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철통같은 보안 속에 이라크를 전격 방문, '깜짝쇼'를 연출했다. 안전상의 이유로 극비리에 계획된 이번 방문에 대해 미정부는 추수감사절을 맞아 미군 사기진작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나, 이라크전의 수렁속에서 차기 대선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부시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라크 저항세력으로 인해 극도 보안 속 이라크 방문**
27일(현지시간) AP 통신과 CNN 등 미 주요 언론들은 모두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이라크 방문 소식을 긴급소식으로 타전했다.
이라크 현지시각으로 27일 저녁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 내린 부시 대통령 전용 비행기인 미국 공군 1호기는 007 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의 보안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최고 수장이지만 이라크 저항세력의 위협을 가벼이 여길 수 없어 하는 모습이다.
최근에도 이곳 바그다드 공항에서는 DHL 수송화물기가 저항세력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적이 있어, 미국 대통령을 태운 공군 1호기는 바그다드 공항에 근접해서는 기내 모든 등을 소등하고 창문을 가리는 등 안전에 극도로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2시간30분 가량의 이라크 방문 소식도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를 떠나 미국으로 돌아오는 전용기에 오르고 나서야 언론에 공개됐다.
당초 언론에 보도된 추수감사절 기간 동안의 부시 대통령의 공식 일정은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에서 아버지 부시 대통령 등의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것이었다. 보안을 위해 부인 로라 부시 여사는 저녁 메뉴까지 공개하기도 했었다. 이에 따라 아버지 부시 대통령 내외도 27일 오전 목장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아들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 방문 소식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철통 보안 속에서 부시 대통령은 26일 밤 크로포드 목장을 떠나 공군 1호기 편으로 워싱턴에 잠시 착륙해 일부 대통령 보좌진과 일반 기자 2명을 포함한 몇몇 사진기자만을 태운 후 이라크로 출발했다.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부시 미국 대통령은 폴 브리머 미군 최고 행정관과 리카도 산체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의 영접을 받은 후 국제공항에 마련된 연회장에서 6백여명의 미 제1 보병 사단과 82 공수 사단 장병들과 식사를 함께했다.
***부시 극적 연출 통해 연단 등장, 최대한의 효과 노려**
부시 대통령이 이날 장병들 앞에 등장하던 순간도 극적으로 '연출'됐다. 우선 브리머 최고 행정관이 단상에 올라 추수감사절 메시지를 전한 뒤, 사회자는 "최고위직 인사가 대통령의 메시지를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리머 최고 행정관이 "나보다 더 고위직 인사가 뒤에 있습니까"라고 묻자 부시대통령은 그제서야 커튼 뒤에서 연단으로 등장해 영문을 모르고 기다리고 있던 병사들을 깜짝 놀래킨 것으로 알려졌다.
제1보병사단 부대 휘장으로 장식된 육군 복장을 입은 부시 대통령은 연단에서 연설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하며, "우리는 당신들의 노고에 감사해 하고 있으며 당신들이 미국민을 위험에서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장병들이 이라크에서 테러리스트들과 싸우고 있어서 우리는 미국내에서 이들 테러리스트와 대면하지 않게 됐다"면서 "이라크 국민들도 당신들의 노고로 인해 평화와 자유 속에서 살아가게 됐다"고 강조했다. 장병들에게 "저녁식사에 초대해 줘서 감사하다"고 농담을 건넨 부시 대통령은 이어 장병들에게 추수감사절 음식을 나누어주었다.
장병들의 환호 속에서 2시간 여 동안의 방문을 마치고 다시 공군 1호기를 타고 미국으로 향한 부시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서 '깜짝쇼' 효과를 최대한 활용한 셈이다.
***정치적 위기 탈출 위한 이라크 방문**
이달 들어서만 60여명 이상의 미군이 저항세력과의 전투중에 사망하고 주요 전투의 종료를 선언했던 지난 5월 1일 이후에만 1백83명의 미군이 사망한 결과 내년 대선에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던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방문을 통해서 미군의 사기 진작과 정치적 반전을 노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최근 민주당 등 정치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이라크 방문을 통해 자신의 확고한 정책을 과시하려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편 군통수권자로서 전투 지역에 직접 방문함으로써 이라크 안보와 치안에 대한 국제사회 및 국내사회의 우려를 희석시키고 미국의 이라크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려는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가 주요 국정을 자신의 인기몰이에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방문은 국민의 인기와 지지를 얻으려는 정략적인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미 현직 대통령이 방문한 전쟁은 모두 실패**
이러한 논란을 일으킨 이번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방문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최초의 이라크 방문으로, 공교롭게도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방문했던 전쟁은 모두 미국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실패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데이비드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1952년 12월 전쟁중인 한국을 방문해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을 직접 독려한 바 있고, 린든 존슨 대통령도 두차례에 걸쳐 베트남전 기간 동안 베트남을 방문한 적이 있다. 또한 닉슨 대통령도 1969년 베트남을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미국 대통령이 직접 전쟁터를 방문했던 한국전이나 베트남전은 모두 미국의 의도가 실패한 전쟁이어서 이번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직접 방문은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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