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예루살렘 '불도저' 시장, 팔레스타인 '인종 청소' 시동?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예루살렘 '불도저' 시장, 팔레스타인 '인종 청소' 시동?

관광지 개발한다며 주민 몰아내…동예루살렘 완전 장악 목적 짙어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시장(市長)이 동예루살렘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결국 몰아내고자 하는 의혹이 짙은 개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 동예루살렘을 불법 점령한 이스라엘이 그곳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마저 내쫓으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의 장밋빛 청사진, 무엇을 위한 것인가

총대를 메고 나선 이는 1년 전 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니르 바르카트. 첨단 산업에서 번 돈으로 정계에 뛰어든 우파 성향의 유대인 바르크카트 시장은 팔레스타인인 120가구가 살고 있는 동예루살렘 알 부스탄 지역을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바르카트 시장은 알 부스탄의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상가, 식당, 보육시설, 호텔, 공원 등이 있는 새 아파트를 지어줄 테니 현 거주지를 떠나라고 요구한다.

그는 알 부스탄을 관광지로 개발한다면 인근 팔레스타인인들의 수입도 늘어날 것이라며 자신의 구상을 '윈-윈' 프로젝트라고 선전하고 있다. 따라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부할 이유가 없고, 정치적·종교적 논쟁거리도 아니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또한 자신의 계획에 숨은 목표는 없다고 말한다. 유대인 인구 비율을 높이기 위한 것도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유대인들은 지금 돈을 더 벌 수 있는 이스라엘의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 있고,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서안 지구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더 많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바르카트 시장은 알 부스탄이 관광지로서 잠재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지역 주택들이 허가 없이 지어졌으며 20년도 넘었다는 이유로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 기업인 출신의 니르 바르카트 예루살렘 시장
"점령자들이 불법-합법 운운할 자격 있나"

그러나 동예루살렘은 유대인 정착민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아슬아슬하게 공존하는 예민한 곳이다. 더군다나 알 부스탄은 그 중에서도 유대교·이슬람교·기독교 3대 종교의 성지가 모여 있는 구(舊)예루살렘(올드시티) 부근에 위치한다.

알 부스탄 내 팔레스타인 주민을 대변하는 자이드 카와르 변호사는 "시장의 계획은 정치적인 문제"라며 "윈-윈이 아니라 유대인은 이기고 팔레스타인인은 지는(win-lose) 계획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서 일하고 있는 아흐메드 르웨이디는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알 부스탄의 팔레스타인 거주지를 파괴하려는 시장의 계획을 '인종 청소'라고 규정했다.

지역 주민인 압둘카림 아부 스나이네흐는 바르카트 시장과 이스라엘 정부가 유대교 사원을 세우기 위해 아크사(Aksa) 사원 주변을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크사 사원은 이슬람교 3대 성지 중 하나다.

<뉴욕타임스>도 알 부스탄 파괴 위협에 대해,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에서 팔레스티인인들을 추방하고 유대인들을 이주시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적용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바르카트 시장은 한 인터뷰에서 알 부스탄에 대한 자신의 구상은 동예루살렘 전역에 추진하고 싶은 일을 위한 시범사업(pilot)의 하나라고 인정했다. 인권과 도시 계획 문제를 다루는 이스라엘 단체 '빔콤'의 관계자도 "바르카트 시장이 '전쟁'중인 곳에 (팔레스타인인 추방을 위한) 시범 지역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바르카트 시장이 팔레스타인인 주택을 '불법'이라고 규정한데 대해 지역 활동가 자와드 시얌은 "점령자들은 우리에게 무엇이 합법이고 불법인지 말할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는 팔레스타인인들은 물론이고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동예루살렘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바르카트의 말을 믿는 팔레스타인인들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알 부스탄 부근에는 최근 유대인 정착민들의 세력이 커지고 있다. 북쪽으로는 정착민들이 세운 7층짜리 건물이 있으며, 서쪽에는 유대인 정착민 단체가 운영하는 유대교 테마 공원 '다윗 도성'이 있다.

주민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바르카트 시장은 몰아 붙일 태세다. 그는 "팔레스타인인들은 모든 걸 정치적으로만 해석한다"고 투덜대며 "그들이 협력을 하건 안 하건 계획은 실시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같은 강경 입장에 따라 이 지역의 긴장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 예루살렘 시청에서 보이는 올드시티 전경. 이슬람교 성지인 황금돔 사원 뒤로 유대교 종교인 묘지가 보인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