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두 시간 반 동안의 이라크 ‘극비’ 방문이 이라크인들에게는 어떻게 비추어 졌을까.
이라크 주둔 미군들에게는 기쁨의 ‘충격’이었겠지만 이라크인들에게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 하다. 일부 이라크인들은 부시 대통령의 방문에 기쁨을 나타내기도 했으나 그런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했다는 게 외신들의 전언이다.
***“부시는 또 다른 침략자에 불과”**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의 극비 방문 소식을 접한 대다수의 이라크인들은 "지옥에나 떨어지라"고 부시를 강하게 비난해 부시 대통령의 방문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바그다드에서 노점상 일을 하고 있다는 한 시민은 “나로서는 부시 대통령이 방문했다는 사실을 환영하기는 하지만 돌아가 주는 것이 더욱 기쁘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반응은 그나마 온건한 편이었다. 많은 이라크인들은 부시 대통령을 역사속의 제국주의 침략자라고 비난했다. 한 시민은 “부시를 저주한다. 그는 과거 이라크를 파괴했던 침략자인 또 다른 몽골인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바그다드 시내에서 기름을 넣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줄 서서 기다리고 있던 한 택시 운전사는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것을 봐라. 우리의 삶의 수준은 비참할 지경이다. 이런 모습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여기서 부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강조했다.
많은 시민들은 미군 점령 이후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에도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시민은 “만일 미군 치하에서 치안과 삶의 질이 빠르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이라크인들이 미군에게서 돌아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평화로운 모습으로 오는 어떤 손님도 환영하는 것처럼 우리는 부시가 평화적인 태도라면 환영한다”면서도 “하지만 미군의 이라크 점령으로 이라크에서는 안전 문제가 심각해졌고 실업율은 치솟았으며 공공서비스 등은 전혀 없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하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라크인들은 미군을 몰아내기 위해서 모든 수단을 다 이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 “미군의 소탕작전 이후 이라크인들 반응 더욱 나빠져”**
부시 대통령의 방문에 대한 이라크 현지인들의 이같은 반응은 “최근에 미군이 저항세력 소탕작전의 일환으로 공세적인 작전을 취하면서 더욱 심해졌다”고 로이터 통신은 분석했다.
미군은 저항세력의 공격을 진압하기 위해서 의심스런 인물이 거주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미사일 공격을 퍼붓고 중화기 공격을 가하는 등 공세적인 작전을 펼쳐왔다. 그렇지만 이러한 전략은 그나마 온건했던 많은 이라크인들을 미군으로부터 돌아서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라크인들의 민심 동향에 대한 미군의 상황인식은 그리 정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현지 상황을 전해오고 있는 임영신, 김박태식 씨 등의 평화운동가들에 따르면 미군이 지난 12일 재전쟁 상황을 선포한 뒤 오히려 치안 상황은 더욱 악화됐으며 이라크인들에 대한 미군의 폭력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전쟁의 수렁에 빠진 미군은 부시 대통령의 격려 방문에 환호성을 올렸으나, 이라크인들에게는 그 환호성이 그리 반가이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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