위협이 우선적인 위협으로 간주된 것이다. 당연히 미국의 안보정책도 바뀔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알카에다의 국제테러조직에서부터 아프가니스탄, 이란, 이라크, 북한문제가 미국 안보정책의 상위 어젠다가 된 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안보정책이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테러위협을 막는 쪽으로 전환되는 이 시점을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정립을 해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잡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반테러전에 동승한다는 발표를 하게 되었으며, 이로써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과도한 위협을 받지 않고서도 자신들의 내적 경제발전을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의 창을 얻게 된 것이다.

중국이 북핵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서게 된 것도 미국의 반테러전에 동승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중국은 9.11이후 부시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래 미국으로부터 최대의 외교적 수혜를 얻게 된 유일한 나라일는지 모른다.

미국무성이 테러지원국가로 지정한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함으로써 미국은 중국의 역할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중국은 미국과의 동맹국가인 대만과 일본까지 뒤로 하면서 미중간의 새로운 외교관계를 급진전시키고 있다. 그리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담보로 1천30억불(2002년 기준)에 달하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문제도 별 마찰 없이 넘길 수 있었다. 워싱턴의 미 의회내 중국비판자들은 이번 원자바오 총리의 방미는 부시가 북핵문제에 관해 중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한 미국은 절대로 중국과의 무역불균형 문제를 쟁점화시키지 못할 것이란 계산을 하고 왔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 놓았다. 부시행정부는 중국의 도움으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이익을 얻을 수만 있다면 중국과의 경제적 손해도 다소 감수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부시행정부에게 최상의 국가 어젠다는 반테러전이지 경제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미중관계 속에서 한반도와 북핵문제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중국경제의 열쇠를 거의 미국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유치한 해외 투자자본은 물론이고 중국의 해외 수출 시장도 미국의 비율이 아주 높은 것이 현실이다. 2001년 중국의 WTO가입과 2008년 올림픽 개최 그리고 2010년 상하이 세계 무역박람회 개최 등도 미국의 적지 않은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 대신 미국은 중국에 불리한 문제인 중국의 인권문제, 대중무역적자문제, 중국에서의 미국의 지적소유권남용문제, 대만문제, 중국시장에 엄격한 WTO 규정 적용문제 등에까지 눈을 감아주고 있다. 미국이 반테러전을 표방하면서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차단하는데 초미의 관심을 갖고 있다면, 중국은 경제전에 돌입하면서 내부경제 발전을 최우선적인 국가목표로 세워놓고 있다. 이는 중국이 미국의 도움을 얻어 경제발전을 지속해 나가려면 중국 또한 미국의 최대관심사항인 북한의 핵개발 문제를 도와줘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만큼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큰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중국에 상당한 부담을 던져 주고 있다. 한-미-일 3국이 지난 4일에서 6일까지 워싱턴에서 대북정책협의회를 갖고 2차 6자회담의 연내개최 준비에 대한 공동문안을 작성하여 이를 넘겨준 곳도 바로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이 문안은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갔고, 북한은 이 문안에 대해 매우 실망스런 입장을 밝히면서 부시-원자바오 정상회담이 있기 몇 시간 전에 순발력 있게 자신들의 요구사항(핵동결 대신 미국에 의한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 정치 경제 군사적 제재와 봉쇄 철회, 중유, 전력 등 에너지 지원요구)을 발표했다. 중국의 원 총리로 하여금 부시대통령과 정상회담시 북한의 입장을 참고해서 미측과 논의해 달라는 제스처였던 것이다. 그러나 부시대통령은 9일 원자바오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을 갖는 자리에서 북한의 이런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리고 원 총리는 이 문제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시통령은 “북한이 제시한 북핵 동결에 관심이 없다”고 밝히면서“ 북한이 핵계획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종식하는데만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부시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은 원 총리와의 미중 정상회담이후 나왔다는 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는 원 총리가 해외 일정을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그 이후 북한 핵문제에 대하여 중국이 어떤 외교적 행보를 취하게 될 것인가에 주의해야 한다.

과거에는 중국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워싱턴과 평양이 직접 협상을 하여 미국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핵포기에 따른 경제적 지원을 해 줘야 한다는 입장을 지켜 왔었다. 현재는 미국이 요구한 북핵 해결 방식인 6자회담 틀 내에서 북한핵문제가 해결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중재역할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후 중국의 원 총리는 “핵동결이 아닌 핵폐기, 선(先)핵개발 포기와 후(後)체제보장”이란 워싱턴의 분명한 입장을 갖고 돌아갔다. 그리고 베이징은 이번 원 총리의 방미를 “완벽한 성공작(a complete success)"으로 불렀고,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부시 대통령의 강력한 언급에 대해 중국정부가 공식적으로 “부시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한다”는 이례적인 발표까지 했다.

이제 중국에겐 대만과 북한 중 어느 나라가 중요하고 우선적인 문제인지,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 중에 있는 미국에겐 북한과 대만 중 어느 나라가 더 절박한 현안인지 점점 자명해지고 있다. 이제 북핵문제에 관한 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력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그러면 중국의 대북 압력도 커지게 될 것이다. 미국이 북핵 해결을 위해 외교적 유인과 경제적 제재를 번갈아 가면서 중국을 활용하면, 중국도 외교적 유인과 경제적 제재를 적절히 구사하는 방식으로 북한을 다뤄나갈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카드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단독해결에 나서게 되었을 때, 중국 또한 더 이상 북한에 기대할 것은 없다는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다.

만일 지금의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이 실패로 끝날 경우, 미국은 중국에 더 강력한 역할을 기대하게 될 것이고 미국은 이 기회를 미래의 미-중관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중국 측의 의도를 확인하는 계기로 삼게 될 것이다.

중국은 모처럼 얻은 미중관계의 새로운 기회를 북핵문제로 잃어버리려 할까? 지금 중국이 북핵 문제로 바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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