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 방문에 이어 하루 만에, 미국의 차차기 대선주자로 유력시되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상원의원도 28일(현지시간) 이라크를 방문했다.
부시 대통령의 전격적인 이라크 방문으로 힐러리 의원의 방문은 미국내 언론의 주목을 크게 끌지는 못했지만, 바그다드 중심부 여러 지역을 둘러본 힐러리 의원의 방문 형태는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만 2시간 반동안 머무른 후 서둘러 떠났던 부시 대통령의 '깜짝' 방문과 여러 모로 비교되고 있다.
***힐러리 의원, 안전지대 밖 미군기지도 방문, 여러 이라크인 접촉**
AP, AFP 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힐러리 상원의원은 잭 리드 상원의원과 함께 추수감사절을 맞아 2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한 데 이어 28일에는 하루 일정으로 이라크를 방문했다.
힐러리 의원 대변인에 따르면, 힐러리 의원은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만 2시간 반동안 잠시 머물렀던 부시 대통령과는 달리 바그다드 시내 후세인궁에 있는 미군 사령부까지 방문한 데 이어 그곳에서 뉴욕지역 출신 장병들과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점심식사 전에 폴 브레머 미군 최고 행정관을 비롯한 과도행정처 고위직 관리들과 자리를 함께 했던 힐러리 의원은 식사 후에는 바그다내 '안전지대' 바깥의 미군 부대를 방문, 철저히 안전지대 내에서만 머물렀던 부시 대통령과 비교됐다.
힐러리 의원은 이어 28일 오후에는 비정부기구단체들 및 무스타파 사디크 바와리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여성위원을 비롯한 이라크인들을 만났다.
힐러리 의원은 이번 이라크 방문을 통해 "이라크를 통제하는 정치적 부담과 비용은 유엔의 합법적인 승인 하에서 보다 경감될 것"이라고 부시의 이라크 정책을 비판하면서 "이러한 조치는 부시 행정부 내에서는 큰 변화이기에 조만간 이루어지기에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힐러리 의원은 이어 "부시행정부가 하려 하는 이라크 정부에의 조기 권력이양은 이라크의 정치-사회적 혼란으로 인해 더욱 위험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부시 방문은 차기 대선을 위한 선거용"**
미국 및 이라크 내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방문 형태가 힐러리 의원의 방문 형태와 비교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시간 반 동안 안전지대에서만 머물렀던 부시 대통령의 방문은 추수감사절을 맞아 이라크 주둔 미군 장병들을 격려하는 등 통수권자로서는 적절한 일정이었긴 하지만 국정을 선거에 이기기위한 '깜짝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이다.
일부 정치 평론가는 "이번 부시 방문은 날로 늘고 있는 미군의 희생을 신문 1면에서 가리기 위한 것"이라고 폄하하기도 했으며, 민주당 쪽에서는 차기 대선을 겨냥한 '선거용'이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비난의 목소리가 제기되자 백악관도 응수에 나섰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ABC 방송 등에 출연, "미군이 이라크에 주둔한 이후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다는 주장은 진실과 멀다"면서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을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또 "이번 부시 대통령의 방문은 단지 병사들을 자랑스러워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비판에 대응했다.
***이라크 분위기, "부시 방문은 용감한 게 아니라 비겁한 것"**
이같은 논란은 미국내에서뿐 아니라 이라크에서도 크게 일고 있다. 이라크 내에서도 28일 내내 부시 대통령의 방문이 화제가 됐으나 대체적인 의견은 '차기 대선 선거용'일 뿐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이다. 부시 대통령의 방문은 '비밀 방문'일 뿐이며 철저히 안전지대에 있는 미군 시설만 방문했을 뿐 이라크인들과는 별다른 만남을 가지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일부 시민들은 "그는 이라크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인들을 위해서만 방문한 것이며 그는 우리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보러오지 않았다"며 "이라크인들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그가 여기에 있건 백악관에 있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시민은 "그는 선거를 위해서 온 것이지 이라크 국민을 위해서 온 것이 아니며 자신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온 것일 뿐"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아울러 "이번에 한 방문 형태를 보면 그가 얼마나 이라크인들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냉소하기도 했다.
AP통신은 이같은 이라크인들의 반응을 전하면서 "미군들은 부시 대통령의 방문을 용감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이라크인들은 이번 방문을 '비겁하고 겁먹은 방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판은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위원들 사이에서도 제기됐다.
일부 위원들은 "부시 대통령이 새롭고 민주적인 이라크 건설에 매진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환영을 표하기도 했으나 많은 위원들은 "바그다드 공항에서만 머물렀던 부시의 방문이 이라크 방문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또 종교지도자들도 "부시는 미군들과 추수감사절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 여기에 오는 것 대신에 미국 감옥에 갖혀 있는 무고한 시민들을 풀어주고 정말로 테러 공격을 감행한 사람들을 체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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