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투증권, 미국계 푸르덴셜에 팔려

매각 본계약 체결, 공적자금 1조5천억 손실 발생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증권.투신 구조조정의 물꼬가 터졌다. 정부는 25일 투신사에서 증권사로 전환된 현대투자신탁증권을 미국계 생명보험회사인 푸르덴셜 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대투자신탁운용도 이 매각에 포함됐다.

***1조5천억원 이상 손실보며 매각 **

본계약 내용에 따르면, 정부는 현투 기존 지분을 완전 감자하고,공적자금을 투입해 경영을 정상화시킨 뒤 현투증권의 지분 80%와 현투운용을 푸르덴셜에 매각한다.

매각가격은 푸르덴셜의 주금 납입이 완료되는 내년 1월, 과거 1년간의 핵심영업 현금흐름과 핵심 EBITDA(영업력과 부도위험을 동시에 고려한 기업가치 평가기준) 등 영업실적에 따라 산정하기로 했으나 추가부실 여부에 따라 매각가격은 매각 완료시점에서나 정확히 정해질 전망이다.

금감위는 현투증권의 부실 규모RK 8월말 현재 2조3천억원이고 그동안 투입된 공적자금이 2조4천억~2조5천억원 정도인 점을 고려할 때, 매각 가격은 최소 5천억~7천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투신사들은 카드채 등 만만치 않은 잠재부실을 안고 있어, 매각 가격은 이보다 적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현투증권의 나머지 지분 20%에 대해서는 공적자금 투입이 끝난 뒤 3년부터 3년 동안 푸르덴셜과 정부가 각각 매수권(Call Option)과 매도권(Put Option)을 갖게 된다.

사후손실보전(Indemnification) 대상은 국제 관례에 따라 통상적인 진술과 보증 및 확약 위반, 진행 중인 소송, 매각 당시 출자를 통해 해소하지 않은 후순위채 손실 등으로 제한되고 보전 기한은 3년이다.

정부와 푸르덴셜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위원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현투증권 매각 본계약에 서명하고 협상을 최종 마무리했다. 본계약 체결에 따라 한국투자신탁 증권과 대한투자신탁증권, 동양오리온투자증권, 제일투자증권 등 다른 전환증권사들의 매각 협상도 급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일투자증권의 경우는 푸르덴셜에 넘겨진 뒤 현투증권과의 합병이 유력시되고 있다.

***국내 증권.투신업계 외국자본 장악 우려**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현투증권의 매각을 통해 최소한 1조5천억원 이상의 순손실을 보게 되며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사후 보상액까지 포함하면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또한 현투증권이 완전 감자됨에 따라 전체 주식의 25.3%를 보유하고 있는 2만3천여명에 이르는 소액 주주는 현금 혹은 주식연계증권(ELN) 중에서 소액 주주가 선택하도록 할 방침으로 주식 매입가격의 20% 이상을 받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소액주주는 현금 보상을 원할 경우에는 즉시 보상금을 받을 수 있으나 ELN을 신청하면 3년후 푸르덴셜측에 나머지 20% 지분을 넘길 때 원금에 일정 이자를 합쳐 돌려 받는 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투증권이 매각됨에 따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현투와 제투증권 및 동양오리온 등과 더불어 한투와 대투까지도 해외 매각이 유력해져 국내 증권.투신업계가 외국계에 의해 완전 장악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