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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팔색조 번식지에 골프장이?

[함께 사는 길] '거짓부실' 거제남부관광단지 전략환경영향평가 취소해야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거제도는 우수한 자연자원을 가지고 있다. '거제해금강'과 '바람의 언덕', '외도해상공원', 상록활엽수로 울창한 동백섬 지심도, 내도, 대통령 별장 저도가 있고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거제도 한 하천 수계에만 사는 멸종위기1급 민물고기 남방동사리, 267종의 멸종위기종 중 유일하게 '거제' 지명이 붙은 '거제외줄달팽이' 등이 서식한다.

특히 거제도는 팔색조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노자산 자락에는 팔색조 번식지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확인돼 1971년 천연기념물 제233호로 지정된 '학동동백숲 팔색조번식지'가 있기 때문이다. 팔색조는 동남아 지역에 살다가 5월 중순 우리나라를 찾아 번식한 후 10월쯤 돌아가는 여름철새다. 전 세계에 1만 개체 이하가 살아남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천연기념물 제204호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팔색조의 고향이 골프장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 팔색조의 고향이자 골프장 예정지인 노자산. ⓒ함께사는길

팔색조의 고향 골프장으로 사라질 위기

경상남도는 ㈜경동건설(거제시)이 신청한 거제남부관광단지(369만3875제곱미터, 육지부 329만5622제곱미터, 해면부 39만8253제곱미터)를 지난 5월 지정고시했다. 거제남부관광단지는 호텔, 콘도 등 숙박시설과 해양레포츠시설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27홀(154만 제곱미터) 골프장 개발(이하 노자산 골프장)이 중심이다.

골프장 예정지는 천연기념물 학동 팔색조 번식지와 1.4킬로미터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팔색조 집단 번식지다. 통영거제환경연합은 모니터링을 통해 사업구역 내에서 올해 이소한 팔색조 둥지 2개와 2~3년 된 헌 둥지 5개를 찾았으며, 새끼와 함께 먹이활동 중인 팔색조 2가족을 확인하고, 일부 촬영에도 성공했다. 이 밖에도 긴꼬리딱새 둥지 2개, 수달, 두견이, 대흥란 등등 수많은 법정보호종을 확인하고 기록했다.

이곳은 울창한 난대산림지대로 극상림의 식생과 종 다양성이 아주 높은 생태계의 보고이며 명승2호 해금강, 한려해상국립공원, 수산자원보호구역, 미국FDA청정수역과 인접한 지역으로 반드시 보존해야 할 곳이다.

그러나 사업자가 제출한 거제남부관광단지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는 이들 법정보호종이 없고 보호대책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37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사업예정지를 단 2명이 현지조사를 했고 그것도 봄철 1일(16년 3월 24일), 여름철 3일(16년 7월 27~29일)만 진행했다. 팔색조와 긴꼬리딱새 출현 시기(5월 중순~6월 초)와 겨울철새 도래기에는 현지조사를 하지도 않았다. 쉽게 확인되는 수달 흔적조차 찾지도 않고 '없다'고 작성됐다. 평가서 목록에는 있으나 조사하지 않고 '없다'고 한 법정보호종이 20여 종에 이른다. 의도적으로 누락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 사업자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일부. 산지의 평균 경사도를 산출하면서 바다를 포함시켰다. ⓒ함께사는길

전략환경영향평가 '거짓 부실' 그 자체

거제남부관광단지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의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환경부는 식생의 자연성, 희귀성 등에 따라 그 보전가치를 식생보전등급으로 평가한다. 환경부의 식생보전등급 분류기준을 보면 산지계곡림(고로쇠나무군락, 층층나무군락)은 1등급에 포함되며, 2등급에는 졸참나무군락, 서어나무군락 등 낙엽활엽수림이 포함된다. 사업예정지구는 최우선보전지역 개발 비대상지인 1등급지(약 60퍼센트)와 2등급지(약 40퍼센트)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업자가 작성한 전략환경평가서 식생군락판정표에도 식생보전 2등급에 해당하는 군락이 56.82퍼센트로 50퍼센트가 훨씬 넘는다. 당연히 2등급으로 판정해야 하지만 전략환경평가서 본문에는 식생보전등급을 3등급지로 판정했다. 낙동강환경유역청도 협의과정에서 "사업지구 내 식생보전등급 2등급(생태자연도1등급)으로 예상되는 자연성이 높은 식물군락(졸참나무군락, 소사나무군락, 느티나무군락, 졸참-느티나무군락, 느티나무-고로쇠나무군락 등)이 다수 포함되어 통보서 등급과 차이가 있음"이라고 지적할 정도다.

