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 이라크 주재 한국 대사관 직원과 한국 기업인이 파병결정이 난 이후 이라크인들에게 납치, 이라크에서 당장 떠나라고 신변의 위협을 당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마침내 한국이 이라크 무장세력의 '공격 목표'가 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심각한 경고 메시지다.
***대사관-상사직원 잇따른 납치-협박**
이광재 외교통상부 아프리카∙중동국장은 30일 “최근 이라크 주재 한국대사관 직원이 이라크인에게 협박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광재 국장은 “대사관 직원 한명이 대사관 인근에서 택시를 기다리다 이라크인 2명이 강제로 차에 태워 ‘이라크를 떠나라’는 협박을 수분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납치된 직원의 신원이나 납치 일자 및 시각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으면서 “무기 등에 의한 위협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파병발표 이전에도 현지 한국 기업 사무소 직원에 대한 협박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국장에 따르면 지난 8월에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바그다드 사무소가 총격을 받았고 그달 대우 바그다드 사무소 파견 직원도 "바그다드를 떠나라"는 협박서한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도 현대건설 파견 직원 차량 강도 사건 및 모 주재상사 사무실 강도침입, 비정부기구인 ‘글로벌케어’의 방역장비 도난 사고 등도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그다드 대사관직원들 모두 호텔에 피신해 근무중**
외교부는 이처럼 이라크내 반한(反韓)감정이 빠르게 높아지자,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바그다드에는 대사관 직원들 외에 정부가 지난 7월부터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지원을 위해 파견한 산업자원부-건설교통부 등 직원 4명, 그리고 민간종합상사 두곳의 직원들이 체류중이다.
하지만 바그다드 치안이 나날이 험악해지자 대사관 직원들은 대사관 근무를 포기하고 현재 상대적으로 치안상태가 양호한 편인 호텔에 근무하고 있으며, 산자부 등 파견직원 4명의 경우도 호텔에서 근무중이다. 그러나 호텔도 이제는 더이상 안전지대가 못해, 산자부 등 파견직원 4명은 최근 이라크 무장세력의 폴 월포위츠 미 국무 부장관 로켓포 공격때 월포위츠와 같은 호텔에 머물렀다가 죽음 직전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던 중에 이번에 대사관 직원이 길거리에서 납치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함에 따라 바그다드 주재 정부관계자들은 초긴장 상태에 빠져든 것으로 전해진다. 대사관 직원들은 터키가 파병결정을 한 뒤 바그다드의 터키 대사관이 공격을 받아 수많은 사상자가 났던 점을 떠올리며, 실제로 한국군 파병이 단행될 경우의 후폭풍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종합상사들도 파병결정후 반한감정이 급속히 높아지는 것을 우려, 직원들을 일시 철수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침등을 통해 최대한 안전에 유의하도록 조처하고 있다"며 "이라크뿐 아니라 이슬람교도가 많은 중동 및 동남아 국가들을 여행할 때에도 조심하도록 지침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해외주재 공관 및 민간상사가 테러 공격목표가 된 초유의 사태에 당황해하며 조심하는 것외에 뚜렷한 대책이 없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2차 현지조사단 출발**
이처럼 이라크 현지의 반한감정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추가파병안 수립을 위한 제2차 정부합동조사단이 31일 출국했다. 다음달 9일 귀국 예정으로 출국하는 이번 조사단은 최근의 급격히 악화돼가고 있는 이라크 상황과 이라크 민심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2차 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김만복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은 30일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회 인프라와 보건 의료, 민심 상황 등을 중점 조사해 파병 규모와 형태, 시기 ,성격 등 세부사항을 결정하기 위한 보완적 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다양한 현지인과 접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2차 조사단은 김만복 단장 외에 국무조정실, 외교통상부, 국방부, 행자부, 건교부, 보건복지부, 국제협력단 등 관련 부처 관계자 총 13명으로 구성됐으며 민간인은 배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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