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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여전히 5천여 전투병 파병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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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여전히 5천여 전투병 파병 원해"

2차 이라크 현지조사단, “이라크 치안상황 불안”

지난 5~6일 미국에서 열린 한미간 파병협의가 양국간 파병 규모와 시기, 지역 등에서 상당한 의견 차이를 보이며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공식 확인됐으나, 2차 이라크 현지조사단의 조사결과 이라크 현지 상황이 불안하다는 점이 확인돼 파병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미국은 그러나 우리측에 대해 조속한 입장정리를 요구하고 있어 정기국회가 열리는 12월 초순까지는 최종입장을 정해야 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이수혁 차관보, "美, 안정화작전위한 보다 큰 규모 파병 원해"**

이번 협의의 한국측 수석대표였던 이수혁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9일 외교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파병 규모와 관련 "한국은 평화와 재건을 위한 3천명 규모가 적절하다고 판단했고, 미국은 안정화 작전을 위해 보다 큰 규모의 파병을 기대했다"고 밝혀 양국간 의견차이가 컸음을 인정했다.

이수혁 차관보는 구체적인 규모와 성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같이 말해 대미협의 당시 한국은 공병 및 의료부대 등 비전투병 위주의 3천명 파병안을 제시한 반면 미국측은 독자적 작전능력을 갖춘 최소한 5천명 수준의 전투병 파병을 요청했다는 언론보도를 시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그러나 미국이 1만명의 파병을 요구했다는 로이터 통신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에 앞서 한국측 파병협의단 일원이었던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도 8일 귀국하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한미간 처음 이런 파병 문제로 협의했는데 미국과 우리 생각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면서 "앞으로 미측과 협의는 잘하면 될 것"이라고 말해 이번 대표단의 미측과의 협의가 순탄치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수혁 차관보는 미국이 말한 안정화 개념에 대해서는 "치안유지가 주 목적"이라고 말해 미국이 전투병 파병을 요구했음을 밝히면서 "미국은 터키가 파병을 취소하면서 다른 나라들로부터의 파병을 간절히 원하고 있으며 그런 점을 염두에 두면서 맹방인 한국의 지원을 절실히 기대하고 있다"고 말해 이번 회담에서 미측으로부터 상당한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파병시기와 관련해서는 그는 "개괄적으로 언제 국회 동의안이 처리, 제출되고, 금년 정기국회가 언제 끝난다든지, 파병 준비기간이 얼마나 소요된다든가 하는 데 대해 의견교환은 있었으나 어떤 시점을 잡아서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안정화작전 벌일 지역으로의 파병 희망"**

이어 이 차관보는 "이번 협의를 통해 미국은 한국 입장, 한국은 이라크에서 미국이 처한 입장과 미국이 거는 기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미국의 이라크 정책에 직접 참여하는 주요인사들과 파병을 위한 협상이 아니라 이라크에서 안전, 평화, 재건을 위해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미국은 한국이 기여하길 바라는 파병 수준, 성격에 대해 정보를 교환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파병 논란이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한미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 파병한다. 파병하는 데 한미관계가 나빠진다는 말이냐"고 반문하면서 파병논란이 한미간 다른 부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추가협의에 관련해서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때 미 국방부 요인들이 오는 만큼 그대 의견교환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한미연례안보협의회와 관련 오는 17일에는 방한하는 럼즈펠드 미국방반관이 조영길 국방장관과 회담을 갖고, 18일에는 노무현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과의 회동이 예정돼 있어 파병문제협의가 주요 고비를 맞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한미 장관협상을 앞두고 한승주 주미대사와 문영한 주미대사관 국방무관(소장)도 정무협의와 SCM 참석차 14일께 귀국할 예정이다.

이 차관보는 파병지역과 관련해서는 기자들과 전화통화를 갖고 "한국은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나 바스라처럼 안정화된 지역에 가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한 반면 미국은 한국군이 안정화 작전을 벌여주기를 바랬다"고 말해 미국이 여전히 이라크 북부 모술 지역을 희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그러나 파병 성격이 먼저 정해져야 하며, 지역은 그에 따라 결정되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덧붙였다. 현재 나시리야에는 한국군 서희, 제마 부대가 배치돼 있고 바스라에는 영국군이 주둔중이다.

그는 또 "정부는 이번 협의 및 2차 정부 합동 이라크 조사단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입장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며 정부 입장을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밝히기 보다는 검토과정에서 윤곽이 분명해지면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2차 정부 이라크조사단, "이라크 치안상황 불안, 전후복구지원 원해" **

하지만 이 차관보가 토대로 삼겠다고 밝힌 2차 정부 합동 이라크 조사단 조사 결과는 이라크 상황에 대해 불안정하다는 입장을 보여, 이후 한국 정부의 태도가 주목된다.

이라크 파병안 수립을 위한 제2차 정부합동조사단 단장인 김만복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은 9일 이라크 현지 치안상황에 대해 "국내에서 파악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불안한 점이 있다"고 말해 치안문제를 낙관할 수 없다는 점을 시인했다.

열흘 간의 이라크 현지조사 활동을 벌인 뒤 9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자리에서 김만복 단장은 이라크 치안상황에 대해 "지난달 말부터 최근 들어 위협세력들이 점차 공격화, 조직화돼 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면서 "수니 삼각지대 등의 치안상황은 심각하며, 모술 지역 역시 좋지 않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특히 "모술 경찰서장은 8개 행정지역 가운데 6개 구역이 안정적이라고 말했으나 ,파병을 앞둔 입장에선 아직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그러나 이라크 각계인사들과 면담에서 전후복구 지원을 위한 파병을 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전후 복구사업을 위한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이어 "당초 목표대로 이라크 사회 인프라, 의료, 보건, 민심, 이라크 과도통치기구의 동향 등 중점 조사사항을 폭넓게 확인할 수 있었고 희망했던 인사들과 면담이 충분히 이루어졌다"면서 "전후복구가 제대로 안돼 이라크인들의 생활이 불편하고 전기, 수도 등의 시설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김 단장의 언급내용은 이라크인들도 치안유지 등을 위한 전투병보다는 전후복구사업 등을 위한 공병이나 의료부대가 더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돼 정부측의 대응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단장은 또"바그다드 ,키르쿠크, 티그리트, 아르빌, 모술, 나시리야 등 6개 지역에서 조사활동을 벌였으며 과도통치위원회 전.현직 의장, 바그다드대 정치학 교수, 바그다드 전략연구소 소장, 후세인 정권 시절 국회인사들, 각 지역 지사, 시장, 시의회 관계자, 종교지도자, 족장 등과 두루 면담했다"고 설명하면서도 파병지역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말해 이번 방문지역이 파병후보지로 언급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같은 정부 입장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가능한한 조속히 파병에 대한 최종입장 확정을 요구하고 있어, 정기국회가 열리는 최종시한인 오는 12월 초순까지는 정부 입장을 확정해야 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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