녹지자연도 등급도 의문이다. 식물군락의 자연성 정도를 10등급으로 판정하게 되는데 숫자가 클수록 자연림에 가까우며 8등급 이상은 개발사업이 허용되지 않는다. 녹지자연도 기준에 따르면 산지계곡림(고로쇠나무군락, 층층나무군락)과 졸참나무군락, 서어나무 군락 등은 8등급에 포함되는데 골프장 예정지는 이들 군락이 대부분이다. 당연히 녹지자연도 8등급으로 평가되어야 하지만 평가서는 녹지자연도 7등급지(79.45퍼센트)로 판정했다.

산지경사도도 문제다. 경사도 25도 이상인 지역은 산지관리법에 따라 개발이 불가하다. 낙동강유역환경청도 "골프장 지역 중 경사도 25도 이상이 43.7퍼센트로서 골프장 입지는 바람직하지 않음"이라며 사실상 골프장개발에 반대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자는 산지의 평균경사도를 산출하면서 고의로 약 50만 제곱미터의 바다 면적을 포함시켜 평균경사도와 표고를 낮췄다.

결국 거제시와 사업자가 거짓과 부실로 작성한 전략환경평가서를 통해 골프장 개발이 불가능한 곳을 가능한 것처럼 둔갑시킨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 팔색조 둥지. ⓒ함께사는길

골프장 계획 철회해야

기후변화시대 탄소저장과 온도저감, 미세먼지 및 유해물질을 흡수하는 산림 100만 평을 파괴하고 농약과 비료를 쏟아내는 골프관광단지를 개발하려는 것은 상식 이하이다. 대규모 공사는 산림 훼손, 생태계 파괴, 해양 오염, 어업 피해 등을 불러오고, 골프장 운영 과정에서도 농약 및 비료 살포, 야간조명, 하루 3000톤의 오수 방류 등으로 육해상 생태계 오염은 심각할 것이다. 주민들의 정주환경은 악화되고, 지속적인 어업 피해는 물론 미FDA수역으로 이름난 율포만 한산만 등 청정남해바다 이미지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낙동강환경유역청은 전략환경평가서를 거짓과 부실로 작성한 사업자(거제시) 등에게 법적 책임을 묻고 기존 "협의"를 취소하고, 재평가를 통해 "부동의"해야 한다. 경상남도는 거짓부실 작성된 평가서를 근거로 한 관광단지 지정고시는 법절차를 어긴 것으로서 철회해야 마땅하다.

골프장 예정지와 주변은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을 비롯한 수천 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거제도의 마지막 남은 생태계의 보고다. 이곳이 파괴되면 거제도 전체 생태계가 무너진다. 수달, 팔색조, 긴꼬리딱새, 새매, 독수리, 흰꼬리수리, 애기송이풀, 풍란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큰회색머리아비, 거머리말, 상괭이 등 해양보호생물, 백양꽃, 금새우란, 왕벚나무, 갯취, 거제딸기, 거제물봉선 등 산림보호종 등 법정보호종이 수없이 많다.

환경부는 지난 2018년 10월 '멸종위기 야생생물보전 종합계획 2018~2027'을 수립하고 멸종위기야생생물 서식지 보전강화를 제1과제로 발표했다. 환경부는 수많은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와 도래지를 파괴하려는 골프관광단지계획에 "부동의"함으로써 부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통영거제환경연합은 환경부와 산림청, 문화재청, 해수부 등 관계기관에 골프장 예정지의 멸종위기종 동식물과 희귀식물, 천연기념물, 해양보호생물 등에 대해 정밀조사를 요청했다.

산림청 역시 공공자산인 국유림(25만3847제곱미터)을 골프장 부지로 매각하지 말고, 식생보전 2등급지, 평균경사도 25도 이상 급경사 산사태 위험 지역의 난개발 계획에 부동의해야 한다.

"관광이라는 핑계로 특정 건설사의 사익을 위한 골프장 난개발은 안 된다"는 것이 상식을 가진 거제시민의 절대다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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