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금식일)이 시작되던 날 이라크 바그다드는 아비규환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날 바그다드에서는 최소한 5건의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42명 이상이 숨져 전후 최악의 상황이 전개됐다. 또 미군도 이날 3명이 다시 숨져 단순한 테러전이 아닌 본격적인 전면전 양상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그다드 적십자사 비롯 4곳의 경찰서 노린 자살차량폭탄테러 발생**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적십자사와 이라크 경찰서 등에 5건의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해 42명이 숨지고 2백명 이상이 다쳤다.
이날 테러는 지난 8월 29일 나자프에서 시아파 정치 지도자인 아야톨라 모하마드 바커 알-하킴을 포함해 83명의 사망자를 초래한 차량 폭탄테러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특히 수도 바그다드에서 발생한 것으로는 전후 최악의 상황이며 동시다발테러 형식이라는 점에서 보다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날 발생한 테러는 27일 출근길로 사람들이 붐비는 아침 시간대에 발생해 그 피해가 더욱 컸는데 바그다드 남부의 알-엘람 지역 경찰서와 알-도라 지역 경찰서에 대한 자살폭탄테러로 시작됐다.
이후 거의 한시간 남짓 동안 적십자사(ICRC)와 다른 두 곳의 경찰서에 자살차량폭탄테러가 발생해 한시간여동안 총 5곳의 동시다발테러가 발생했다. 한편 이외에 다른 한건의 자살차량폭탄테러도 시도됐으나 이는 이라크 경찰의 대처로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십자사 테러 공격을 목격한 적십자사 경비원인 사마 알리 이산은 "이라크 병원 응급차가 적십자사쪽으로 돌진했으며 이는 방어벽에 부딪쳐 폭발했다"고 전했다. 이 대형 폭발과 함께 주변에 있던 적어도 12명의 이라크인들이 사망했다.
알-엘람 경찰서를 노린 자살차량폭탄테러로도 3명의 이라크 경찰관을 포함해 적어도 13명이 숨졌으며 10명의 미군도 이번 테러공격으로 부상당했다고 경찰과 한 미군 관계자가 밝혔는데 미군은 이어 성명을 통해 이번테러로 미군 한명이 사망했으며 6명이 부상당했다고 확인했다.
동시다발테러로 인해 바그다드 상공은 검은 연기로 뒤덥혀 있어 아비규환상태인데 상황이 극도로 악화돼 사상자 집계도 쉽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라크 한 고위 관리는 총 34명이 사망하고 2백24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으나, AFP 통신이 바그다드 시내 9곳의 병원을 돌아다니며 자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총 42명이 사망했으며 2백16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미군 사망도 이어져, 종전선언이후 1백13명 사망**
이와 별도로 미군 사망도 이어졌다.
이날 테러에 앞서 26일 밤에는 바그다드 인근 아부 가리브 교도소가 박격포 공격을 받아 미군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당했으며 27일에는 바그다드 시내를 돌며 경계근무중이던 미군 2명도 폭탄공격을 받아 숨졌다고 미군 관리가 밝혔다.
이로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종전을 선언한 이래 미군 사망자는 총 1백13명으로 늘어났다.
***"이번 테러는 외국무장단체 소행일 가능성 커"**
이번 테러를 도모한 무장단체에 대해선 아직 정확한 발표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나 미 육군 제1기갑사단 소속인 마크 허틀링 준장은 "이번 5건의 자살폭탄테러 공격은 모두 외국 무장단체소속 테러조직원들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한 테러조직원을 체포했는데 그는 시리아 여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는 시리아인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자살폭탄테러공격은 사담 후세인 지지자들의 전형적인 공격방법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이번 테러를 일으킨 단체로 외국 용병을 지목했다.
이는 최근에 외국 무장단체들이 이라크내로의 유입이 빈번하다는 경고를 입증하는 것이어서 앞으로도 이라크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테러들은 이슬람교의 성스러운 기간인 라마단의 시작과 함께 발생했으며 폴 월포위츠 미국 국방부 부장관이 머물고 있던 알라시드 호텔을 노린 폭탄테러가 발생한지 하룻만에 발생했는데 반미감정이 높은 무장단체들이 이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쫒아낸 미군 주도 연합군에 대한 전면전을 시작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테러, 이라크에서 중대한 사태가 진행됨을 시사"**
한편 군사전문 월간지인 <디펜스 어낼러시스>의 프란시스 투사 발행인은 "이번 공격은 아무렇게나 감행한 공격이 아니다"며 "이라크에서 중대한 사태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지적, 동시다발 자살폭탄테러공격을 본격적인 게릴라전의 신호탄으로 분석했다.
그는 "미국은 단순히 일부 무법자들이 자행한 공격이라고 그 심각성을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그들은 조직을 갖추고 목표물과 전략도 갖고 있다"며 "전통적인 게릴라 테러범들의 공격수법"이라고 이번 테러 성격을 규정했다.
런던 소재 국제전략문제 연구소(IISS)의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전문가도 이번 공격의 배후와 관련, "공격 주체가 단순히 후세인 추종자들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면서 "공격의 양태 등을 고려할 때 배후에 여러 개의 조직이 개입됐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라크를 둘러싼 정치상황이 매우 유동적"이라고 전제하면서 "미국은 내년 11월의 대통령 선거전에 이라크 문제를 유엔에 모두 떠넘기고 철군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투사 발행인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추가 병력파견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후세인 정권 붕괴후 양성된 이라크 경찰인력이 충분히 배치돼 치안이 확보된 후 미군 철수가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시, 테러행위 비난**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자 조지 W.부시 대통령은 바그다드에서 발생한 테러공격을 비난하면서 "폭력은 이라크에서 미국의 사명을 꺾을 수 없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최근 악화되고 있는 이라크 상황에 대한 이런 강경발언은 오히려 초조함과 당황함의 반증으로도 보인다.
이어 부시 대통령은 "우리가 이라크에서 더 많은 성공을 거둘수록 더 많은 테러분자들이 이에 반응할 것"이라면서 "우리의 임무는 그들을 찾아내 정의의 심판대에 세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엔도 이날 테러 공격에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를 냈다.
엘리자베스 바이어 유엔 인권위원회 대변인은 "바그다드 적십자사에 대한 공격은 외국인들을 이라크 바깥으로 몰아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서 "적십자사가 이라크에서 인도적 활동을 하고 있는 상징이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적십자사 및 독일정부, 외국인 직원 소개**
한편 적십자사는 적십자단체 외국인 직원들을 이라크에서 소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피에르 게스맨 적십자사 이라크 소장은 독일 ARD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내일 외국인 직원들을 이라크 바깥으로 보낼 것이며 이라크인 직원들만으로 이라크내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적십자사는 35명의 외국인 직원과 8백명의 이라크인들로 구성돼 있다. 적십자사는 그러나 테러에도 불구하고 미군에게 보호요청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외에 독일정부도 이라크내 자국 전문가들을 철수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독이 다니엘 횔트겐 내무부 대변인은 "치안상황이 위험해 제대로 일하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 상수도 복구를 위해 파견된 자국 전문가들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말해 이라크내 치안상황을 극도로 우려했다.
지난 8월 이라크 바그다드 유엔 본부에 대한 자살차량테러공격과 유사한 이번 국제적십자사 공격은 또다시 이라크내 국제단체나 외국인들이 테러의 대상임을 보여주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는데 테러단체의 공격 목표가 미군뿐만 아니라 외국인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