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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교육했는데 '성범죄자'로 몰아 넣은 광주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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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교육했는데 '성범죄자'로 몰아 넣은 광주교육청

광주교육청, 젠더이슈 영화 <억압받는 다수> 학생에 보여준 교사 직위해제 ‘파문’

프랑스 영화 <억압받는 다수(Majorite Opprimee)>는 엘레오노르 프리앗(Eleonore Pouriat) 감독이 2010년에 만든 11분짜리 단편영화다. 여성에 대한 성차별과 성적인 괴롭힘 등 젠더 이슈를 다루고 있다.

영화의 문법은 단순하면서도 공격적이다. 감독은 우리가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남녀의 상황을 완전히 뒤바꿈으로써 여성을 향한 남성 중심사회의 폭력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이 때문에 성인지 감수성이 희박하거나 성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이 깊지 않은 이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불쾌함에 직면할 수밖에 없지만, 바로 그 지점이 감독이 의도하는 바다. 자극을 통해 성찰을 끌어내는 방식이다.

‘억압받는 다수’는 그런 점에서 아주 훌륭한 젠더 교육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2014년 감독이 직접 유튜브에 영상을 무료로 공개했을 때 조회수가 1325만에 달했다. 한글자막판은 25만회를 기록했다.

이 영상을 본 많은 사람들이 여성들이 겪고 있는 일상적인 성차별과 성적 괴롭힘은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예민한 건 아니냐고 했던 자신에 대해 반성했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영화 '억압받는 다수' 스틸 컷ⓒ카페 촬영조명 워크샵

호평을 받았던 영화 ‘억압받는 다수’가 광주시교육청의 교사 직위해제 사건과 맞물리면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광주의 한 중학교에서 도덕담당을 맡은 배이상헌 교사는 성 윤리 수업 중 지난해 9∼10월 1학년, 지난 3월 2학년 학생들에게 프랑스 단편 영화 ‘억압받는 다수’를 보여줬다.

성 불평등을 다룬 수작으로 평가되고 있었기에 배이상헌 교사는 시청각 교육자료로 영화를 활용했지만, 상의를 입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는 현실 속 남성을 꼬집듯 상반신을 노출한 여성이 등장하고 여성들이 남성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하려는 장면, 성기를 적나라하게 거론하는 대사 등을 일부 학생과 학부모가 문제를 삼았다.

불쾌감을 느낀 일부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은 학부모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고, 교육청은 곧바로 적정한 소명절차도 없이 배이상헌 교사를 직위해제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성평등 교육' 과정에서 발생한 일에 '성범죄' 메뉴얼을 곧바로 적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학부모 단체와 전국 도덕교사 모임이 격하게 반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광주참교육학부모회(이하 참학)는 이번 교육청의 조치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참학은 우선 “도덕시간의 성윤리·성평등교육은 남녀가 함께 잘 사는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시민으로서 성윤리의식을 어떻게 가져야 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이며, 이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하며 “수업과정에서 겪었던 불편함·수치심이, 성희롱 등에 따른 불편함·수치심과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하는가” 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참학은 “향후에도 도덕 시간에 ‘성윤리·성평등’ 교육 관련해서 학생과 학부모가 불편함과 수치심을 겪게 된다면 소명절차 없이 교사를 성범죄교사로 내몰 것인가”라고 물으며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이성우 경북혁신교육연구소공감 이사는 기고를 통해 “성평등을 주제로 한 영화이기에 당연히 성 문제를 소재로 삼는데, 여학생과 약간의 신체 접촉이라도 있었거나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발언을 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 사안을 성비위 문제로 몰아갈 수 있느냐”고 광주시 교육청의 조치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또 이상우 이사는 “민원인이 이번 도덕수업 활동 과정에서의 불편함을 지적한 것은 당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을 교육적으로,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지 오히려 교육청이 나서서 무리하게 성범죄교사로 규정지으면서 민원인뿐만 아니라 다수의 침묵하는 학생들까지도 힘들게 만들면서 결국 교육청의 행정편의적 일처리 과정이 교사, 학생, 학부모 교육주체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등학교 미술교사이면서 폐미니즘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화가 A씨는 “입만 열면 혁신교육 일환으로 성인지 감수성을 들먹이는 교육청의 이율배반에 분노가 치민다. 일선 교실에서 성평등 교육이 학부모의 민원제기 하나로 범죄시 되고 있는 마당에 어떻게 우리 사회가 성 평등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겠느냐”고 개탄했다. A씨는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장휘국 교육감은 더 이상 ‘진보 교육감’이라는 호칭을 사용해선 안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사안에 대해 광주시교육청은 “소명기회는 학교의 성고충상담심의위원회, 교육청 감사관에서 맡고 있고 해당 교사에게도 경찰 조사를 통해 소명 기회가 있다고 안내했다”며 “교육부 성비위 대응 매뉴얼에 따라 재판이나 감사에서 잘잘못이 가려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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